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ector JI May 20. 2024

#2 why

20240519

나는 잘하고 싶다. 

멋진 것을 하고 싶고 그게 사람들에게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으면 한다. 

내 마음에도 차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일을 원한다. 

고백하자면 감독이라는 업을 선택한 것도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10년 가까이 광고현장에 있으면서 겉으로 보이는 감독의 모습과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영상과 그 영상을 보는 사람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내부적인 갑을 관계에 의해 생각을 굽히는 때도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구조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나는 언제나 대체가 가능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반면, 영상은 좋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떤 영상을 만드는 감독이 될 것인가? 막연한 화두를 마음에 품고 있다가 우연히 장인을 담은 영상을 보고 그 자리에서 장인을 담는 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5년간 장인을 담았고, 장인을 담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왜?'였다. '왜 장인을 담고자 하는가?' 취미 생활로 영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그리고 '내 영상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들이었다. 생각보다 전통이라는 영역은 소수의 전유물로 좁혀졌고, 다큐멘터리는 장르적으로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었다. 아이템과 장르 모두 보편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일에 확신이 있을까? 자식을 믿어주는 부모의 마음처럼 막연한 믿음과 확신이 마음속에 언제나 있다. 마음속의 확신과 현실적인 무관심 속에서 내가 빗고 싶은 것은 달항아리 같은 단순함과 순수함이다. 모든 것을 걷어내고 남은 유일한 본질. 아마 막연히 느꼈던 동경 속에 달항아리 같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삶의 정수일까 일의 정수일까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만, 장인들의 태도 속에서 나는 그 정수를 본 것 같다. 서두르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묵묵히 그저 해야 할 일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결국, 삶이란 현재를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전통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JTBC에서 했던 <전체관람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의 거장 감독들을 모시고 단편을 찍고 거기에 모인 감독들이 시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중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나왔는데 출연자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임에도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영화를 찍는 메이킹이 공개 됐는데 거기에 나온 후배 감독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는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있는 선배감독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에 감동했다 말했고, 누구는 흥행성적에만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과 언제까지 감독을 할 수 있을까라는 패배주의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나도 그 장면을 보면서 저 나이에 갖고 있는 순수함과 영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감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재미있게 보는 최강야구의 김성근 감독님을 보면서도 같은 감동을 느낀다. 그 나이에 아직도 야구 그 하나만 남겨놓고 살아가는 사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순수함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작가의 이전글 #1 Not norma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