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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Aug 14. 2023

평생 유용한 대입 수시 전략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 시즌입니다. 6월에 신규 론칭한 나이스(학교생활기록부 시스템)로 인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23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성적이 학교마다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들이 여름방학중일 겁니다. 학창 시절 마지막 여름 방학. 하지만 대한민국 고3들은 물론 고3 담임교사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 어찌 보면 골든 타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기입니다. 


우리 경험에도 그렇지만 지금 아이들도 여전히 결과적으로 나온 성적은 늘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성적의 팩트는 명확합니다. 현실적으로 냉정합니다. 쓰자니 모자라고 버리자니 아까운. 이 상태가 바로 아쉬운 결과의 정체입니다. 그래서 다들 노련한 입시 전문가 입장에서 전략을 짜내려 합니다. 입시 일정상 수시 지원이 먼저이니 우선은 수시전략부터 만들어야 하겠지요.


그 과정이 짧은 여름방학에 1차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학 입학을 전제로 한 입학 상담말입니다. 이 상담에서는 학과, 대학, 전형 유형이 정해져야 합니다. 그게 입시 상담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미세하고 수정하는 게 추가 상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1, 2회의 상담만으로 6번의 기회에 해당하는 학과, 대학, 전형유형을 확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기 중에 꾸준한 입시설명회를 참여하면서 자신의 현실과 이상 간의 셀프 조정을 가지게 됩니다. 올해는 담당 업무가 입시설명회라 더욱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으로 와닿네요. 4월 1차 지필평가 이후부터 7월 2차 지필평가 기간 전까지 집중적으로 월, 화, 수, 목, 금 거의 매일 오후에 한 두 대학씩 학교를 방문합니다. 그러면 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홈페이지나 문서상 나타나지 않는 숨어 있는 사실적인 정보를 현장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번 입시설명회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물론 입시설명회에서 이름 있는 대학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은 현실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꽤 나긴 합니다. 어느 대학은 신청자게 넘쳐 보조 의자를 가져다 놓거나 설명회 내내 서서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어느 대학은 나와 동료 교사 둘이서 학생들 대신해서 들어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학을 전제로 국한해서 말하자면 해당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거기서 거깁니다. 상위권 대학에 하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1차, 2차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까요.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은 거의 모든 학과가 설치된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말 그대로 종합 대학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랭킹보다는 국내 랭킹으로 이미 선긋기가 오랜 관행이 되어 있지요. 기성세대 대부분도 그 관행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 먹고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보다는 좋은 대학 = 행복한 삶의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실제 선택에서 그 실천을 하는 비율이 조금씩 높아 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세(?)는 여전한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대한민국 입시 현실에서는 기정 사실화 되어 있어, 학교 현장에서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어 그대로 옮겨 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3은 인서울, 인서경 하려고 합니다. 인서울은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는 것, 인서경은 인천-서울-경기로 이어지는 수도권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광명상가-한서삼-인가 가 대한민국 내 인지도 TOP 30의 대학들입니다. 이중에서만이라도 올해 스무 곳이 넘는 대학의 입시전략팀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에서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대학 강점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비싼(?) 대학들은 광클을 해도 쉽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동료 선생님의 시도에 대부분 방문을 허락해 주는 윈윈 전략, 뭐 그런 걸로 가능합니다.  


