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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20. 2023

비행기에서 11시간동안

Day 2 in Vancouver

아빠, 급급급급급급

네* 비번이 뭐야?


18일 그제 오후. 퇴근하면서 바로 공항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그 전날까지 야근중이었다. 반년 동안 아이들과 했던 이런 저런 교육활동에 대한 기록 초안을 문장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 문장은 내 머릿속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어서 술술 쓰여지지 않는다.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문장화해야 하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문맥을 다듬어야 한다.  


그 사이에 톡이 수십개가 와 있다. 알림 없음. 무음. 그래서 이런 기능을 만들었을 거다. 개발자들이. 참 고맙다. 안쓸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방해를 덜 받으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서. 대부분은 아내와 처형 그리고 나의 톡방. 도착해서 할 일, 하고 싶은 일, 했으면 하는 일에 대해 자매들이 나를 사이에 두고 제안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 사이에 이번에 같이 동행하는 열여덟 따님의 톡도 있었다. 


이코노미 좌석도 여러 유형이 있다. 

갑자기 결정된 일정이다. 그래서 항공권은 있는대로 사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2-3일을 찾아 보고 저장, 취소, 저장, 취소를 반복하다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앉아 있을 때 생기는 허리 통증때문에 고민을 하다 출발 이틀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보통은 E티켓만 확인하고 공항에서 랜덤 좌석으로 발권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렇게 발견한 좌석이 비상구 바로 옆 좌석. 아, 맞다. 좁은 이코노미에 앉아서 저쪽 비상구에 넓직히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실력자(?)인데 했던 기억이. 그런데 그 좌석은 추가 비용을 내고 구매하는 거였다. 나와 따님이 그렇게 앉는 편도 추가비용이 약 30만원. 하지만 그 덕을 충분히 봤다. 자고 기내식 먹고 영상 보는 시간을 빼곤, 계곡 그 공간에서 서성이거나 움직이면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세개의 구역으로 나뉜 긴 비행기의 마지막 구역에 있는 화장실이 위치한 곳. 그 공간에 자주 다국적인들이 볼 일을 보러 와서 서서 대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기내식이 나왔을 무렵에 집중. 나만의 공간으로 활용하는데 정말 충분했다. 


비행기내에서도 운동이 가능하다.

허리와 몇가지 부상때문에 추가로 챙긴 짐이 몇가지 있다. 하나는 요추 보호용 메모리폼 허리 쿠션, 족저근막 스트레칭용 전용 롤러 그리고 야구공 1개. 결론적으로 허리 쿠션은 총 17시간의 비행과 대기 시간 동안 없었으면 큰일이 났지 싶을 정도로 효과 만점이었다. 거기에 비상구 앞 공간에서 요추전만 자세를 한 수백번은 한 듯 하다. 조금 앉아 있다 일어나 허리를 젖힌다. 뒤로 충분히 젖힌 후 잠깐 멈추면서 뒤로 휘어진 느낌을 충분히 느낀다. 아주 천천히. 그렇게 한번에 열 몇번씩 반복해서. 앉아 있을 때는 족저근막 스트레칭용 롤러를 게속 밀고 당기고. 전용 롤러는 발바닥을 전체적으로 마시지. 야구공은 특정 부위를 집중 마사지 하는데 요긴하다. 족저근막염이 생긴 이후 한달간 그렇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거니까. 마지막으로 비행기내를 천천히 돌면서 걸었다. 어둑한 공간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눈이 마주치는 한국 승무원들에게 인사 나누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비행의 맛은 기내식이다. 

인천공항에서 8시 45분 출발.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 그리고 비행기가 만미터 상공에 올라서자 마자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아주 친절한 미소를 버금고 하나씩 하나씩 정성껏 기내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이었다. 메뉴는 치키 가츠 또는 쌈밥. 비행기가 울릉도 상공으로 막 진입할 즈음 난 치킨 가츠를 열여덟 따님은 쌈밥을 시켰다. 둘다 참 맛있었다. 비행을 막 시작했기 때문에 나오는 매우 긍정적인 흥분의 맛만은 아니었다. 특히, 쌈밥은 따님이 먹는 내내 엄지척을 여러 번 할 정도로 맛났다. 그렇게 우리는 독도 상공을 막 벗어나는 걸 보면서 클리어.


두번째 기내식은 도착 1시간 반 전인 태평양 상공에서 나왔다. 낙지 덮밥 또는 돼지고기 덮밥. 우린 둘다 낙지 덮밥. 하지만 두번째 기내식을 따님은 반도 먹지 못했다. 출발할 때는 텐션이 10시간 가까운 비행 동안 가만히 앉아 자다 졸다 화장실 갔다를 반복하면서 셀프 컴다운 된 결과인 듯. 


스토리에 몰입하기 적합한 환경이다. 

비행기안은 적당히 어둑해서 좋다. 몰입도가 좋다. 이번 비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휴대폰에 영화를 쉽게 저장해서 비행기 안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는 걸. 따님이 다운로드 받는 법을 링크를 걸어줬다. 그렇게 따님덕에 휴대폰이 넘칠 정도로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담았다. 그리고 비행기안에서는 그냥 의자에 있는 액정 화면으로만 무엇인가를볼 수 있다는 아날로그틱한 지난 경험에서 처음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이번 비행은 이전과는 다르게 잠이 그렇게 쏟아 졌다. 따님과 어깨를 맞대고 한참을 잔 듯 하다. 물론 폭 떨어져 잠들지는 않았지만 환승을 위해 LA 탐 브래들리 공항에 내려 몸과 마음이 초집중되는 상황을 대비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이 글은 지금 아드님이 사는 동네 스벅에서 올립니다. LA 탐 브래들리 공항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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