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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Mar 16. 2023

껌과 담배, 어떤 게 더 해로운가요?

10여 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겁 없을 때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주변의 격려에 취해 어쩌다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간간히 판매가 되는지 온라인 총판에서 여전히 검색히 되고 있네요. 출판사에서 2탄에 대한 압박(?)도 이제는 사그라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시 써야 하는데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그건 저의 몫이고. 글을 쓴다는 건, 책을 낸다는 건 한 명의 독자를 위한 위대한 정신적 활동이라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됩니다. 오래전 제가 쓴 10년 전의 책을 저보다도 훨씬 자세하고, 깊이 있게 정리하신 어느 분의 블로그 글을 발견하고 나서는 더욱. 잠깐 그 내용을 정리해 보니다. 




수업 행복 과제1 : 아침을 먹자
피곤하고 힘들어도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 무엇을 먹든, 꼭 먹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유쾌하게 싸울 수 있는 에너지가 솟아나고, 폭식을 막아 더부룩한 오후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빈속이어도 더부룩해도 모두 예민해진다.-38쪽


수업 행복 과제2: 어려운 이유를 알자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여교사, 신임 교사, 기간제 교사, 초등학교 교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중학교 교사는 가르치는 기술의 부족을 호소하는 반면,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 위주의 정책 때문에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지 못하는 면을 호소한다. 수업에서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는 중학교에 근무하는 고참 교사들이다.-55쪽


수업 행복 과제3 : 두려움에 솔직하자
교실 수업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두려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서로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서로 친절하게 부탁하기'의 기술이다. -60쪽


수업 행복과제4: 수업 목표를 명확히 하자
'자기 자신의 수업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명확히 하는 순간 수업은 변하기 시작한다. 다만 어떤 목표를 가진 수업이건 자신의 삶과 연결 짓지 못하는 교과내용으로만 '채워지는' 수업은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지금 이 책을 스스로 읽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명심해야 할 이야기이다.-70쪽


수업 행복 과제5 : '간극'을 좁히는 시도를 하자
여러 가지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수업시간에 해야 할 것은 '가르치려는 것'과 '배우려는 것' 사이에 벌어져 있는 간극을 좁히려는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뿐이다.-85쪽


수업 행복 과제6 : '차이'를 인정하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차이'를 나와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고 치부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수업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상황들이 진심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물론 동료 교사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91쪽


수업 행복 과제7 : '호감'을 보여주자
수업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교실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자세가 교사의 마음에 내면화되어야 한다. 내면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상황 설명 없이 교사 혼자 매서운 눈초리로만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습관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97쪽


수업 행복 과제8 : 수업 형태를 명확히 하라
내가 어떤 형태의 수업을 바라는지, 수업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철학이 있는 수업이 가능하고, 그 속에서 일관성 있고 안정된 자기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다.-101쪽


수업 행복 과제9 : 멘토를 만들자!
교사들이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 병드는 것은 학교에 문제가 있을 때 개인적으로 싸워야 하는 외로운 학교문화 때문이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멘토와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교실 수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나의 멘토는 늘 가까운 곳에 있다.-125쪽


수업 행복 과제10 : 읽을 기회를 주자
가면 수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가 너무 많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가면을 벗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에게 자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수업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큰 과제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130쪽


수업 행복 과제11 : 학교는 일주일의 리듬놀이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모든 정답이 있다. 하루하루가 채워지지 않으면 일주일도 한 달도 일 년도 만들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다면, 일주일간의 자기 리듬을 찾아야 한다. 리듬이 있는 반복과 단순한 반복의 연속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136쪽


수업 행복 과제12 : 바람직한 경험을 많이 갖게 하라
두뇌에서 시냅스의 전정이 일어나는 십 대 아이들은 '좋은 경험', '긍정적인 경험'에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그러한 기회는 그 어떤 가르침보다도 중요하다. 수업에서 자신의 의견을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표현해 보는 경험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149쪽


수업 행복 과제13 : 남학생과 여학생을 차별하자
같은 상황에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를 세심하게 고려하는 교사는 갈등의 중심에서 조금은 더 멀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154쪽


