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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Aug 15. 2023

욱일기 서핑 기사를 읽고 든 생각

강원도 양양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송이버섯이 떠오르면 옛날 사람. 서핑이 떠올라야 요즘 사람이란다. 자그마한 어촌 양양이 어느 순간에 우리나라 서퍼들의 천국이 되었다. 몇 번을 가보면서 낯선 풍경에 살짝은 이국적이기까지 한 건 다 양쪽으로 나누고 극단으로 비교하는 획일적인 교육을 받은 탓이지 싶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봤던 한 기사가 떠올랐다. 


국내 한 인공 서핑장에 일본인이 보드를 타다 많은 이들에게 제지를 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서핑 보드 바닥에 욱일기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다음 내용을 보니까 그 일본인이라고 표현한 실체가 열 한 살짜리 어린이였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가 외국에서 여러 외국인들에게 지적을 받으면서 적잖게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그 어린이는 욱일기의 의미를 몰랐다고 한다. 누구처럼 몰랐다는 데 어쩌겠는가. 물론 진짜 몰랐을 가능성도 아니면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게 분명하다. 얼마 전 고3 아이들과 함께 수행 평가 주제 중 하나로 독도를 어떻게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적 근거를 들어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하는 항목이 있었다. 여러 주제 중 하나라 선택하는 아이들만 하는 과제였다. 



그중 한 학생의 제안서이다. 우리나라 아이들 대다수가 독도가 우리 땅인 역사적인 근거, 이유를 대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 이유를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초등학생 때부터 구체적이고 꾸준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맞다. 막연하게 우리 영토라고는 주장하지만 대부분은 근거를 제시 하지는 못한다. 나중에 최종 결과를 보니 내 과목을 수강한 학생중 1등을 차지한 학생의 의견이었다. 이 학생이 제안서 끝부분에서 '이유가 없으면 지켜야 할 이유도 없다'는 말이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만 그럴까 싶어 진다. 지금 정국에서는 더더욱.


거꾸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욱일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게 뭐가 문제예요? 하고 오히려 되묻는 어린이들도 꽤 되지 않을까? 이 뉴스를 읽으면서 이게 왜 문제지? 하지 않을까? 그 일본 어린이가 진짜 몰랐다면 일본 내에서 과거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역사 교육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고, 열 한 살짜리가 거짓으로 몰랐다고 하면서 고의적으로 욱일기 보드를 탄 것이라면, 아니면 그 어린이의 부모들이 일부러 그런 보드를 준비해 줬다면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몇십 년 뒤에 독도 교육에 대한 제안을 한 위 학생과 욱일기 보드를 탄 어린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계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연습, 그 연습이 어릴 때부터 꼭 필요하다는 부분이 핵심임은 분명하다. 논리가 약하거나 감정적일 때 목소리만 커지고, 몸으로 몸나이로 하대하는 말투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배우지 못했다는 증명일 테니까. 


그래서 킬러 문항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항의 형태가 핵심이다. 아무리 킬러 문항이 빠지네 마네 해도 어떤 문제는 또 그 역할을 대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 몇 개 중에 한두 개를 고르는 식의 문제로는 도저히 나의 생각을 근거를 들어 표현하는 연습이 되질 못하니까. 속된 말도 진짜 말빨은 논리 싸움이니까.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도리가 없게 만드는 게 지금 평가의 문제이다. 


욱일기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되는 거고, 독도는 이런저런 자료를 근거로 우리의 영토라고! 를 흥분하지 않고 외칠 수 있는 힘과 태도를 가르쳐야 하는 것. 그것은 앞으로 먹고살기 더 힘들어질 우리 아이들의 세대에 필요한 중요한 역량중 하나이다. 어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코워크co-work, 프레젠테이션 역량과 함께.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연습은 나이에 관계없다. 식탁에서, 교실에서, 사무실에서. 그리고 지금에라도 이 연습의 출발점이 몇 십 년 안에 다 사라질 우리들의 몫이라는 것은 쌀로 밥짓는 이야기이다.  



관련 뉴스 - https://v.daum.net/v/2023062611391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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