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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Apr 11. 2023

what - how - why

이야기로 들어가는 머릿속 과정 체계 

4년간 <KULTURE>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들이 쌓였다. 

아직은 그 경험이 어떻게 발현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경험들로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이유 없는 이유 찾기. 

4년 정도 이 일을 꾸준하게 하다 보니 사람들은 일에 대한 이야기보다 

어떻게 금전적인 보상 없이 이일을 하고 있는가에 놀라곤 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인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다소 허무한 이야기를 

대답으로 내뱉었는데, 들은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되었겠지만 나에게는 점점 

내가 이일을 갑자기 왜 빠져들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내가 본 일본의 공예 영상으로 본 이유 찾기-

1. 자극적이지 않은 차분한 톤의 영상이 좋았다. 

2. 눈을 홀리는 빠른 편집의 영상이 아닌 천천히 스며드는 호흡이 좋았다. 

3. 무엇보다도 인간의 손으로 그것도 투박해 보이는 장인의 손으로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든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결국 내가 꽂힌 것은 '부단한 손'과 '근사한 작품'으로 정리될 것 같다. 


제목을 빌려와 이야기하자면 

what : 전통 공예 

how:  천천히, 스미듯, 정교한

why:???

결국 why를 언어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느냐... 

전통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에 나도 봉착했다는 이야기다. 

나는 사랑에 빠지듯 전통에 빠져버려서 맹목적인 심봉사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이 비전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이 그냥 좋아서 선생님들을 만나고 스텝들을 설득해서 

이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설득력 없는 

이야기에 동조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걷는 도로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시간이 흘러갈 사람 가고 올사람 오고 미워하고 사랑했던 시간들이 흘러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전통이냐! 현대냐!, 지켜야 하냐! 변화해야 하냐! 할 것 없이 요즘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전통 vs현대>이런 형식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이 없는 문화는 존재의 위기가 찾아온다. 


YOUTUBE를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가 OTT 장편 시리즈였는데 

작년 말부터 이 일을 준비하고 있다. 

시의적절한 고민이구나 싶다가도 '전통이 이렇게 근사한데 왜! 모르지?'라는 똥고집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결국 나를 죽이는 단계가 된 것 같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우선 전통문화를 숭배 시 하는 시선을 버리는 일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전통공예의 작품은 대부분 제품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요구에 맞게 

변화되어야 하는 본질적인 성격을 지녔다. 어느 순간 제품이 작품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에서 

소위 돈 있는 일부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성격이 변했다. 내 생각에는 이런 배경에서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느낌이 아닌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 조심히 봐야 하는 프레임이 쓰인 듯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통의 이미지를 물어보면 

'고루한', '꼰대', '타협하지 않는'등의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전통문화는 지독히도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의아한 사실은 식당으로 '전통'을 앞에 붙이면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맛있는', '변치 않는', '살아남은'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에 발을 딛고 전통문화를 바라보니 그것을 잇고 있는 사람들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만난 이수자와의 술자리에서 

명분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지극히도 보편적인 요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전통문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드라마가 있겠구나 

그리고 이들 역시 확고한 의지보다는 흔들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처지를 생각했다. 

'나는 또 왜 이일을 사랑하게 되어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

아직 찾지 못한 why에 대한 궁금증이 장편의 큰 주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 좋은 장편 제목들을 과감하게 지우고 새로운 제목을 지었다. 


<빌어먹을 전통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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