수업 행복 과제14 : 안목이 우선 필요하다
교사는 언제나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가를 잘 살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상태의 아이인가를 분별해 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극단적인 갈등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면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하려다 더 큰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161쪽


수업 행복 과제15 : 좋은 꿈을 꾸기 위한 기술
벤자민 프랭클린의 에세이를 조지 로저스가 엮어낸 "덕의 기술"에서 프랭클린은 '좋은 꿈을 꾸기 위한 기술'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
1. 잠자는 동안에도 침실에 신선한 공기를 꾸준히 공급하기 ...
2. 잠자기 전에 적당량의 식사만 하기 ...
3. 얇고 공기구멍이 많은 침구 쓰기 ...
4. 불편함에 잠을 자다 깼다면? 베개를 두드려 뒤집어 놓고 이불을 20번 이상 흔들어 턴 다음 이불을 젖힌 채로 잠시 둔다. 그리고 옷을 벗고 피부에 쌓인 노폐물이 날아가도록 방 안을 걸어 다닌다. 그러면 공기가 건조하고 차가워지면서 곧 효과가 나타난다. 공기가 차게 느껴질 때 침대로 돌아오면 기분 좋게 잠을 잘 수 있다. ...
5. 4번조차 귀찮다면? ...한쪽 팔과 다리로 이불을 들어 올려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을 20번 반복하면 포화상태였던 배출 물질이 날아가서 잠을 편안히 잘 수 있다. 그러나 앞의 방법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177쪽


수업 행복 과제16 : 수업은 수다 한판이다
어떤 형태의 수업 모형이든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을 수다쟁이로 만드는 게 목표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수업에서 자기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떠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고, 수업이 산다.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는 아이들을 수다스럽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수업일수록 교사의 말수는 줄어든다.-192쪽


수업 행복 과제17 : 내 수업교재로 같이 놀자
수업교재를 직접 만들어 쓰면 많은 점에서 편리하다. 가장 편리한 점은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제대로 같이 놀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생각을 말한다.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다 그러고 있는 자신들을 보면서 우쭐해한다. 잘 노는 반 아이들의 수업은 늘 기다려진다.-199쪽


수업 행복 과제18 : 규칙을 공유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인간은 존중받으면 저항하지 않는다. 수업에서 아이들과 규칙을 함께 만들어 적용하려는 도전은 아이들을 존중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아이들도 교사의 이 노력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금방 잊기 때문에 문제이다. 그래서 교사가 필요하다. 상기시키고 꾸준히 적용하기 위해서 말이다.-202쪽


수업 행복 과제19 : 가장 훌륭한 수업 도우미
좋은 책은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가장 훌륭한 수업 도우미이다. 문제는 읽고 자기 생각을 수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는가에 있다. 읽는 것과 적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220쪽


수업 행복 과제20 : 가장 위험한 수업도우미
좋은 영상은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영상 자체를 이용하는 수업은 위험하다. 그런 수업에서 아이들은 영상과 수업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교사가 의도하는 부분만 짧게 인용하고 시청 후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넘쳐나는 영상은 분명 요긴한 수업자료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225쪽


수업 행복 과제21 : 비교는 모두를 파괴한다
가만히 놓아두어도 비교되는 세상에서 교사가 앞장서서 비교하는 것은 모두를 파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많은 이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비교의 늪으로 빠뜨려서는 안 된다. 정말 비교하고 싶다면 남의 것이 아닌 자기 것과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 없는 발전이 가능하다. -233쪽


수업 행복 과제22 : 정신적 쾌락을 즐겨라
가르치는 직업은 정신을 활용하는 노동이다. 신경 쓰이는 일들이 평일에서 주말로, 다시 평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적 쾌락을 즐겨보자. 운동, 여행, 예술체험, 책 읽기, 종교 활동 등과 같은 정신적 쾌락을 누리다 보면 피로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맑아질 것이다. 이것은 품위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정신 활동이다.-236쪽


수업 행복 과제23 : 동료를 존중하자
우리의 수업은 분업이다. 내가 들어가는 교실에는 많은 동료들의 온기와 도전이 함께 녹아 있다. 그것을 깨고 자신의 것으로만 채우는 것은 한두 번의 특강일 뿐이다. 그들의 온기와 도전 속에 나의 것을 조화롭게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곧 내 수업을 사랑하고 동료를 존중하는 방법이다.-247쪽


