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May 02. 2023

메이 데이, 메이데이

5월 1일. 월요일. 어제였습니다. 평소 15분에 집에서 내려가는데 어제는 17분에 차를 출발합니다. 평소보다 5분 정도 더 일찍 움직입니다. 첫 번째 만나는 경사 급한 내리막길. 저 멀리 보이는 신호등 뒤로 3개의 차선에 몇 대의 차만 보입니다. 그러다 순간 초록빛으로 바뀝니다. 내가 달려 내려가는 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언제나 차가 많은 오거리. 나는 1차선 또는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그런데 차가 없습니다. 역시 5분 일찍의 차이입니다. 바짝 따라붙지 않고 편안하게 좌회전합니다. 좌회전 후 쭈욱 뻗은 도로에도 차가 몇 대 없습니다. 역시 5분 일찍의 덕입니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가는 동안에도 차선을 변경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내 속도대로 마음 편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목적지에 거의 다 닿은 순간, 좌회전 하나만 남았습니다. 포켓차로처럼 생긴 좁은 좌회전 차선. 언제나 주행 차선까지 밀려 차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두 번 정도는 기다려야 신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앞 차가 두 대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포켓 차로로 접어들자마자 초록신호로 탁하고 바뀝니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차가 없었는지. 경쟁하듯 달리지 않고 마음 편안하게 왔는지. 5월 1일은 메이 데이였습니다.


지난달처럼 따님과 같이 출근을 하면 하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할 수 있어 잠깐 일을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출근을 하면 오히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말이죠. 물론 현장에 등장해서는 내 안의 돈 버는 또 다른 나로 3단 변신을 하게 됩니다.  


1886년 5월 1일. 최초의 메이May 데이day 날이었습니다. 메이 데이는 8시간의 노동 시간 확보를 위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맞바꾼 날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많은 나라의 이름 모를 노동자들 덕분에 어제 출근길이 그토록 편안했던 겁니다.


프랑스어 Viens m'aider (비엥 메이데르-나를 도와달라)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해서 채택되었다는 구조 신호. Mayday Mayday Mayday.... May day와 구분하기 위해 붙여서, 반드시 3번 외치는 룰을 감안하더라도 우연치고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labor의 어원은 labere(짐을 지고 비틀거리다).


쉬건 안 쉬건 못 쉬건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맡은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수고로움을 하는 모든 이들은 노동-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일하는-자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아우성을 귀담아듣는, 노동으로 3단 변신하기 더 좋은 세상이 되어야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노동이 근로가 아니듯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의 건행을 기원합니다.



"우리도 이제 노동일은 않을 테야

일해 봐도 보람도 없는 그런 일은 않을 테야

겨우 연명할 만큼 주면서 생각할 틈도 안 주다니

진절머리가 난다네

우리도 햇볕을 보고 싶다네 꽃 냄새도 맡아보고 싶다네

하나님이 내려주신 축복인데 우린들 아니 볼 수 없다네

우리는 여덟 시간만 일하려네

조선소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점포에서

우리는 힘을 길러 왔다네

우리 이제 여덟 시간만 일하세

여덟 시간은 휴식하고 남은 여덟 시간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  

 1886년 5월 1일, 노동자들이 시가행진 때 부른 노래(출처:ㅍㅍㅅㅅ)




작가의 이전글 Drama.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