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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Oct 23. 2023

3주 만에 부자 되는 법

[다시 쓰는 월요일] 9_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부치는 편지



[지금 다시 쓴 글]

2019년 10월.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가만히 하루만 들여다보면 느릿느릿, 밋밋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어제와 같게만 느껴지는 일과들.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 그 사이에서 짐짓 여유 있는 척하고 잠깐 정신 차려 보면 한두 달이 금방이다. 


시간은 흐르는 물 같다, 했다. 돌아오지 못한다는, 두 번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는 경고도 포함한다. 인생의 한 부분을 까먹지 말고, 더욱 애써서 살아내라는 묵직한 조언 말이다. 


나는 내게도 꼭 같이 주어진 시간이 공기같이 느껴진다. 물처럼 공기도 소리와 형태가 있다. 그것들이 담기는 대상에 따라 유연하지만 치밀하게 가득 채울 수 있다. 빈틈없이. 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을 찾아들어 채우듯이 공기가 외면하는 공간은 없다. 물, 공기는 그렇게 언제나 나를 채워준다. 빈틈없이. 


그러나 그런 공기를 물처럼 잊고 산다. 정신 차려 보면 한두 달 금방인 것 같지만, 그 시간 동안 공기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을 약속하면서. 언제나 비슷한 시작과 또 비슷한 마무리로 채우는 또 하나의 하루처럼 보이는 이유다. 평소에 잊고 살다가 정신 차려 보면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꽉 붙들고 흔들고, 살아 넘실거리고, 나를 숨 쉬게 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아마 공기덕에 언제나 비슷한 시작과 또 비슷한 마무리로 채우는 또 하나의 하루처럼 보일지도. 그런데 나를 둘러싼 것들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보면, 매 순간순간이 다 다르다. 출퇴근하는 차 안 가득,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무실 안 가득, 아이들이 그득한 교실 안 가득. 


공기는 날에 따라, 사람에 따라, 나에 따라 무게감이 다르다. 어떤 날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어깨를 짓누르고, 대화를 단절시킨다. 또 어떤 날의 공기는 햇살을 가득 받아 반짝거리면서 가볍다. 가슴을 두드리고 열어젖히고, 사람을 이어준다. 


우리는 서서히 알아 간다. 하루는 다른 하루의 후기이고 예고라는 것을. 후기와 예고편이 반복되면서 나도 세월도 나이 든다, 철든다, 익어 간다. 그러면서 느낀다. 나를 둘러쌓던, 싸고 있는 공기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란 것을. 밀도, 부피, 냄새, 형태 그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게 한결같았다는 것을. 


어제, 3주 만에 부모님을 뵈었다. 언제나 항상 '별일 없지?'를 달고 사신다. 당신들은 별 일 있어도 항상 없다시면서. 3주 내내 '네, 별일 없죠'라며 현란한 마음을 다 잡았다. 나도 이제 그 부모를 조금씩 닮아간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코방에서 매콤하게, 포모나에서 달콤하게 위로받았다.   


언제나 나를 치밀하게 둘러싸고 있는 공기처럼. 부모는 자식 대신 아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옛말에 3년 동안 집에 우환이 없으면 부자 된다고 했어, 라신다. 그 말씀을 듣고 혼자 생각해 봤다. 우린 3주 만에 이미 부자가 다 되었다. 별일 없지? 가 이제 나에게는 어제 그 공기 같지?라고 들린다. 좋다. 






2019년 1028(월)

물 흐르듯공기 같은 시간또 하루 

2019년 10월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참 빠르다. 고개 숙여 하루 하루를 들여다 보면 느릿느릿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어제와 꼭같게만 느껴지는 일과들 그리고 사람들. 그러다가도 짐짓 여유있는 척 하고 잠깐 고개 들어 멀리 돌아보면 한달, 두달은 금방이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는 물같다, 했다. 돌아오지 못한다는, 두 번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을 허투르 보내지 말라는 경고도 포함하고서. 인생의 한 부분을 까먹지 말고, 더욱 애써서 살아내라는 조용한 경고 말이다. 나는 이 시간들이 공기같이 느껴진다. 물은 소리가 들린다. 백색 소음이다. 흐르는 형태도 가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는 소리도 형태도 없다. 평소에 잊고 살다가 정신차려 보면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꽉 붙들고 흔드는 공기. 살아 넘실거리고, 나를 숨쉬게 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공기. 같은 시간, 같아 보이는 또 하루지만 의미는 다 다른 시간. 공기 같은 시간. 출근하는 차 안 가득,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교무실 안 가득, 아이들이 그득한 교실 가득 들어찬 공기. 그 공기는 날에 따라, 사람에 따라, 무리에 따라 무게감이 다르다. 어떤 날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 앉아 있다.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사람간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또 어떤 날의 공기는 햇살을 가득 받아 반짝거리면서 가볍다. 사람들의 가슴을 열어 젖히고, 사람간의 소통을 이어준다. 우리는 안다. 또 하루가 내일의 약속이라는 걸. 그 약속을 꼬박꼬박 지켜내다 보면, 나도 세월도 늙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느낀다. 나를 둘러쌓던, 싸고 있는 공기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란 것을. 밀도, 부피, 냄새, 형태 그 어느것 하나 다르지 않게 한결같았다는 것을. 그 공기를 깊게 들어마시고, 내 뱉으면서 한 나의 말과 행동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공기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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