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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Oct 06. 2023

놀토에서 불목까지

[#얄쓸#지리] 7




우리나라는 반도국가이다. 이탈리아, 포르투갈이나 캘리포니아 주처럼 큰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형태의 국가. 반은 육지이지만 반은 섬이라는 반도. 그 반도 국가에 한민족이 거주해서 우리 땅은 한반도가 된 거다. 한. 반. 도. 의 지정학적 위치. 지리적 위치가 가지고 오는 정치경제학적 위치. 그 위치의 특징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데 우리의 힘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거다. 마치 한반도 안에서, 아니 전 세계 어느 동네에서 살아가던 요구되는 삶의 지혜다.


반도 국가의 강점은 대륙이건 해양이건 양쪽으로 다 뻗어나갈 수 있는 데 있다. 단 명확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끼리 평화롭고 지혜롭게 살아간다면. 이베리아 반도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만한 면적에 그 인구의 5배가 넘는 인구가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분포하는 국토 불균형이 심해 쉽지만은 않은 전제 조건이긴 하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 전쟁을 겪은 우리 부모 세대부터는 먹고살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매일경제 1975.8.13)


지금 막 화려한 은퇴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 그 부모 세대들이 30,40대 일 때 주 5일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1975년 8월 칼럼이다. 역시 베이비 부머 세 대중 한 명인 전태일 열사가 그 당시 사회에 처음으로 일주일에 며칠, 하루에 몇 시간 일하게 해 달라는, 노동의 기본권이라는 생소한 과제를 던진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 사회적인 이슈의 흐름 속에서 직장인이 된 나에게 다가온 게 놀토였다.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 노는 토요일. 한참을 격주로 놀다 등교하다 했다. 쉬다 출근하다 했다.


2004년부터 2011년 까지는 일반 직장과 학교가 연동해서 자율적으로 마지막 주, 격주로 실시했다.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나는 학교 가는 토요일과 안 가고 '노는 토요일'로 나뉘었다. 말 그대로 노랫말 그대로 '토요일은 즐거워',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온 국민이 온몸으로 경험하기 시작한 거다. 칼럼에서의 제언이 무려 30년이 넘게 걸린 거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직장은 집안에서 최첨단 공장으로 소규모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지를 만들고, 화문석을 짜고, 대나무를 깎아 목공을 하고,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고,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신발 밑창에 눈이 따가운 본드를 바르면서 일하던 노동자 중심의 공업이 철강, 조선, 자동차, 로봇,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최첨단 공업이 한반도의 주력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오는 시기이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산업 구조가 高度化 된 것이다. 글자 그대로 정도와 능률이 높아져 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노동 생산성은 적절한 쉼과 여가가 반드시 필수적이라는 사회적인 의식 역시 고도화될 수 있었다.


가정도 지역도 나라도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잘 벌어야 잘 살 수 있다. 이 문장 하나가 한 국가의 산업 구조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산업 구조는 1차 농임 수산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우리는 1, 2, 3차 합쳐 2020년에 1910조원을 벌었다고 한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된다는 건 이들 간의 비율이 대략 1:2:7 이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을 경제활동 인구의 약 80% 가까이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이 금액의 30% 가까이를 2차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의 갈림길이 되는 게 3차 산업의 뎁스다. 3차 산업은 도소매, 음식 숙박업 같은 소비자 서비스업이 다시 80% 정도의 비율이다. 먹고살고 놀고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출처:KIET 산업연구원)

선진국은 금융, 보험, 법률, 언론 등처럼 기업이 주 소비자가 되는 생산자 서비스업이 비율이 높을수록 세계적인 기업, 다국적 기업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 의료, 교육 등의 4차 산업, 패션, 오락, 레저 등의 5차 산업, 1.2.3차 산업의 융복합 산업까지 다양한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이에 맞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산업 구조가 선진국형 산업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여학생은 간호, 사회복지, 남학생은 경영, 화공생명, 군대 식의 일률적이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타인 추종적인 삶의 지향점이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어느 순간 불금에 빠진 지도 십여 년이 지나간다. 어제 불목이라는 말을 들었다. 가볍게 던진 누군가의 농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삼십 년, 아니 그보다 조금은 더 짧은 세월 속에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면 일주일 내내 일하던 아버지, 주 5일 불금을 즐긴 아들, 불목을 기다리는 자식과 손자들을 한 번에 다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일 안 하고 쉬기만 하면 힘들다. 먹고살면서 쉴 수 있어도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 하지만 일만 하면서 쉬지 못하는 건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의식은 프레임이 바꾼다. 놀토에서 불금으로 틀이 바뀌면서, 전체가 바뀌면서 우리의 의식은 성장해 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상에서 깨닫고 있다. 이제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상식이 된 한국이지 싶다. 그래서 이제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건 더 명확해지지 않았을까.



-----(한 줄 요약)

잘 노는 건 언제나 좋다. 몸에도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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