수업 행복 과제24 : 수업 공개는 교실 환기이다
꼭꼭 닫혀 있는 실내는 탁한 공기로 그득해진다. 자주 환기를 시켜 신선한 공기로 바꿔줘야 생명이 싹틀 수 있다. 그래야 잦은 감기와 알레르기성 비염이 개선된다. 수업 공개는 탁한 내 수업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교실 환기이다. 자주 하면 할수록 나와 아이들이 함께 더 건강해진다.-260쪽


수업 행복 과제25 :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여하자
교실의 이야기는 그 원리가 모두 같다. 다만, 그 사실을 모르고 혼자 고군분투하기 때문에 해결도 되지 않고 지쳐만 가는 것이다.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 나눠야 자기 치유력이 생긴다. 교실에서의 긍정적 에너지는 치유되었거나 치유 중인 교사에게서만 나온다.-264쪽


수업 행복 과제26 : 나도 관리자임을 잊지 말자
나도 한 학급의 관리자이다. 담임으로서 교과 담임으로서. 다른 관리자에게서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말보다는 글로 관리자에게 정중히, 지속적으로 제안하자.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269쪽


수업 행복 과제27 : 아이들의 부모와 소통하자
수업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다른 가정, 다른 부모에게서 왔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야 하고, 따라서 담임처럼 그 아이의 부모와 소통이 필요하다. 수업은 교실 밖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276쪽


수업 행복 과제28 : 오늘의 행복을 보여주자
오늘 하루 차분하게 평화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교사의 삶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대로 행복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교실에서 교사들이 먼저 행복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사가 행복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289쪽


수업 행복 과제29 : 밝은 점을 찾아보자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수업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다만, 교실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에 덮여 있을 뿐이다. 그 거대한 장막을 거둬내는 몫은 교사에게 있다. 수업에서 밝은 점을 찾고 그들에게 장막을 거둬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교사도 아이들도 살아난다.-297쪽


출처:https://blog.aladin.co.kr/774420113/5597410





참, 많은 이야기를 했었군요. 부족한 신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블로거님께 정중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모든 교사는 담임입니다. 담임은 임무를 담당한 교사이니까요. 그 임무가 수업이고, 학급인 거죠. 교감과 교장을 제외한 모든 교사는 구체적인 교과(과목)를 가르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담임입니다. 그중에서 학급수만큼의 교사는 학급담임입니다. 학급담임은 교과담임을 겸임합니다. 그래서 학교에 있는 모든 교사는 담임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 담임의 역할이 학급담임에서 교과담임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옮겨갈 겁니다. 이미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는 거지요. 우리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반' - 물론 이 표현 역시 일제의 잔재입니다만, 버스처럼 대체어가 마땅치 않아서, 익숙해서 그렇게 부르고 불려집니다 - 의 온기와 냉기를 지금 학생들은 경험할 확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0대들은 가정,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 사회로 나가야 할까요? 우리는 이미 거대한 실험에서 그 해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돌림병이라는 천재지변 때문에 말이죠. 단지, 학습, 공부, 질문을 위해서라면 오프라인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되긴 됩니다. 편, 불편의 문제, 에듀테크의 기술적의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학습된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이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현장의 많은 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수많은 과제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현장에서는 미래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 살아갈 지금의 10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그들이 무엇을 배우고 고민하고 사회로 녹아들어야 할까요?


