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Nov 27. 2022

친구들

얼마 전 오랫동안 아팠던 

대학 친구 A가 이제 영원히 그만 아프게 되었다.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곳에 파묻혀 조금 덜 슬퍼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 달 초 고등학교 친구 B가 이혼을 했단다.

몇 번의 도전 끝에 그제 세무사 시험을 최종 합격했다는데,

몇 년간 연락이 뜸했던 시간 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오늘 그 소식을 전한 초중고 친구 D와 함께 고향 친구 C의 결혼식에 갔다.

자그마한 회사를 운영하느라 눈코 뜰새 없어 참 좋은 사람을 늦게 만났다고,

머쓱하게 웃는 C가 너무 건강해 보여 내가 다 행복했다.


C의 결혼식 덕분에 강남 한복판에서 오랜만에 D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비싼 커피를 마셨다. 따뜻하고 달콤했다.

D는 지방 근무를 하느라 주중에는 혼자 살고 있어 외로움이 전화에 묻어난다.


내일은 B와 만나 D가 있는 관사로 내려가기 위해 조퇴하고, 연차를 쓰기로 했다.

평소에는 관심이 별로 없던 월드컵 축구가 핑계지만, 위로하고 위로받기 위해.

기꺼이 응원해 주는 아내와 D의 재수씨가 너무 고맙다.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이 가을을 지우고 있지만, 

나처럼 친구들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그렇게, 그렇게 마무리하고 채워가려 한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5km를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