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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Sep 27. 2023

그래, 나의 오늘은 바로 이거야!

[세상의 모든 물견]5




나무, 플라스틱, 금속. 각각의 재료에 따라 다른 디자인과 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리형, 클립형, 원형, 타원형, 칸칸형, 홀형, 안티슬립형. 비슷한 듯 다 다른 모양입니다. 하나씩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서 단일 물견중에 개수가 가장 많을 겁니다.   


첫 책이 나왔을 때 입었던 자켓,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사시는 이모님한테 선물 받은 가장 비싼 셔츠, 남매가 생일 선물로 사준 처음 접한 컬러가 힙한 바지, 아내가 직접 골라준 블루 넥타이, 마라톤 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입었던 유니폼.


하루의 시작을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나를 도와줍니다. 나의 하루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다 놓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줍니다. 그렇게 매일 반복하는 나를 끝까지 기다려 줍니다. 그러는 사이 나의 땀과 체취, 열정과 사명감, 피곤함과 희망을 양쪽 어깨에 매달고 기억해 줍니다. 


이 물견만큼 나를 잘 기억하는 것도 없을 겁니다. 나의 속과 겉은 물론, 내가 내뱉은 수많은 감탄사, 걱정 어린 혼잣말, 신나던 콧노래, 취기와 한기를 몽땅 다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언제나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다 지켜봐 줘 왔으니까요.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나의 서른두 살도, 아내의 마흔셋도 기억합니다. 향긋했던 아드님의 그해 봄도, 머플러 여미던 따님의 그날 가을도 기억합니다. 한 올 한 올 빠트리지 않고 간직할 수 있도록 항상 당당하게 어깨 딱 벌리고 가지런히 나만을 기다려 줍니다. 


나의 시간여행에 아침, 저녁으로 말을 걸어줍니다.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대상입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가장 솔깃한 칭찬을 해주는 대상에게 손을 내밀게 만듭니다. 오늘은 왠지, 하고 결정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감탄사를 내뱉게 만듭니다. 


그렇게 나의 하루로 나서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아주 흐뭇해할지도 모릅니다. 혹시 내가 밖에 나가 나의 하루를 가득 채우는 동안, 남아 있는 얘들끼리 서로 말을 건네면서 나에게 힘을 줄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 올 나의 단 하루를 위해. 


나와 우리 가족의 아침, 저녁이 걸려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나도 아내도 따님도 언제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항상 같이 걸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다짐합니다. 더 자주 외쳐 보기로. 그래, 나의 오늘은 바로 이거야!



---------(한 줄 요약)

옷걸이는 어깨 당당한 우리 집 추억 저장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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