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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Jan 20. 2021

어쩌다 식물집사

프롤로그

 마당딸린 전원주택, 푸르른 잔디와 따스한 햇살, 그곳에서 나는 호스를 들고 고운 물줄기를 흩날리며 푸르른 나의 정원에 물을 준다. 는 젠장 꿈. 근데 솔직히 이런 꿈 꿔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확신하건데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절대 '나만의 로망'은 아니다. 


 여러모로 답답했던 코시국 덕에 사람들의 정원에 대한 로망은 더욱 불타올랐던 것 같다. 하지만 마당딸린 자가 주택은 당장 (혹은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노릇이니, 이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성비 좋은 방법이 필요했다.


바로 화분이다.


 손바닥 한 뼘 정도의 작은 땅에, 파릇파릇한 식물 한 그루가 담긴 초초초미니 정원인 화분은, 싸게는 몇 천원에서 비싸면 몇 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억 단위의 숫자를 생각해야 하는 집 앞 마당에 비하면 '아, 이런 걸 껌 값이라 하는 구나' 싶다.  


 나 역시 코시국 동안 많은 화분을 들였다. 중간 중간 곁을 떠난 애들을 제외하고 지금 남아있는 애들만도 대충 4~5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백수 주제에, 많이도 들였다. 

얘기 나온 김에 잠시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20대 후반의, 백수이고, 반려동물은 없고 반려인은 한 명 있는, 투룸짜리 오피스텔에 사는, 그런 사람이다. 참 별 거 없는 수식어들 같지만 실은 식물 집사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에 꼭 말해야 할 것들이다. 살림을 오래해서 노하우가 많은 주부도 아니고, 자금력도 부족하고, 반려동물에게 위험한 식물보다는 반려인이 싫어하는 식물을 피해야 하며, 햇빛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간에 산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이러한 환경에서 약 8개월 가량 식물 집사 노릇을 해오고 있다. 사람도 4계절을 다 겪어봐야 안다고 하던데, 식물은 오죽하겠냐마는 아직 채 1년이 안되는 시간 동안 나는 가드닝이라는 취미와 그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코시국에 이제 막 식물에 입문한 나같은 초보 식물 집사들이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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