이미 수많은 지점에서 입시를 목표로 하는 학습, 학교의 역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우려의 핵심은 모범 답안 또는 정해진 답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입시 시스템이 과연 지금 10대들이 살아 낼 미래 사회에서 던져질 질문들을 해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가이지요. 높은 수준의 암기 능력은 우리가 살아 낸 시점들보다 훨씬 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과학적 질문들이 난무할 미래 사회가 지니고 있을 내재적 성질과는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건 이 점을 역설적으로 우리 어른들 - 가르치는 이들과 10대들을 학교로, 학원으로, 공부방으로 보내는 보호자들 - 보다 무의식적으로 먼저 느끼는 건 지금의 고등학생들입니다. 이미 자신의 진로와 관심 분야를 언급할 때 과거의 인기와 영광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살아보니 '간판보다는...'에 동조하게 된 부모, 특히 학부모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10여 년 전 책을 쓸 무렵, 독일-프랑스-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이미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다양한 탐구 활동이 가능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은 모두 일정 기간 동안 하나의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협력 프로젝트 수업이었습니다.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같은 10대라는 점만을 고려하면 우리도, 앞으로라도 변화가 필요한 점은 분명합니다.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그 학교는 주택가에 주택처럼 위치하고 있던 사립고였습니다. 일단, 그 학교를 가기 위해 걷던 주택가 이면도로. 우리의 모습처럼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했던 건 주차된 차와 차 사이에 너무 좁았습니다. 어떻게 주차를 했지, 그리고 어떻게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의 닿아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사이 파란색 승용차가 빠져나오려고 하는 걸 봤습니다. 아, 그런데 그냥 쉽게 빠져나오더군요. 그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자기차의 앞뒤 범퍼를 이용해서 앞뒤차의 범퍼를 살짝살짝 부딪치면서 밀어내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한참 동안 같이 봤습니다. 그리고는 쉬는 시간. 그때의 학생들은 우리 아이들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복도를 서성이고. 그런데 몇몇의 아이들이 그리고 한두 명의 교사들이 계단을 내려가 자그마한 운동장 같은 마당을 건너 교문밖으로 몰려서 나가더군요. 그 모습을 2층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간 교사는 대저택의 철문 같은 교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학생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서 흡연을 하더군요.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저도 그런 경험(?)이 꽤 있어 놀랍기보다는 신선했습니다. 나중에 교감선생님의 이야기를 가이드를 통해 들었습니다. 복도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캠페인 문구 같은 종이에는 '교내에서는 대중의 안전을 위해 껌은 절대 씹을 수 없다'라고. 그런데 담배는 교외에서 허용한다고. 결국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그 관점을 논의, 합의하고 실천에서 오는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과정이 살아 있다는 게 우리와의 차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이 된다, 안된다는 그 문화가 형성된 시간과 공간의 산물이니까 다 다를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필요한 건 바로 논의, 합의, 실천에 대한 피드백 과정에 대한 공유입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커뮤니티에서. 지금 높은 수준의 암기력을 요구받는, 그런 공부 때문에 바쁜 아이들이 자영업자로, 사원으로, 팀장으로, CEO로, 의사로, 디자이너로, 개발자로, 판사로, 작가로, 무용가로, 경찰로, 아티스트로, 어른으로, 자신으로 살아내야 할 미래사회가 이미 던져둔 화두입니다. 베이비부머-X세대-MZ세대라고 호칭으로 구분된다는 건 시대마다 화두가 다르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지금의 고등학생들과 그들의 동생 세대들에게는 잘 만들어진 디지털 기기들을 올바른 목적과 방법으로 잘 활용해서,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 팀으로 제안하고 동참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정과 학교, 10대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모든 장소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모든 어른들은 담임입니다. 학급담임이면서 교과담임입니다. 지리를 담당하면서 3학년 몇 반을 담당하는, 음식과 건강을 담당하는, 수면과 정신을 담당하는, 상담을 담당하는, 내면의 성찰과 기억을 담당하는, 이동과 안전을 담당하는, 운동과 활동을 담당하는, 이런 담당을 중복으로 담당하는. 그 담임들의 역할은 세밀한 관찰자, 깊이 있는 상담자, 포트폴리오 기록자, 멀티플레이어 강연자, 랩퍼, 팀티칭 팀장, 함께하는 실천가, 기록하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는 그 과정에서 담임인, 어른인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잘못된 균형 감각(이 균형 감각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이야기하고 싶네요) - 한쪽으로 치우치면, 튀면 비정상,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 - 이 전수되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의 색깔을 찾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합니다.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그게 우리에게 던져 진 화두라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도전을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도전을 하는 우리가, 담임이 많아지만 수능이, 대학이 아니 대한민국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게 될 겁니다. 



((이 글은 https://brunch.co.kr/@jidam/559 여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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