올해 입시설명회가 끝나면서 고3 1학기도 한달여전쯤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8월 중순이니 대입 기준 생활기록부 마감일인 8월 31일까지 2주 정도 남았습니다. 그 사이 최종 결정을 해서 추석 전후로 시작되는 수시 지원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입시설명회를 보는 내내, 아니 아이들 지도를 위해 연수와 여타 정보를 분석하는 내내 정말 진정한 입시 전략, 수시 전략이 무엇인지 의외로 아주 심플하게 정리가 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이 글에서 짧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를 하다 말았던 부분입니다. 어떤 대학을 어떤 전형 유형으로 지원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과보다는 대학의 서열이 먼저 작용하는 게 현실입니다. 여전히. 현실적인 서열이 높은 A대학의 모든 학과가 서열이 낮은 B대학의 어떤 학과보다도 항상 우수하다, 는 보장은 없는데 말입니다. 특화된 학과들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이 있지요. 하지만 객관식 5개 선다형 수능을 전제로 하는 대한민국의 선발 시스템상 학과보다는 대학의 네임벨류가 우선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기준 중에 학업성취도(소위말하는 성적, 현실적인 9등급 시스템에서 최종 획득한 등급)가 가장 우선한다는 겁니다. 그 대학은 몇 등급 정도 되어야 지원이라도 해볼 수 있어, 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지요. 1등급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대학에 7등급 학생이 지원할 수는 있어도 통과하는 경우의 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2등급 정도의 학생은 나 거기 접수했다가 떨어졌잖아 정도의 대리만족으로도 충분한 경우에는 뭐, 여섯 번의 기회중 한두 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 대학은 비슷한 학업성취도의 학생들이 지원한다는 게 결론입니다. 다만, 소수점 첫 번째, 두 번째 자리까지의 학업성취도가 차이 나는 것으로 당락이 결정됩니다. 그럼, 그 정도 차이나는 두 학생이 있다면 대학은 어떤 학생의 손을 들어주려 할까요. 스물다섯 해 동안 지도를 하면서 오히려 이 기준이 참으로 명확하다는 경험치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대학 입학을 위한 기준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졸업하고 20대, 30대를 살아내는 1만 5천 명이 넘는 제자들의 대다수가 증명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기준에 대부분 대학들의 입시설명회 담당 입학사정관들 역시 동의합니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라면 이 학생들을 우선 선발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이번 25일간의 캐나다 방문에서 만난 10여 명의 대학생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던 기준입니다. 사람들이 함께 안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효율적인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선진적인 기준입니다. 그 두 가지 기준이 무엇일까요?


우선은 팀플레이 역량 competencies입니다. 미션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 역량, 지식 정보처리 역량 등으로 세분하며 부르기도 합니다만 결국은 함께 해내는 역량입니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 제시된 Teamwork effectiveness와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결국 훌륭한 인재는 대인 관계 Interpersonal 역량이 우선적으로 우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역량, 어떤까요? 지금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여전히 요구되고 있는 역량이지요. 요즘 10대들이 함께 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 원인에 크게 영향을 끼친 요인중 하나가 그 역량이 뛰어난 어른들을 자주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역량은 프레젠테이션 역량입니다. 발표력이지요. 지금의 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역량이 넘쳐야 하는 세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대부분의 10대, 20대들은 그 디지털 환경에서의 생산자이기보다는 마냥 소비에만 열을 올리는 구조적 디지털 맹아들이 참 많습니다. 이 말은 결국 널려 있는 정보들을 자기 입장에서 분석하고, 해석해서, 목적에 맞게 설득하거나 공유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키오스크 정도, SNS 정도를 소비하는 능력을 결코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 역량은 디지털 유창성 및 디지털 시민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기준 역시 자기 생각을, 판단 근거를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표현하는 발표력. 먹고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반 스물여덟 명의 이 두 가지 기준을 대입이라는 한정적인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작일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기준이 역량으로 발전하여 자기화되는 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이라고 보고 이 두 가지와 관련한 경험의 기회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어릴 때부터 자주 제공해야 하는 게 주변 어른들, 부모들의 임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선진적인 뎁스가 훨씬 더 일찍 준비되어 깊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대학만 보면 이 두 가지를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키우는 학생들은 자신이 얻은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원하는 학과,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핵심은 단 하나. 팀플과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를 반드시 살릴 것,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자신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 단, 이 두 가지가 핵심 전략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략이지요. 앞으로 분명 대입 선발 방식이 대폭이건 소폭이건 수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전략은 이 두 가지가 우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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