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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Dec 10. 2023

젊은 장인을 찾아서

4년의 기록과 그 이후의 생각들  

한국의 장인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KULTURE>를 영상으로 올린 지 4년이 흘렀다. 

제일 처음 시작한 주철장 선생님의 작업이 신기하게도 가장 늦은 올해 끝났으니 주철장 촬영만 4년이 흐른 셈이다. 내. 외부적인 이유로 다음 선생님을 찾기 전에 공백기가 조금 생겼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필요한 쉼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렇게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작업 과정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일은 의심할 여지없이 설레는 일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이 배에 함께 탄 여러 전문가 분들에게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귀한 분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시간과 재능을 쓰는 일에 작게나마 보상을 해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부채감이 커져 점점 전진을 하는데 힘에 부쳤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작은 장인의 모습에 반해 출발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이 일은 계속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 이미 관계부처에서는 여러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 세밀하게 전통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앞선 일과 같다면 꼭 우리가 아니어도 된다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점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통문화와 그걸 담고 있는 우리의 생사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우울한 감정이 느껴졌다. 

조금 더 현실을 직시하는 시간이 됐다. '전통'은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갖고 그 전통을 그대로 담아낸 영상은 대중적이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작업과 작품은 그 자체로 귀한 자료가 되지만,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윽고 나의 생각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장인에게 닿게 되었다. 그들은 스승만큼의 화려한 타이틀도 명성도 아직은 없다. 심지어 AI가 산업을 바꿀 거라는 최첨단의 시대에 전통을 한다는 것이 스승님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처지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오랜 세월을 감내하고 버텨낸 장인에 대한 찬사의 영상이라고 한다면 흔들리며 오늘도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에 발을 딛고 전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지속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4년의 시간을 보내며 깨달았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사람들에 마음에 들어야 하며 그렇게 조금씩 영역을 넓히다 보면 내가 처음에 이일을 할 때 심었던 세계에 전통을 알리자라는 씨앗이 조금씩 발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제는 젊은 장인들을 모시고자 영상을 찍었다. 정점에 오른 장인의 이야기도 훌륭하지만 흔들리며 위태롭게 걸어가는 젊은 장인들의 이야기도 그 자체로 빛날 것이라 생각된다. 또 설레는 일이다. 다시 노를 젓자고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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