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지금도 견딜만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위대한 저 태양은 모든 생명의 근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항상 그 존재를 향해 달려가기는커녕 피하려고만 한다. 눈 부셔서, 뜨거워서. 그렇게 얇디얇은 이파리 흔들리는 가느다란 나무 아래도 찾아들게 된다.
하지만 구름만 하랴. 마음이 힘들어할 만큼 열불이 날 때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나를 가려주는 건 덤덤히 흘러가는, 제 갈길 그렇게 달려가는 구름이다. 태양에 제 몸 파사삭 부서지면서 거대한 그늘로 내 온몸을, 마음을 감싸 안아준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뜨겁기만 한 태양빛도 자기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어디 그뿐이랴. 온 세상의 대지가 내가 몸과 마음이 메말라 갈 때는 단비를 뿌려주며 함께 울어준다. 함께 울어주는 위로를 처음 받는 날을 기억해 준다. 그러면서 속삭인다. 느릿하게 걸으라고, 천천히 달리라고. 달리다가 언제나 멈추라고.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뒤로 돌아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또 그런다. 내가 조금 오버라도 할라치면 억수 같은 비를 뿌린다. 바람과 함께, 천둥번개와 함께. 그러면서 알려준다. 나대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한 템포, 두 템포 쉬어 가라고. 그렇게 날 좋던 날을 기억하라고. 그래서 잘 살아남으라고. 자신 뒤에는 항상 태양이 있다고 그렇게 알려 준다.
너도 나도 구름을 올려다보며 아우성하는 이유다. 언제나 구름을 내려다보고 싶어 하는 이유다. 태양과 나 사이에서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있다고 알려주기 때문에. 그 사이를 이어주느라 열 일하는 친구이고 부모이고 그리운 이 이기 때문이다. 구름처럼만이라도 흉내 내며 사는 거, 그게 제일 잘 살아내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