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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Feb 08. 2022

인간문화재 영상도감_KULTURE

프롤로그_ 한국의 장인들 내가 남겨볼래! 

지금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성수동 사무실 앞 자주 가는 카페였다.

우연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일본 장인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시청하다가 그 자리에서 40여 편이 넘는 모든 영상을 보았다. 

천천히, 하나하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속에 근사한 작품들이 태어났다. 어떤 것은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가 만든 것처럼 정교하게 보이기도 했고, 작은 디테일을 만들기 위해서 고된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손으로 반복되는 과정의 단순함도 마지막에 드러나는 작품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지금 와서 그때 장인의 영상에 왜 빠졌는가 자문하면 명쾌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대신 그 당시에 나는 '소명'이라는 것에 막연한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영상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조금 더 멋진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생계의 업으로서의 영상이 아닌 영상의 존재 의미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도 장인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장인들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동네에 숨어있는 장인분들을 찍을까? 도장 파는 아저씨, 칼 만드는 아저씨' 그렇게 장인을 담아보자 생각했던 꼬리는 이런 질문에 다다랐다. '장인의 정점에는 누가 있을까?' 그렇게 무형문화재가 떠올랐다. 그리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이름을 짓게 되었다. 


<인간문화재 영상도감>


이 이름을 필두로 우리나라에 수많은 무형문화재를 만나보고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레는 일이었다. 우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제작비였다. 

그렇게 제작비를 마련하겠다고 지원 공모전에도 서류를 제출해보고 무형문화재를 관리하는 전국의 도청과 시청에 제안서와 연락을 모두 돌렸다. 혼자 하기 버거운 일이면 사람을 찾아 같이 작업을 하고 분야를 나눠 조사하기도 했다. 어떤 단체에서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며 칭찬을 듣기도 하고 어떤 단체에서는 그런 식으로 서류 몇 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라며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햇수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제작비는 0원이었다. 영상을 제작하는 것 이외에 예산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그런 곳에 나를 어필하는 것 모든 것에 능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속에 불씨는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촬영감독님을 만나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촬영감독님은 3년 전 그때에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본인과 꼭 같이 하자고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지금과 또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을 무렵. 촬영감독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먼저 찍어보는 건 어때?


3년이 지난 지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변한 것은 단 하나 촬영장에 나 혼자는 아니겠다는 것.

이제 선생님을 찾아야 했다. 알고 있던 무형문화재 장인은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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