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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Apr 25. 2022

마음 보정

아주 오래전, 광고 속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사과 회사'에서 사용법을 시연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회사의 창업자가 검은색 반 폴라티를 입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손가락을 휙~ 하고 움직이니, 뒤쪽 큰 화면 위에서 이미지가 옮겨가던 그 장면. 그 이후 짧은 시간에 남녀노소라면 거의 누구가 가지게 된 것이 휴대폰이지요. 그리고 그 속에는 참 수많은 기능을 가진 어플들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휴대폰이 지닌 '스마트'한 기능들 중에서 애용되는 기능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한 수많은 기능을 보유한 여부보다는 가격, 디자인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가장 호응을 하는 스마트한 기능이 '카메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해방감과 안전 사이에서의 줄타기 상황에서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걷다가도 스마트한 폰을 꺼내 빼꼼히 얼굴을 내민 꽃을 찍고, 놀러 가서도, 차 안에서도 그 옆에서 내 얼굴을 나란히 하여 찍고, 친구와 찍고, 가족과 찍습니다. 셔터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 폰 속의 카메라가 정말 어색하게 스마트한 게 기본적으로 그 꽃을, 친구를, 나를 더욱 예쁘게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실물보다 나은'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겁니다. 그래서 교실 속에서 아이들 얼굴도, 프사에서 증사에서 봤던 그 얼굴들이 아닌 겁니다. 검은 피부를 좀 더 하얗게 만드는 수준이 아닙니다. 보정이라는 이름으로 얼굴 형태를 아예 바꿔버리는 겁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보정을 잘하는 곳이 사진 맛집입니다.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외모에 집중하고, 신경 써야 할 아리따운 나이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내 마음과 표정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조금 덜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연습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지 않습니다, 만 경향성은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얼굴 표정이 그 마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보정되지 않으니, 얼굴이라도 보정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면서도 얼른, 마음을 적절하게 보정할 수 있는, 스마트한 기능들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면 아마 팔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백여 년 전에 전기차를 만들어 놓고, 내연기관에 밀린 인류처럼. 


프랑스의 어느 유명한 배우가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진작가 양반, 내 이마의 주름살은 지우지 말아요. 내가 그걸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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