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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May 21. 2024

#3 Steady seller

20240521

단거리 달리기 선수는 마라토너가 될 수 없다. 요구되는 신체적 조건이 다르고 쓰이는 근육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단거리 선수에 가깝게 태어났다. 지속성보다는 폭발력이 좋았고, 그래서 남들의 눈에 서서히 인정받기보다는 빠른 시간에 눈에 띄는 사람에 가까웠다. 


인생을 비교하자면 매 순간은 단거리지만, 결국 마라톤이다. 

어느 위치에 올라온 소수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꾸준함과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능력이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폭발적인 근육량으로 단기간의 순위는 올라갈 수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잠잠해지는 소강상태가 되면 꾸준히 쉬지 않고 걸어온 사람이 나를 재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리고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게 멀어져 가는 마라토너를 볼 뿐이다. 


나는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다. 인생이라는 긴 트랙에서 나의 호흡을 갖고 내 앞에 뒤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쓰지 않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런 사람이 늘 부러웠다. 세상은 다양하고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만 무언가에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원한다면 마라토너가 가진 재능은 필수조건이 된다. 


단거리 선수에게 특화된 것은 장악하는 능력과 폭발하는 에너지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겠지만 사람의 에너지는 총량이 있어서 후반부까지 그 힘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 시점이 되면 시의적절하게 그럴싸한 핑곗거리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라던지, 먹고사는 문제라던지 누구에게나 말했을 때 "그래 그런 상황이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할만한 상황을 가지고 와 나의 완주의 실패에 대해 변론한다. 


본인 스스로 자처해서 신발을 벗는 상황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랙 위에서 저 멀리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또 나의 트랙은 다르다며 멍하니 서서 새로운 트랙이 깔릴 때까지 기다린다. 모두 시선이 밖으로 향해있는 셈이다. 


장인을 찍고자 했던 것은 이런 꾸준함을 닮고 싶어서였다. 전통의 매력보다 작품의 아름다움보다 먼저 장인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시간들과 이제는 무던해진 루틴이 부러웠다. 시선을 외부에 두면 마음이 떠있고 지금의 내 위치를 부정하게 되는데 시선을 안으로 가져다 두면 결국 지금의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오로지 하는 것 이외에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장인이 된다는 것은 수련을 오랫동안 한 도인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사소한 말다툼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예상밖의 사건 사고에 갈피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단지,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조금 더 무던하고 묵직하게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내가 장인을 만나며 느낀 시선을 밖에서 안으로 두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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