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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Dec 18. 2023

배 아플 때, 정장제와 지사제

잘 헤어지는 것의 중요성

“아침마다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던 사랑하는 어린이집 떠나가게 되었네. 우리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어깨동무 내 동무 잘 있거라 또 보자.”


어린이집 졸업식 날. 졸업가운에 학사모까지 갖춰 쓰고 올망졸망 앉은 어린이집 친구들 모습이 다들 어찌나 의젓해 보이던지. 졸업장을 받고 졸업가를 부르던 너는 마지막에 눈물까지 보이더라. 어느새 헤어짐을 아쉬워할 줄도 아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대견했어. 엄마도 그 아쉬운 마음에 공감이 가서 손끝으로 살짝 눈물을 찍어냈지. 그렇게 너는 인생 첫 졸업식을 마쳤단다.


4년을 다니며 정든 어린이집 건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헤어지는 건 아쉽고 슬픈 일이지.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일이야. 그리고 어린이집 시절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헤어질 때 ‘좋은 모습으로 헤어지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야.


네 인생 첫 졸업식 날. 처음 입은 학사모와 가운이 네게 참 잘 어울리더라.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잘 헤어지는 것’이 무척 중요해. 이게 무슨 말이냐고?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에서 영양분을 다 얻고 나면 남은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하잖아. 그런데 이 ‘내보내는 일’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가 있지. 어떤 음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바람에 소화기관에 탈을 일으킬 수도 있고, 음식 중 소화시키기 어려운 성분이 위장에 부담을 줘서 배를 아프게 하기도 하지. 이렇게 정상적인 변을 보지 못하고 설사를 하게 되면, 음식과의 헤어짐이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버리는 거야.


대장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과의 헤어짐이 고통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단다. (출처=Pixabay)


우리가 설사를 하는 이유는 대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야. 대장은 소화 과정 맨 마지막에서 수분, 전해질, 그리고 영양분 흡수를 조절해. 만약 나쁜 영향을 주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독성물질이 들어오게 되면 이들을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내기 위해 대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평소보다 수분 분비를 더 증가시키거나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거야. 그러면 장에 있던 변이 원래 모습과 속도대로 나가지 못하고, 평소보다 물기가 많은 상태로 급하게 나갈 수밖에 없게 되지. 참지 못할 정도로 배가 아파 화장실로 뛰어간 경험이 있지? 아랫배가 불편하고 설사를 계속하는 건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대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원래대로 깨끗해지기 위해 청소하느라 그런 거라고 이해하면 돼.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균이나 음식물에서 비롯된 설사를 ‘급성 설사’라고 해. 급성 설사는 ‘감염성 설사’와 ‘비감염성 설사’로 나눌 수 있단다. 감염성 설사는 상하거나 비위생적인 물과 음식에 의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위장에 침입한 경우야. 소화기관이 균에 감염되어 열이 나고 구토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지. 그에 비해 비감염성 설사는 맵거나 차가운 음식 때문에 소화기관이 자극을 받았거나 항생제 복용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영향을 받은 경우에 나타날 수 있어.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설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특별히 주의해야 해. 아이들의 설사는 주로 급성 설사에 해당하고, 보통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었거나, 감기에 걸려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또는 음식물로 인해 소화기관이 부담을 받는 경우 등이야. 보통 설사를 하는 이유가 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들이 설사하는 경우라면 하루~이틀 정도 금식하고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서 지켜봐야 하지.


그런데 어떤 경우는 4주 이상 오래 지속되는 설사도 있어. 이건 ‘만성 설사’라고 하지. 만성 설사는 급성 설사와는 다르게 몸에 있는 질병 때문에 설사를 하는 경우야. 예를 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있는 경우지. 이렇게 질병 때문에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경우에는 약만 써서는 안 되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


설사를 멈추기 위한 약, 즉 ‘지사제’는 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크게 장운동억제제, 흡착제, 그리고 살균제로 나눌 수 있어. 먼저 장운동억제제는 ‘로페라미드’ 성분이 대표적이야. 장의 운동성을 감소시켜 수분을 흡수를 촉진해서 설사 증상을 완화시키지. 수분이 많은 물 설사에 써볼 수 있어. 그런데 만약 설사 원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이라면 장운동억제제를 사용하면 안 돼. 균 배출이 안 되어 감염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야. 열이 나고 복통이 심한 감염성 설사가 아니라면 급성이나 만성 설사에 모두 쓸 수 있지.

로페라미드 성분 지사제 종류(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그리고 ‘흡착제’ 성분의 지사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가 있단다. 장내 세균, 바이러스, 독성물질, 수분 등을 흡착해 함께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해.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심하지 않은 감염성 설사, 비감염성 설사, 그리고 급성이나 만성 설사에 두루 쓸 수 있어. 24개월 이상 어린이도 쓸 수 있는 약이지. 다만 뭐든 흡착해서 내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약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가 있어서 되도록 공복(식전 1시간, 식후 2시간)에, 다른 약과도 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지.

