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GMP
몇 달 전,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GMP에 관한 인상 깊은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차의 커리어를 가진 그 친구는, 주니어 시절(그러니까 약 15년 전) 누군가로부터 GMP에 대해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봐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GMP예요.”
저와 친구는 이 말이 GMP의 본질을 얼마나 간결하게 짚어내는지 새삼 감탄하며 웃었습니다.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한 업무든,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든, 누가 봐도 의문 없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GMP 시스템에 몸 담은 실무자는 늘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이거, 다른 사람이 봐도 괜찮겠지?”하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됩니다.
이런 습관은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적으로도 반복되곤 합니다. 바로 ‘자율점검(Self audit)’이라는 형태로 말이죠. 우리 공장은 자율점검을 꽤 ‘빡세게’ 하는 편입니다. 내부 실사이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다른 공장 소속 실사자들이 교차 점검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오송과 향남, 양쪽에서 GMP 실무에 잔뼈가 굵은 예리한 실사자들이 투입되죠. 실사자들이 날카로운 질문과 관찰을 던질 때마다, 내부 실사라기보다 외부 감사에 가까운 긴장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우리 공장 식구들은 지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자율점검에 참여하면서, 그간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 실사자의 지적에 따라 수면 위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 혹은 아예 인지하지 못했던 빈틈이 드러났죠. 담당자로서 “이건 내가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부끄러워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런 발견은 곧 있을 정기 약사감시를 위한 사전 준비이기도 하고 장기적인 개선을 위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GMP 시스템은 높은 수준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한번 견고하게 지어놓으면 끝인 콘크리트 아파트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여기저기 끝없이 손봐야 하는 개미집에 가깝달까요. 그러기 위해선 외부의 시선과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기준을 바로잡아야 하죠. 마치 일정 주기가 도래하면 계측기를 교정(calibration)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울의 측정값이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표준 분동을 써야 하고, 그 표준 분동도 제3자의 교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GMP의 세계에서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교정이 필수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 공장에서는 일년에 두 번씩 자율점검을 빡세게 합니다. 이번 자율점검에서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발견사항이 있었네요. 조치할 포인트들이 드러났으니 이제 CAPA 실행만 남았습니다.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이렇게 다시 한 번 기준점을 바로 세우기 위한 ‘self calibration’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