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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Dec 27. 2022

2023년 준비 끄~읏(2)

호(좋아)락호락(즐거워)한 나의 삶을 응원해요

[ 이 글은 https://brunch.co.kr/@yoontea/396 에서 이어집니다. ]




자랑 셋. 묵직한 학습 내용을 좀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바로, 게임요소를 활동지에 기묘하게 넣었다. 소위 요즘 말하는, Gamification적 접근이다. 지금 MZ세대의 끝자락에 있는 10대들은 너투브와 RGRG 게임이 모태 콘텐츠인 아이들. 가끔 수업중에 폰으로 퀴즈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그게 학습내용인데도 불구하고, 기특하게도 그 슬픈, 피곤한 눈망울이 일곱 살 적으로 돌아간다. 나혼자 수업할 때 보다, 그냥 듣기만 할때보다 훨씬 지들끼리 질서도 잘 지키고, 매너도 좋아진다. 그래서, 과감하게 다시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안개처럼 몇해전부터 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몸은 서너 달 전부터 움직였다. 연수를 듣고, 내 과목에 접목하려고 힘썼다. 애썼다. 아직은 자연스레 게이미피케이션이 구현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핑계는 넘친다. '야, 너희는 고3이야' 이 한마디면 아이들은 입 꾹. 물론 소수의 학생들만. 고3님들이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못하면서도 스트레스는 똑같이 받는, 미성년자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놀고 싶기만 한거다. 

그래서 더 게임처럼 해야 하지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그 섬에서 조차도 '진도'는 항상 현실 압박이다. 여하튼, 그래서 65개로 압축한 주제를 다시 스무 개의 방으로 꾸몄다. A부터 T까지. 물론 '가상의 방'이다. 이 과정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건전한(?) '방탈출' 게임을 머릿속에 계속 그리면서. 그러다 아래와 같이 도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방마다 [방탈출]을 위한 KEY를 '퀘스트 Quest'란 활동으로 텍스트화했다. 아래 이미지속 검은색 키워드들이다. 숫자대로 따라가면서 자신이 지나온 세부 학습요소에 대해 도대체 아는지 모르는지, 뭘 잘 알고, 무엇을 도무지 이해 못 하는지를 [점수보관소]라고 이름 붙인 아래 양식에 스스로 체크할 수 있도록. 자기 평가다. 체크는 '별이 다섯 개~'처럼 직관적으로 별 개수로 표기했다. '경험치'라는 네이밍을 붙이고서. 물론 별 개수가 많을수록 중요하다는 의미. 이 부분을 만드는 데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원래 이 부분은 수업 중에 나의 입을 통해, 간략한 판서를 통해 나가는 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메타인지를 넘나드는 아이들과 인지력조차 없는 아이들이 한강 얼음짱 갈라지듯 나눠지는 단계이다. 이 퀘스트 부분에 바로 성취기준 - '국가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꼭 이 부분은 가르쳐야 한다'라는 국룰 같은 지침 - 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 매단원 형성평가 문항의 기초이고, 특히 아이들이 특히 고3님들이 목을 매는 1학기 중간, 기말고사 문항 예고편이다. 이렇게 해 놓으니 출제하는 나도 벌써부터 마음 편하다.  


자랑 넷. 수행평가다. 취지는 좋다. 전적으로 수행평가를 확대해서, 지필평가를 없애는 선진국형 평가 방식이 빨리 온누리 구석구석 파고드는 날이 오기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필에 수행까지(!) 해야 하는 건 아이들에게 부담이 넘친다. 요 부분을 파고들어 마치, 수시가 수행이 문제인 듯 몰아가는 광풍이 몇 해 전 훑었다. 모든 이가 전문가지만 아무도 끝가지 관심을 두지 않는 교육 문제, 를 이야기하는 건 이제 입이 아프다. 난 언제나 지금이, 오늘이 가장 좋다, 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려 한다. 가지고 태어난 디엔에이가 부정적인 면이 강한 데다, 가치와 의미에 너무 불어넣으면 삶이, 오늘이 살짝 피폐해진다. 아, 또 교육론? 여기서 멈춥니다!


그래서 도전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수행평가, 내가 하고 싶었던 수행평가, 이것저것을 모두 모아 아이들에게 선택하라 하려고. 이름도 거창하게 '학생주도성 성장중심' 선택형 수행평가. 물론 수행 4개 영역 중 한 영역이지만, 10점이지만 말이다. 성격은 물론 재능도, 관심도, 다중지능도, 엠비티아도, 집도, 생김도, 성도 다 다른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한 가지만 하라고. 쓰라고, 외우라고, 그리라고 하는 건 너무나 힘겹다. 애들이. 그래서 절충안으로 아래처럼 만들었다. 이 표의 모티브 역시 'Tic-Tac-Toe' 게임. 물론 평가계획안 - 어떤 근거로 어떤 채점 기준으로 몇 점을 부여할 것인가를 상세하게 밝혀서 대국민 서비스에 공개되어야 하는 법적 문서 - 을 만드는 게 얇은 책 수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힘들어하는, 재미없어하는, 특히 자기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아니 뭐든지 '표현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어떤 남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이 표는 이 전국 최초(!) 공개입니다요. 혹 현장에서 같은 전공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소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지금껏 자랑한 교재에는 여러 개의 부속 파일들이 있다. 그 모든 파일은 나를 선택한,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결심한, 인생의 첫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고3님들한테 피디에프 파일로 무상으로 제공된다. 반복해서 제공된다.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은 싸가지 지상주의의 꼰대 세대가 아니다. 싸가지는 상대적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싸가지 없는 사람일수도 있는 것. 교실속에서 그것 조금 있다 없다 때문에 입씨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계속 실패한다. 그냥, 내가 아이들앞에서 먼저 싸가지 있게 행동하면 된다. 아, 어른도 저렇게 하는구나를 보여주면 된다. 그럼, 나를 무너뜨리려는 아이들은 지금껏, 1만명 넘게 만난 아이들 중 기억속에 한 둘이었다. 그 대신 내가 주목하는 건, 아이들의 성공이다. 크지 않은, 아주 작지만 좋은 기억말이다. 그저 작은 퀘스트 하나에서라도 '스스로 성공'해봤다는 기분 좋은 경험치다. 그게 쌓여야 한다. 그래야 속이 조금은 더 단단해진다. 어쩌다 어른이 되겠지만, 힘겨워도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년에 만날 아이들도 올해처럼, 이런 아이, 저런 아이 섞여 있을 거다. 기대하지 않는다. 극적으로 모든 조건이 개선되는 오늘은, 그날은 없다. 살아보니. 그저, 내가, 내 마음이, 내 태도가 변해 있으면 그날이 가장 좋은 날이더라.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그저 그런 날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원쯤은 빌어도 괜찮을 꺼다. 


지담님! 참, 대단하세요. 기특해요. 그러니까 더 힘내세요. 잘하고 있어요~ 올 한해 너무 수고하셨어요. 내년에도 즐겁게 잘 해봐요~ 나 자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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