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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Mar 21. 2023

모든 글이 위대한 이유

사진: Unsplash의hannah grace

2021년 9월 이전

지상 최대의 과제는 한 가지였습니다. 


'뭐 먹지?'


2021년 9월 이후 

지상 최대의 과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뭐 쓰지?'


모든 글은 그렇게 탄생한 글입니다. 심지어는 지금 쓰는 이 글마저도. 

천재 작가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분량에 관계없이 하나의 글을 쓴다는 건 

만 가지 단어와 이만 가지 생각과 오만 가지 고민이 녹여난 결과물이니까요. 


휘리릭 써 내려가는 그런 글은 없습니다. 적어도 나는. 

뭐, 가끔 쉽게 써지는 듯한 글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그 글이 나중에 읽을 때도 항상 괜찮다는 건  아니잖아요. 


어제처럼 야근을 하고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어도

지금처럼 4시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도 

한편이 완성되는 데는 두서너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평균적으로.


물론 글감이 떠오를 때 이런저런 방식으로 서랍에 미리 저장에 둔 것에서 출발을 했을 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써야 할지를 쓰는 게 더 어렵지요.

게다가 1시간에서 2시간이 걸린다고 완성된 글을 의미하는 건 역시 아니니까요. 

세상에 내보이고 나면 항상 고치고 싶어 집니다. 

내보내는 버튼 누르는 순간 고치고 싶어 집니다. 

글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헛헛함이 담겨 있습니다. 


깊은 바다 수면 위에서 허우적 되는 생각, 단어들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단어들이 풍덩 빠졌다가 결국 익사합니다. 

다행히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거나 나타나기도 한 것들끼리 어울리지 못할 때도 다반사입니다.


이것들이 조화롭게 잘 버무려져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도 그렇게 읽게 되는 글이 됩니다. 
그래서 글에는 수없이 고개, 언덕, 웅덩이, 습지, 쩍쩍 갈라져 버린 생명 없는 땅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 위를 걷고, 달리고, 뛰고, 뒹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은 그 사람의 세월 그 사람의 시간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감정 그 사람의 단어 그 사람의 고민 그 사람의 후회 그 사람의 행복 그 사람의 기쁨 그 사람의 슬픔 그 사람의 분노 그 사람의 노여움 그 사람의 두려움 그 사람의 조급함 그 사람의 찬란함 그 사람의 위대함 그 사람의 아늑함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결과물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몸 쓰고 마음 쓰며 [지금, 여기, 언제나의 오늘]을 살아내려 합니다. 

자신으로 좀 더 잘 살아내려 몸 쓰고 마음 쓰다 글까지 쓰는 겁니다. 그래서 쓰는 겁니다. 

몸, 마음을 다 바쳐 쓰기로 했다는 자체가 위대한 실천인 겁니다.


그래서 어떤 글이건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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