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의 시작 남해 마지막 이야기
시골버스_남해편 Ep1.
“누고~?” 할머니 목소리가 먼저 반긴다. 인사와 함께 활짝 웃었다. 여기에선 누굴 만나던지 활짝 웃게 된다. 자고 갈 거라고 말씀드리니 “밥묵읐나?” 하시면서 뭔가를 차려주신다. 예전에는 밥을 직접 했지만, 벌금이 생겼다며 조리된 음식을 내주셨다. 할머니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금세 밥을 먹었다. 나도 모르게 오는 손님들의 돈 계산과 음식을 내어주고 있었다.
본인은 주인이 아니고 알바라고 소개하셨다. 격주로 올라와 관리도 하시고, 음식도 차려주신다고 하신다.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아들처럼 살갑게 대해 주신다. 조용히 생각하려고 했지만, 나도 할머니가 좋아서 티비 보자는 말씀에 같이 할머니와 티비를 봤다. 계속 수염을 깎고 다니라고 하신다.
“아가~” 밤 9시에 할머니가 부르셨다. 윗방으로 넘어가니 컵라면에 공깃밥이 있었다. “이거 묵고 자라” 배가 불렀지만, 이미 컵라면에는 김이 올라오고 있어서 할머니와 같이 먹었다. “할머니 저 콜라 하나 먹을게요” 남해 와서 가장 배부른 밤이었다.
총 이틀을 묵고 떠나는 날이 됐다. 할머니를 안아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그만두었다. 시내에 다녀오면서 포장해온 만두로 내 마음을 전했다.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늦기 전에 다랭이 마을을 둘러보았다. 멋지고 좋았지만,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려서 그다지 내 몸엔 맞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진짜 남해의 모습과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버스 안내 방송이 사라진 지금,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표를 파시는 아저씨와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 중에 5월에 농어촌 버스로 15대가 운행이 되는데 그곳에는 방송을 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날 마지막 버스에서 희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빙긋이 웃었다.
서울에 와서 필름을 맡겼다. 필름을 한 장 한 장 보는데 ’시골버스’가 이야기할 것들이 이미 사진에 찍혀있었다.
-Epilogue-
두모마을 사무장님께 카드 리더기를 보내드리고
체육대회 입장상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금산산장 할머니 말씀 탓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오자마자 수염을 밀었다.
시골버스 남해편 끝.
삼척 편에서 계속.
시골버스_남해편 E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