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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Oct 15. 2023

부모자식부모자식.....

[읽고 쓰는 일요일]8_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이야기의 시작은 열일곱 살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열일곱. 아버지는 태권도를 전공하는 체고 학생이다. 그러나 태권도 시합에서 불공정한 심판을 걷어 찬 다음, 정학을 받고 선배들로부터 구타를 당한다. 물론 폭력은 평상시에도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동갑내기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좋아졌다. 그리고 잤다. 우여곡절 끝에 어린, 먹고 사느라 바쁜, 집안일이 지치는 부모가 된다.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이 글의 주인공, 한아름. 이야기는 아름이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열일곱 살 때부터 시각으로 시작된다. 우연하게도 나의 옛 꾸러기와 동명이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사회생활과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딩엄빠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격려하고 아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아름이는 세 살 이후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된다.      


장기들이 빨리 나이 들어가는 병. 이 병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살아내는, 기적을 보여준다. 어린 아버지, 어머니는 아름이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친구같이, 때론 자식보다 더 어린 부모처럼. 태권도처럼 무엇인가를 아주 잘하지만 동시에 싫어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컴퓨터 게임처럼 아름이와 같이 빠지기도 한다. 옆집 장 씨 할아버지는 아름이의 ‘늙은 친구’이다. 예순 하나인 장 씨 할아버지는 초기 치매끼가 있는 아흔이 넘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먼저 죽은, 하나밖에 없었던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하며 아름이의 말동무가 되어 준다. 그러나 유쾌하다. 그리고 삶의 지혜를 일러주는, 열 일곱 아름이와 대화가 되는 소중한 친구다. 아름이나 ‘사랑은 희망을 싣고’ 모금 방송 이후 접근해 온 서하라는 아이-사실 서하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흔이 다 된 작가 지망생, 그것도 남자인 아저씨였다. 물론 눈까지 멀어 앞을 못 보게 된 아름이의 병실에 찾아와 침묵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와의  사랑에 대해 일갈한다. ‘지도는 여자들이 만들어가는 거고, 남자들은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고.      


방송 덕분에 모인 성금으로 병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지만, 병세는 계속 악화되어 간다. 그 사이의 아픈 간극을, 몸이 먼저 자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을 아름이는 독서로 채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보다 두 배 많은 나이에 넘을 무렵, ‘보고 싶을 거예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물론 그전에 어머니 뱃속에 생긴 아주 어린 자기 동생을 어루만지고 나서. 이 이야기는 힘들지만, 어리지만 가족 간의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팍팍한 삶일수록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지, 독서가 얼마나 의미 있는 활동인지도.   


자식은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갖고 있고,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갖고 있다. 지금껏 기억에 또렷한 문장 하나다. 거의 매일, 매 순간 거울 속에 들어 찬 내 얼굴을 한참 멈춰 들여다본다. 이 문장 이후에 생긴 습관이다. 1인 다역의 내 인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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