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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01. 2023

아듀! 2023 스프링

사진: Unsplash

#2월 마지막 주~3월 첫째 주_2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은 영하 3도. 낮에도 9도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아 춥다. 삼일절 아침은 조금은 풀린 느낌이다. 창가에 기대어 있으니 노곤한데, 창문을 열어 거실로 들어오는 바람이 아직 냉기 가득하다. 옆에 있던 타닥이가 몸을 부르르 흔들어 댄다. 처음 고3이 된 아이들은 대부분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다. 그리고 절반 정도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3월 둘째 주_자켓안에 반팔을 입었더니 팔 소매가 서늘하다. 일교차가 크다. 머플러를 해야 보온이 된다. 하지만 낮에는 더웠다. 20도가 넘는 날도 이틀 정도.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데 자켓 소매를 걷어 올려야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심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니 목이 칼칼해진다.  


#3월 셋째 주_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새벽에 글 쓰는 베란다 공기가 냉하다. 낮에도 10도 언저리에서 머문다. 수요일 출근길은 안개, 황사 지옥이다. 앞 차가 희미하게 뿌옇게도 잘 안 보인다. 자그마한 하얀 트럭이 길모퉁이에 누워 있다. 저런. 


#3월 넷째 주_지난주보다 훨씬 더 낮기온이 올라갔다. 목요일에 22도가 넘더니, 수요일에는 25를 넘겼다. 덥다. 반팔입고 수업한다. 점심때 걷는데 자켓을 들고 걸어야 한다. 이번주도 황사는 여전하다. 교실에는 감기 기운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산불이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주 건조하다. 내 입도 코도 바싹바싹 말라간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물을 계속 마시고 있다.  


#3월 다섯째 주_다시 수요일부터 낮 기온이 주욱 올라가더니, 금요일 한낮에는 24도 가까이 올랐다. 덥다. 이런 날은 보통 안개가 자주 낀다. 안개가 낀다는 건 지면이 열을 받아 수증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는 시간마다 약하지만 안개가 스물거린다. 그런 날 낮에는 영락없이 기온이 오른다. 아이들을 데리고 펀그라운드에서 토론 수업을 하는데, 에어컨을 켜야 하나 싶다. 


#4월 첫째 주_화수목 사흘 내내 봄비가 내렸다. 양이 꽤 많았다. 전국이 동시 다발로 발생한 여덟 군데 산불이 일순간에 완전 진화되어 다행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바람까지 많이 불어 꽤 추웠다. 일팔 청춘 따님이 감기에 걸렸다. 학교텃밭에서는 도시농부들이 각자의 밭에 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재바른 이는 감자 씨앗, 상추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봄비는 쌀비다.


#4월 둘째 주_월요일에는 따뜻했다. 그런데 화요일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 이번 비는 지난주 봄비와 다르게 바람이 거세게 분다. 텃밭을 가보려로 내려갔다가 한 손으로 잡은 우산을 두 손 꼭 감싸 쥐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강릉에서는 큰 불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점심때였다. 도로가 주택뒤로 산불이 강풍에 벌건 손을 벌리고 달려 내려오는 영상을 보니 더 걱정이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라운드 위로 햇살이 슬쩍 비치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단톡방에 한 분이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갑자기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고. 마침 화요일 그날. 한국지리 시간에 아이들과 수업을 한 내용이 바로 이 내용이다.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울, 경기 지역은 비가 내린다. 강풍도 분다. 그런데 강릉은 건조하다. 그래서 큰 산불이 꺼지지 않고 번진다. 푄이다.


#5월 둘째 주_화요일, 수요일 낮 기온이 30도가 넘었다. 다행히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후덥 하지는 않다. 하지만 초여름이 아니라 한여름 기온이 나타난다. 올해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돌리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름에는. 틀어 놓고 자켓을 입더라도. 


#5월 마지막 주_토일월 연휴,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집 앞에도. 본머스 앞 소돌에도. 빨간 등대 위에도. 습도가 높아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켜야 한다. 그러다 5월 마지막 날, 어제. 햇살이 가득하다. 바람은 봄 끝이 여름 자락을 슬며시 잡아당긴다. 아침 출근길에 뉴스에서는 이게 분단국가의 아픔이네 어쩌네 어그로가 난리다. 대피하라 난리다. 내가 잘했네, 네가 잘 못했네 또 난리다. 2023년의 봄도 사람도 이렇게 끝까지 변덕이다. 그래도 올봄에는 넉넉하게 쓰는 덕에 그 변덕에도 흔들림이 덜 했지 싶다. 


철이 변화하는 거, 구경 그냥 해. 구경하는 건 다 값을 내야지. 변덕 정도에 몸서리 치지 말고. 꽃이 데려 온 봄의 고향은 원래 깡깡 얼은 겨울이었다는 거, 잊지 않았잖아. 봄꽃도 한때야. 이렇게 인생 또 하나의 봄이 가고 이제 더울 날만 남았네. 그래도 오월 한가득 사랑을 더 짙게 배웠네. 변덕스러운 날씨속에 나를 지켜 준 건 사랑뿐이었다는 걸 다시 짙게 배웠네. 유월 그날에 내 인생의 길목에는 또 어떤 꽃이 사랑으로 피어 오를까. 뜨거운 설렘으로 살아내야지. 우리, 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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