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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Dec 11. 2023

뼈마디가 아플 때, 파스

아픈 관절에 착 붙이면 이만한 게 없지

엄마가 어렸을 적 외할머니댁에 가면 꼭 나던 냄새가 있었어. 특히 할머니 방 화장대 근처에서 가장 진하게 나던 냄새. 바로 ‘파스 냄새’였지. 무릎 관절이 편치 않으셨던 할머니는 아픈 데 파스를 붙이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파스는 왜 그리 냄새가 특이하던지. 톡 쏘는 듯한 그 냄새가 익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파스 냄새는 엄마가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추억의 냄새가 되었어. 그 특별한 냄새가 파스에 담겨 있는 ‘멘톨’ 성분 때문이라는 건, 엄마가 약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고 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단다.   

   

'멘톨' 성분은 '박하'라는 식물에서 유래한 성분이야. 잘 휘발되고 특유의 향을 내지. (출처=Pexels, Research gate)


엄마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관절이나 근육이 아플 때 가끔 파스를 쓰곤 해. 파스를 붙이면 피부가 유독 차갑거나 뜨겁게 느껴지지. 그 특유의 냄새가 여기저기 묻어나고 말이야. 파스 붙인 사람 옆에만 가도 냄새로 알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큰 파스는,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약이야. 파스 냄새와 피부에 주는 느낌이 마치 관절이 치료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야. 어르신들은 아픈 관절에 착 붙이면 이만한 게 없다며 무릎이나 허리에 파스를 쓰시곤 하지.      


약국에 가면 파스만 놓여 있는 진열대가 따로 있을 정도로 파스 종류가 많아. 파란색 또는 빨간색 바탕에 화려하고 강한 도안이 인쇄된 포장에 담긴 수많은 파스가 있지. 포장에 적힌 이름과 이미지가 다 너무 달라서, 도대체 이 파스들은 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할 때가 있었을 거야.      


파스 종류가 무척 많아서 약국에 진열대가 따로 있을 정도야. 파스에 대해 조금만 알면, 필요한 걸 금방 골라 쓸 수 있어. (출처=데일리팜)


‘파스’라는 이름은 독일어인 ‘파스타(Pasta)’를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원래는 연고 또는 치약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피부에 붙여서 쓰는 소염진통제를 부르는 말로 쓰지. 붙이는 파스는 형태에 따라서 ‘플라스타’라고 부르는 첩부제와, ‘카타플라스마’라고 부르는 습포제로 나눌 수 있어. 첩부제는 보통 헝겊, 종이 등에 약물이 들어 있어서 마치 반창고처럼 한 번에 떼서 붙일 수 있는 형태야. 그리고 습포제는 첩부제보다 수분을 더 많이 함유해서 두툼하고, 피부에 붙이기 위해 밀착포를 위에 덧붙여야 하지.     


또, 파스는 어떤 성분을 함유했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성분을 하나만 가진 ‘단일 성분 파스’와,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 성분 파스’야. 단일 성분 파스와 복합 성분 파스는 각자 함유하는 성분 종류가 다르지. 그래서 하는 일도 다른데, 간단히 말하면 단일 성분 파스는 진통‧소염 역할을 하고, 복합 성분 파스는 주로 아픈 부위에 다른 자극을 줘서 아픔을 잊게 해 주는 역할을 해. 단일 성분과 복합 성분 파스 종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볼게.     


먼저 단일 성분 파스에는 ‘소염진통제’ 성분이 들어 있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성분인 케토프로펜, 피록시캄, 플루르비프로펜 같은 성분들이 한 종류씩 들어 있지. 이런 단일 성분 파스는 포장지 앞면과 뒷면에 작게 그 성분명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어. 파스에 들어 있는 소염진통제 성분이 피부로 흡수되면 그 부위의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단다. 먹는 소염진통제를 오래 쓰다 보면 위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이렇게 아픈 부위에 붙여서 쓰는 파스가 효과적이야. 특히 나이가 들어 위가 약해져서 부작용을 조심해야 하는 어르신들이라면 아픈 부위에 파스를 붙여서 소염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지.     


그런데 이런 단일 성분 파스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위에서 말한 NSAIDs 성분은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서 전에 천식을 앓은 적이 있다면 이런 성분을 가진 파스를 사용하지 않아야 해. 또 케토프로펜 성분 파스를 쓰는 경우에는 빛을 받으면 피부 발진이 일어날 수 있으니, 파스를 사용하고 있을 때나 사용하고 나서 2주까지는 옷이나 자외선 차단제 등으로 사용 부위를 가려서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해. 그리고 어린이는 되도록 파스 사용을 하지 않는 게 좋은데, 케토프로펜과 피록시캄은 각각 만 15세 미만 어린이와 만 14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약물과민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야.     


