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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10. 2023

쓸 궁리

살아가다 보면 곰곰이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 마음, 돈, 시간 등을 어떻게 쓸까 고민합니다. 바로 궁리입니다. 

 

오늘도 난 주어진 일을 위해 몸 쓸 궁리를 합니다. 먹고 사느라 돈 쓸 궁리를 합니다. 그러는 사이사이에서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잘 쓸 궁리를 합니다. 또 그러는 궁리 사이사이에서 마음 잘 쓸 궁리도 해야 합니다. 잘 따져야 깊이 있게 잘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하루의 일상을 소중한 여행으로 느끼기에 참 좋은 궁리는 글 쓸 궁리가 제일이지 싶습니다. 잘 먹고 잘 쉬기, 걷기, 잘 달리기, 잘 듣고 잘 말하는 마디마디마다 기쁨, 슬픔, 기다림, 감탄, 설렘, 한탄, 다짐, 각오, 다시 시작이 뒤섞인 장면을 놓치지 않는 여행감 잃지 않기.  


처음 글을 쓸 때는 잘 쓰는지, 못 쓰는지, 글로 무엇을 할지, 글에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살면서 하는 몸과 마음, 돈과 시간을 어찌 쓰는지에 대한 궁리에 대해 쓰고 싶어 썼지요. 그러면서 쓰는 대로 사는 것보다 사는 대로 쓰는 거, 그게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궁리를 궁리하다 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다른 궁리보다 글 쓸 궁리에 필요 없는 욕심이 붙어 버리면 사는 대로 쓰는 게 쉽지 않아 집니다. 안 그래도 살다 보면 그 어떤 궁리도 이기는 습관을 만드는 데 필연적으로 힘들거나 귀찮은 지 모르는 절정의 오르막처럼 자연스레 끝없어 보이는, 멈추고 싶은 어둑한 내리막도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궁리 중에 글 쓸 궁리가 최고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글 쓸 궁리는 내 삶을 내가 제일 먼저 잘 들여다볼 궁리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모든 글은 밋밋한 듯 한 내 삶에서 나온 위대한 결과물인 게 분명합니다. 꼴같지 않은 꼴은 있어도 글같지 않은 글은 없는 겁니다. 


글을 쓴다는 건 적어도 글속에서 나와 주변을 제대로 들여다 보려고 애쓰는 궁리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투박하게 녹아 있건 세련되게 녹아 있건 그건 자주, 자꾸 쓰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자꾸 하면 내가 나를 이기게 되는, 그렇게 좋은 습관으로 남게 됩니다. 이기는 습관은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다. 


글 쓸 궁리는 나의 삶에 의미와 재미라는 향신료를 듬뿍듬뿍 뿌려주는 좋은 습관입니다. 그러다 보면 글 속에서부터 나의 부족함과 넘침이 강약이 속도가 욕심이 자연스레 조절되는 자정능력이라는 인생 면역력이 키워지지 싶습니다. 


건물 밖으로 몇 발자국 나가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햇살이 내 몸에 만들어 넣는 비타민 D처럼. 분명한 것은 그저 이만큼이라도 글 쓸 궁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주어지는 요즘이, 오늘이, 지금이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인 거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행복할 궁리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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