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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21. 2023

시차 = 시각 차이

Day 3 in Vancouver

그제는 자정에 도착해서 새벽 3시에 잠들었다. 어제는 일찍 잠들었지만, 푹 잤다 싶었는데 4시간이 조금 지나서 깼다. 새벽 2시에. 그리고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잠들어서 오늘은 오후 1시에 일어났다. 내 몸은 시차 적응 중인 거다. 


밴쿠버와 한국은 16시간의 시차가 난다. 시차는 영국을 기준으로 해가 먼저 뜨는 동쪽 경도 180도까지가 영국보다 시각이 빠르다. 지구가 한 바퀴 도는데 24시간이 걸리니까 경도 한 칸은 15도의 차이가 난다. 그 시간 차이가 1시간이다. 각 나라를 지나는 표준이 되는 경선에서 영국과의 상대적인 거리를 계산하면 된다. 



그래서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밴쿠버는 한국보다 16시간 뒤에 있다. 시차가 난다는 건 경도가 다르다는 거다. 경도가 다르다는 건 물리적인 위치가 다르다는 거다. 위치가 다르다는 건 위도와 경도가 다르다는 거다. 다른 나라라는 거다. 그런 상태에서 수백 년, 수천 년을 따로 살아왔다는 거다. 그래서 서로가 낯설어진다. 


얼마 전 영주권을 받은 조카가 3년 만에 다시 찾은 밴쿠버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저녁을 쐈다. 전형적인 캐네디언 펍.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 가운데에 커다란 스크린에서 라이브로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하고 있는 시끌벅적한 식당. 일인당 20 CAD(한화 약 2만 원) 정도의 메뉴들이 있는 스탠더드 한 식당. 


남성들은 모두 헤어스타일이 이마를 드러내는 거다. 헤어스타일이 이마를 덮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여성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타투를 한 이들은 하도 많아서 하루 이틀 만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많은 여성들은 몸에 밀착된 옷들을 즐겨 입는다. 여름이니까 더욱 그런가 보다. 펍에서 서빙하는 알바들도 모두. 


특히 가슴과 엉덩이를 일부러 강조하 듯한 옷들이 많다. 하의는 레깅스를 입은 경우도 타투만큼 흔하다. 열여덟 따님이 한국을 떠나오는 날 입었던 크롭티. 아내는 너무 노출이라며 갈아입었으면 했다. 그래서 살짝 입을 삐죽거린 따님은 이내 긴팔의 박스형태의 상의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비행하는 내내 엄마말 듣기 잘했다며 추워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퍼펙트, 엑설런트를 자주 즐겨 쓰는 아시안 서버가 식사를 다 끝내고 카드 단말기 같은 것을 들고 왔다. 그리고 조카에게 건넨다. 아, 직접 내 카드를 넣어서 계산하라는 거구나, 했다. 개인 정보에 엄격하니까 카드 소유자가 직접 기계에 넣는 건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하니까. 코로나 이후에 특히. 


그런데 조카는 15%, 18%, 20% 버튼 중 18%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카드를 넣어 계산을 했다. 18%는 팁이었다. 그렇게 묵시적으로 팁을 줘야 했다. 안 좋도 다른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이 그러지는 않는단다. 그런데 그 팁이 요즘에는 30%까지 늘어나는 식당도 있다고 하면서 조카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사라진다. 


외모나 언어가 낯선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보는 건 당연하다. 익숙하지 않다는 건 간단하게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워서 내 몸과 정신이 기억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 불일치가 시차에서 기인하지 싶다. 시차만큼 오랜 시간 동안 다르게 형성된 행동 양식. 그게 문화이니 끼. 다른 문화권에 다른 문화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 싶다. 


그래서 물리적인 시차는 몸과 마음의 시각 차이를 만든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몸과 마음의 태도가 여행자가 아닌 또 다른 일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노하우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래야 소수, 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시각 차이를 이해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시간을 행복하게 채우고, 안전을 더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 마음 역시 시차 적응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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