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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04. 2023

진짜 프.리.미.엄

[라이브 다이어리] 3 _ 사진:unsplash

처남은 나보다 세살 아래다. 한적한 곳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교도관으로 군복무를 했다. 키도 크고 잘 생겼다. 그래서 이런 저련 유명한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자주 출연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일부러 영상을 찾아 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르지만, 아내가 몇몇 영상들을 캡쳐해서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처음 알았다. 엑스트라도 페이가 꽤 다르다는 사실을. 대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얼마전 금이야 옥이야라는 일일 드라마를 처남네 김밥집에서 촬영를 했나 보다. 화면상으로도 참 예쁘게 나왔다. 직원 셋으로 펀딩 회사를 운영하는 처남이 투잡을 시작한 거다. 내가 집안 사정을 알기에 더욱 짠하다. 이것 저것 해보다 아님 말고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전 망한 양꼬치 집에 이어 시작한 김밥집. 지금은 양꼬치 가게를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15년전에는 호불호가 확실한 업종이었단다. 너무 얼리 버드여서 망했다고 인상 좋게 너레를 떠는 게 늘 배울 점이다.  


어제, 처남네 김밥집을 네번째 들렀다. 여의도에 있어서 잘 가지질 않는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한달에 한번꼴로 간 셈이 된다. 처음에는 개업 축하턱을 내려고. 셋이서 김밥집에서 십 몇만원을 먹었다. 아, 물론 다 먹은 건 아니고 그 김밥집에서 파는 오색 누릉지, 오색미도 구입하느라. 오색 누릉지는 지금도 사무실에서 간식 대용으로 아주 잘 챙겨 먹고 있다. 두번째 부터는 아마 열여덟 따님 덕분이지 싶다. 아내와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듣고 있던 따님 두 눈이 더 반짝거렸다. 계산, 오더만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배우 지망생이라는 사실을 듣고 나서. 그렇게 어제처럼 처남이 쉬는 날에도 배고픔을 가장해서.


그런데 처남네 김밥집은 잘 될것 같다. 경영, 뭐 이런 분야에 문외한 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만 봐도. 일단, 맛있다. 맵단짠으로 맛있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맛있다. 꽤 비싸다. 그런데도 어제,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홀에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테이크 아웃을 해서 나왔다. 따님이 늘상 들어가서 후기를 본단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단다. 어제도 왔다가 빈 자리가 없어 돌아서는 젊은층이 여럿 있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가만히 생각해 봤다. 일요일에 <스타버스>에 앉아 오천원이 넘는 아아를 마셨다. 일을 하느라 오래 앉아 있다고 눈치를 주지는 않아 마음은 편하다. 돌아오는 길에 <바게뜨를 사려고 파리>에 들렸다. 그 옆에 00이네 빵집이 있는데, 주차가 빠바가 편해서 그러기가 쉽다. 월요일. 졸업한 아이들이 7월 언제쯤 찾아 온다고 연락이 왔다. 멀리서 오랜만에 오는 거라 쉽게 찾을 수 있는 00역 근처 <어디야>에서 보기로 약속을 했다. 그 아이들이 열 몇살일때는 죄다 검은색 <노페>를 입고 엎드려 있었다. 아마 그 무렵쯤 등골브레이크라는 말이 잠깐 유행했었나 보다.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케이크가 제일 맛있는 곳이 집앞 길건너에 있는 <2썸장소>라고 하시면서 쿠폰을 따박따박 모으신다. 원래 케잌도 드시지 않으시더니. 수요일. 퇴근길에 언제나 사람이 넘쳐나는 <집플러스>에 들렸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와이퍼가 꺽꺽거리기 시작해서 하나 바꿔야 하기 때문에. 와, 그런데 엄청 올랐다. <황소한방에> 와이퍼는 두 개가 4만원 가까이나 한다. 이럴때 내 안의 소비 천사와 지출 악마가 전쟁을 시작한다. 두번 바꾸지 말고 한번에, 한방에 제대로. 


돈만 있으면 된다. 쓱 밀면 다음달 청구서에 한줄이 더 늘어난다. 톡 누르면 한줄 더 늘어난다. 그렇게 쉽게 쉽게 쓰면서 텅~장에 익숙해지면서도 나 스스로 정해 놓은 삶의 품격은 그 기준이 내가 봐도 너무 높지 싶다. 그런데 나만 잘못인 건 아니다. 언제는 카드를 쓰라고 조장하는 광풍에 같이 에헤라디야 놀아나기도 하고, 몇달에 걸쳐 넘어 오는 지난 달, 지지난 달, 지지지지지지지지지난 달의 순간 행복은 잊혀진 지 오래인 쳇바퀴속 다람쥐가 되어 있으니. 거기에 커다랗게 일조한 게 세상 시스템이다. 요즘 참 소비하기 정말 편한 세상이다, 아니 시스템이다. 


한마디가 덧붙히면 마치 나의 삶의 품격이 올라갈 것 같다. 프.리.미.엄. 그래서 나는 프렌차이즈를 조심하려 한다. 같은 이유로 처남네 김밥집이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건강하게 유니크하니까. 그게 진정한 PRIMIUM일테니까. 이 말의 라틴어 어원은 '남보다 먼저 또는 잘 얻은 것'이란다. 굳이 '먼저', 언제나 '잘' 얻을 필요있을까. 한방에 끝날 수 있는 게 인생일지도 모르는데. 염세적인 게 아니다. 항상 먼저, 잘에 집중하는 시간속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상대적 결핍'이 먼저 도드라져 보이는 법이니까 하는 말이다. 프렌차이즈도 프리미엄도 잘못이 없다. 거기에 앞뒤 안가리고 길들여져 날뛴다면, 그런 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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