단일 성분 파스와 복합 성분 파스는 용도가 각각 다르지. (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복합 성분 파스는 ‘핫파스’와 ‘쿨파스’로 나눌 수 있어.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핫파스는 따뜻하게 해 주는 온찜질 효과를, 쿨파스는 시원하게 해 주는 냉찜질 효과를 낸다고 보면 돼. 먼저 핫파스에는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나 노닐산바닐아미드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 붙이면 후끈후끈한 느낌을 주지. 핫파스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통증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아픈 부위에 쓰면 효과가 좋아. 반면 쿨파스는 멘톨, 박하유, 캄파 같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붙이면 차가운 느낌을 준단다. 피부에 차가운 느낌을 주니 혈관을 수축시켜서 냉찜질하는 효과가 있지. 갑자기 발목을 삐거나 타박상을 입어서 급성 통증이 있고 붓기가 있는 경우에 많이 쓰인단다.      


쿨파스나 핫파스는 실제로 뜨겁거나 차갑도록 온도를 조절하는 건 아니고, 피부에 그런 ‘느낌’만 주는 거야. 이렇게 차갑거나 뜨거운 느낌을 피부에 주면, 원래 느끼던 고통이 없어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내지. 이런 약을 ‘반대자극제’라고 한단다. 통증을 느끼는 건 그 부위에서 뇌에 보내는 신호 때문인데, 그 부위에서 뜨겁거나 차가운 신호가 동시에 가면 뇌가 헷갈려서 아픈 신호를 잘 받지 못하는 거지. 그래서 고통을 잊고 계속 신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건데, 그렇다고 고통의 근본 원인이 없어진 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해.     


그래서 파스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어. 먼저 파스가 통증의 원인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는 거야. 파스를 붙이고도 통증이 일주일 이상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해. 그리고 파스 붙인 피부를 잘 관찰해야 하는데, 피부 발진이나 알러지가 생기는 것 같으면 즉시 떼어내야 해. 핫파스 같은 경우 파스 붙인 곳에 고온 자극을 주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지. 또 파스를 떼면서 피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가까운 피부를 눌러주면서 천천히 떼고, 너무 단단히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면 1~2분 정도 물에 불린 후 떼어내야 해.     


간단해 보이는 파스도 사용할 때는 주의사항을 꼭 지켜야 해.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어른이 되면 이렇게 다른 고통으로 원래의 고통을 잊는 방법을 써 볼 수 있어. 아픈 관절 위에 착 붙어서, 고통을 잊고 평소처럼 일상을 살게 해 주는 파스처럼 말이야.

나이 들어 오래 사용한 근육과 관절에 생기는 통증은 쉽게 낫기 힘들지. 일상 속에 스며든 고통을 떨치기 힘들 때 파스를 찾게 돼.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떤 파스는 통증과 염증을 없애주고 또 어떤 파스는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찜질해서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 주지. 엄마가 살다 보니 가끔은 그런 방법도 필요한 것 같아. 새로운 자극으로 기존의 고통을 잊는 방법 말이야.     


엄마도 어른이 되고선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엄마 자신에게 다른 고통을 주기도 했단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엄마가 스물 두살 때 좋아하던 사람과 인연이 이어지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거든. 그때 엄마는 떨치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잊으려고 일부러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사서 마시고, 발이 불편한 정도로 높은 구두를 신고 신촌 거리를 혼자 오래 걷곤 했어. 빈속에 마신 에스프레소 때문에 속이 쓰리고 발뒤꿈치는 온통 다 까졌지만, 그렇게 몸을 혹사하고 나면 마음에 난 상처를 조금 덜 느낄 수 있었지.      


스물 두살 시절 엄마는 쓰디쓴 에스프레소와 하이힐 구두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줄 거라 여겼어. (출처=Pexels)


물론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이 방법을 매번 쓸 수는 없겠지만, 가끔 쓰는 건 괜찮은 것 같아. 그 순간에는 잠시나마 아픈 마음을 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나아서 다시 평온해지는 근본적인 방법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는 것뿐이지. 마치 관절이 처음 아플 때 파스를 붙여서 통증을 덜지만, 만약 그래도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아 치료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 서윤아, 너도 나중에 스무 살이 넘어 어른이 되면 이렇게 다른 고통으로 원래의 고통을 잊는 방법을 써 볼 수 있어. 아픈 관절 위에 착 붙어서, 고통을 잊고 평소처럼 일상을 살게 해 주는 파스처럼 말이야.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시간을 잘 보내는 현명한 방법은, 다른 즐거움을 찾아 많이 웃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더라고. 엄마 시도해 본 방법 중에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좋은 향기가 나는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웃긴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떡볶이를 먹는 것이었다는 것도 알려 주고 싶네.          



맛있는 음식이 최고!


<참고문헌>

1) 파스사용법 간편한 파스, 올바르게 사용하자 [식약처와 함께 하는 올바른 약이야기 10]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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