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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02. 2023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젊음의 연습일

어제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6월 모고일이었다. 모의고사. 말 그대로 모의다. D-168이었던 어제는 그 디데이인 수능을 겨냥한 연습이다. 물론 요즘에는 그 디데이가 해당이 없다는 아이들도 실제는 꽤 있다. 그래서 모고일에 이래저래 사연을 달고 등교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는 모고 때마다 아프기도 하고. 하지만 반대편의 많은 아이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연습이다. 


해당 과목의 공부 정도를 셀프 평가하는 요긴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OMR 답안지 마킹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모든 시험이 다 그렇지만 잘 풀고 마킹을 망치면. 상상만 해도 이미 안타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연습은 집을 나서려고 피곤한 몸을 일으키고 움직여서 여덟 시부터 오후 네 시 삼십 칠 분까지 오백 십칠 분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일지도. 지금 다시 하라면 이 연습이 아마 제일 힘들지 싶다. 


마킹 연습할 때 함께 기록해야 하는 내용 중에 '필적 확인란'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이 답안지가 누구 건지를 찾아볼 수 있는 법적인 근거로 제시된 문구를 써야 하는 거다. 그래서 그 문구에는 유사시(?)에 본인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기술적 요소가 몇 가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마다 필적이 매우 상이한 ㄹ, ㅁ, ㅂ 중 2개 이상, 겹받침이 반드시 한 개 이상 포함된 열두 자 에서 열아홉 자 사이여야 한다.  


전국의 학생들이 같은 시각에 같이 쓰는 문구인 셈이다. 제시된 이유는 무겁지만 공부하느라 고생인 10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내용으로 주로 선정된다. 그래서 때때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2023 6월 모고, 어제의 문구는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젊음으로'였다. 2005년 이후에 여러 모고에서 제시된 필적 확인란 문구로 공부를 하건 안하건 그냥 버티는 연습, 생산성 있게 버티는 연습을 너무 일찍 시작하는 대한민국 10대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봤다. 혹여나 고래가 못되더라도 시냇물의 고마움을 잊지 말기를 바라면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포도빛 향기에 취해만 가는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너는. 흙덩이의 무게를 이기고 올라오는 싹, 거친 돌이 다듬어져 조각이 되듯,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차다. 


두꺼운 땅 껍질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내게 오는 모든 것은 다 축복이었단다. 그대 참 괜찮은 사람, 함께라 더 좋은 사람, 아름다운 네 모습 잃지 않았으면,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그 길에서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꽃초롱불 밝히듯 눈을 밝히기 때문이다. 손금에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그 자리에 늘 그렇게.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바다와 하늘 위를 연습하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젊음이어라,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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