흡착제 성분 지사제 종류(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또 ‘살균제’의 경우, 장내 유해세균을 억제해서 설사를 멎게 하지. ‘아크리놀’, ‘베르베린’, ‘니푸록사지드’, 그리고 ‘구아야콜’이 항균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지사제 성분이야. 항균 역할을 하니 진흙 같은 설사를 하는 감염성 설사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 사용해. 아크리놀과 베르베린 두 성분이 캡슐 안에 같이 함유된 복합 성분 지사제로 주로 사용되는데, 여행 가서 음식이나 물이 맞지 않아 설사가 일어났을 때 써볼 수 있어. 니푸록사지드의 경우 성인용 캡슐과 어린이용 현탁액이 있는데, 몸속으로는 거의 흡수되지 않고 장관 내에서만 항균 작용을 하니 전신 이상반응이 적지. 그리고 구아야콜 성분도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는 성분이지. 구아야콜은 어르신들이 잘 아는 ‘정로환’의 대표 성분이기도 한데, 예전에 냄새가 아주 강했던 ‘크레오소트’ 성분을 함유했었지만 지금은 구아야콜로 바꿔서 나오고 있어.

살균제 성분 지사제 종류(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마지막으로 어떤 지사제를 복용하든 간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증상이 개선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거야. 설사가 멈추었는데도 계속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변비 증상이 이어질 수 있거든.


그리고 사제는 아니지만 설사를 낫게 하기 위해 '정장제'는 경우도 있어. 정장제는 장을 돕는 균으로 만든 약이야. 균이 약이 될수도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대장에는 우리를 돕는 ‘좋은 균’이 살아.  좋은 균들이 장 안에서 소화를 돕거나 면역력을 높이고, 비타민 K 생산과 철분 흡수 같이 인체에 필요한 역할을 해. 특히 변이 잘 만들어져 정상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지. 좋지 않은 음식이나 물, 또는 항생제 때문에 이 '균 마을'이 망가지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게 돼. 이 때 정장제를 복용하면 망가진 대장 안의 균 마을을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이렇게 정장제는 장의 전반적인 기능을 좋게 해주는 약이기 때문에 설사와 변비에 모두 쓸 수 있는 약이야. 주로 캡슐이나 가루 형태로 균을 함유하고 있는데, 많이 쓰이는 정장제로는 ‘Enterococcus faecalis’, ‘Lactobacillus rhamnosus’를 함유한 약들이 있단다.



좋은 만남도 중요하지만, 좋은 헤어짐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 주렴.


음식과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대장의 역할이 참 중요하지? 어떤 일을 잘 마무리하는 걸 ‘유종의 미를 거둔다’라고 말하는데, 대장이 건강해야 음식과의 만남에서도 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대장의 기능을 도와 설사를 멎게 해 주는 지사제와 정장제는 혹시라도 나쁜 인연으로 끝날 수 있는 음식과의 인연을 원래대로 되돌려서 헤어짐을 좋게 만들어 주지.


엄마는 모든 인연은 만남보다 헤어짐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떤 헤어짐이든 마지막은 나쁘지 않게 끝내야 하는 거지. 어떤 사람이 밉다고 해서 ‘저 사람과 다시는 안 볼거야’라는 생각으로 험한 말을 폭탄처럼 던지거나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지.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음식이 우리에게 영양분을 주듯, 사람과의 관계도 내 인생을 키우는 영양분이 되기 때문에 소중히 여겨야 해. 그래서 엄마는 마지막이 ‘나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야. 뭐 특별히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굳이 나쁜 기억을 만들지 않는 거지.


우리가 섭취한 음식과의 인연도 좋게 마무리해서 '별탈없이 잘 내보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된 때는 우리는 지사제와 정장제를 쓸 수 있어. 설사가 지속되면, 즉 마지막 소화 경로를 책임지는 대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음식과의 인연을 힘들게 마무리하게 되잖아. 그래서 지사제를 써서 헤어짐을 나쁘지 않게 마무리해 줄 수 있는 것이지.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더라. 특히 학교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더라고. 직장은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같은 목표를 가지고 모여 일하는 곳이잖아. 편한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관계도 많거든. 학교도 그래. 나와 생각이 다른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어울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니 인간관계가 참 어렵지. 하지만 중요한 건, 반드시 인연에는 끝이 있고, '유종의 미'가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야 하는 거야. 음식이나 사람들과의 좋은 만남도 중요하지만, 좋은 헤어짐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렴.



너와 나의 관계도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겠지. 하지만 모든 대화는 좋게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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