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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07. 2023

아일랜드 호핑 몽

파란 하늘이 거울처럼 비추는 파랑 바다. 그 하늘을 올려다봤다. 주변에는 내가 아는 이들이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처음 올라 선 섬이었다. 어, 여기도 저기도 다 섬이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 위에 뽈록뽈록. 나는 모래산으로 되어 있는 곳을 밟고 있었다. 숲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얼굴 없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 했지만 끝까지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둥둥 떠있는 수많은 섬 위에 온 가족이 다 모였다. 엄마, 아버지, 어머니, 나, 아내, 아드님, 따님.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건 남매 아주 어릴 적 부모님 네 분을 모시고 온천 여행을 다녀온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웃고만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드님은 왼팔에 커다란 타투를 했다며 검은색 장미  그림을 치켜세우고 자랑을 하느라 난리였다. 그 얼굴이 딱 네댓 살 때 눈 오는 날 뒤집힌 우산을 들고 뛰어다닐 때 불그스레했던 얼굴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세상 한가득 가슴을 펴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젖혔다. 눈물이 그렁그렁할 만큼 행복했다. 눈부신 햇살 때문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섬 저 섬으로 뛰어다니면서 온 세상을 다 품었다. 바다를 마구마구 건너뛰어다녔다. 맑게 웃는 가족들 얼굴을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계속했다.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아라, 그게 안된다면 늦게 늦게 깨어 나라.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다. 꿈에서 본 바닷물 같다. 하늘 같다. 크게 맑다.


정말로 꿈이었다. 짙푸르게 찐득한 꿈이었다. 가족과 함께 아일랜드 호핑을 하는 꿈이었다. 천둥, 번개가 정신없이 몰아쳤다는 데 나는 그 소리조차 듣지를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출근을 하면서 꿈 이야기를 했다. 옆에 있던 따님한테 내가 원래 잠귀가 밝은데....라고 하니 그런다. 내가 절대 잠귀가 밝은 게 아니라고 타박한다. 그 타박에도 기분이 좋다. 날이 더워져도 좋다. 더우니까 여름이다. 마음 속에 한 가득  가족들의 섬이 그득하다.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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