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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11. 2023

걷다 여행하다

[일상여행6]...사진:unslapsh

탈것들의 발달은 공간 간의 시간 거리를 단축시킨다는 의미일 뿐이다. 결국은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한 뒤, 그 공간 내에서의 움직임 자체가 더 큰 의미의 여행이다. 탈것들의 역할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 물론 탈것 자체에서 나를, 누군가를 만나고 그것이 내 인생의 강력한 영양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잘 먹고, 푹 자면서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나는 탈것들의 근본적인 역할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다.                


탈것들을 통해 더 작은 공간에서 공간으로 조금은 빠르게, 편하게 이동을 한다. 우리는 더 작은 그 공간을 흔히 지역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역은 지리적 특성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표상의 공간 범위를 말한다. 어렵다. 좀 더 흔한 표현으로 다시 한번. 지역은 작은 장소들도 나뉠 수 있다. 포인트는 그 장소가 가지는 지리적 특성을 찾아보는 것. 그게 떠남의 전부이다. 뭐, 우리가 잘못 배운, 지금도 잘 못 가르치고 있는 암기 과목, 지리 공부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 음식을 왜 먹는지,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풍부하고 부족한 지, 이 골목은, 여기 상점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겼는지, 저런 물건을 파는지. 왜 저런 옷을 입고, 저런 표현을 쓰는지.                          



그렇다고 나는 돌다리를 수선하고 있는 저 사람들 옆을 지나가기를 꺼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시는 없는지, 또 나의 반성의 재료는 없는지 알아볼 것이다. 숲과 돌 등 자연의 광대한 모습만을 보려는 것도 일종의 편협함이다. 위대한 지혜는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로의 일기'                         


일정 기간 비용을 모은다. 먼저 다녀온 이들의 정보를 얻는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경로를 확정한다. 멈춘다. 떠난다. 잔다. 먹는다. 본다. 체험한다. 이동한다. 멈춘다. 잔다. 먹는다. 본다. 체험 대신 쉰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다. 다시, 이동한다. 잔다. 먹는다. 본다. 체험한다. 이동한다. 다시 잔다. 다시 먹는다. 다시 본다. 또 체험한다. 구경한다. 다시 이동한다. 돌아온다. 그 이후 언젠가의 다른 멈춤을 다시 나의 일상에서, 갈구하기 시작한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그 갈증을 채워야 한다. 편협함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나의 삶에 필요한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늘 다니는 골목, 도로, 자주 보는 경관, 익숙한 이들과 관련한 활동 속에서.                 


여기에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운동.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자기 몸을 이완시키고, 작은 근육들을 단련시킬 수 있는 모든 움직이면 된다. 제자리에 서서, 잠깐 앉아 있을 때, 침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수란이 익어가는 몇 분 동안이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작은 동작 몇 개들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에서 말한 지리적 특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음식을 먹고, 잠을 잔다. 적당하게 잘 먹고, 푹 자야 잘 본다. 그곳이 어디건. 그렇기에 음식도 잠도 모두 여행의 중요한 활동 요소인 것은 당연하다. 잠, 음식, 운동이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필수 요소인 것이다. 


그 필수 요소들을 바탕으로 내가 있는 공간(지역-장소)과 시각을 바르게 느낄 수 있는 방법. 그게 바로 걷기다.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 그게 여행에서 얻는 지혜의 본질이다. 그래서 걸어야 한다. 걷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다. 잘 걸어야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드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걷기는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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