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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May 18. 2024

#1  Not normal

20240518 

종 선생님의 자택에 딸려있는 사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의 이뤄놓은 수많은 흔적들이 보인다. 먼지가 내려앉은 상패와 훈장들 그리고 쌓여있는 자료들. 그 역사 속에서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다. 승복을 입고 있는 주철장 선생님의 사진. 여느 스님들처럼 바짝 깎은 머리에 두 손은 합장하고 서있는 선생님의 사진이다. 일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과거 이야기 중에 절에 들어가서 스님들과 똑같이 살면서 종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때의 사진인 듯했다. 처자식이 이제 막 생긴 나에게 집을 떠나 절에 살면서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서 "선생님 그때 그럼 가족들은 어떻게 먹여 살렸어요?" 물은 적이 있다. "절에서 공양하는 쌀 가져다주고 살았지" 들려오는 대답이 약간은 허무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종이 었다는 선생님은 지금도 종 이야기를 하면 혼을 담아서 이야기를 한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종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스님들과 다르게 생활하면서 종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어떤 신념이 그렇게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붙이게 만들었을까 


어느 지점에 다가가면 보통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노력을 넘어선 영혼을 담아내는 일. 종 선생님에게는 그런 혼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속에는 무언가 순수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씩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서 울컥울컥하는 부분들이 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툭 하고 나오는 눈물 같다. 돈도 지우고 명예도 지우고 대상과 자기만 남는 순수함 속에 순도 100%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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