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Jun 26. 2023

연 같은 인생

올해 장마가 시작되는군요. 이 새벽 창문을 후두둑, 후두둑 때립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선선한 공기속에 있으니 더더욱 뜨겁게 찬란했던 그때가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연의 꿈은 언제나 단 하나. 하늘을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연으로 태어난 걸 안 이후부터 내내. 질기고 아주 아주 긴 연 줄도, 바람을 이겨내는 연 살도 튼튼하게 만들면서. 그렇게 아주 오래, 잘 준비해서 멀리 멀리 자기 세상을 향해 떠나는 그 꿈을 꾸었습니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날들을 더위도 추위도 지겨움도 외로움도 이겨내면서 그렇게 그렇게 날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훨훨 그렇게 그리던 하늘을 마음껏 날 줄 알았습니다. 바람만 있으면 햇살만 좋으면 그렇게 자유롭게 날 줄 알았습니다. 


떠나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떠나 보지 않은 세상은 언제나 나를 위해 존재하고 기다려주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무관심했습니다. 어떻게 떠나왔는지, 어디로 다시 떠나갈 것인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각자의 흔들거리는 삶속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속에서 매 순간의 일과속에서. 각자 그렇게 아둥거리는 거였습니다. 이미 연 줄은 언제 끊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연은 그렇게 그리던 하늘을 한참 올려다 봅니다. 그렇게 날다가 나뭇가지에 걸리고서야 어렴풋이 알듯 말듯 해졌습니다.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인지. 그러면서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오래 전 이미 끊어진 연줄 대신 나를 잡아 준 나뭇가지를 보고나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연 줄 없이 혼자 하늘을 나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니,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그 어둡고 희미한 백열등 아래로 고꾸라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면서도 연 줄 대신 잡아 주는 나뭇가지가 고마운 지 원망스러운 지 분간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느낍니다. 잡아주면 달아나려 하고 놓아주면 잡아달라 하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고. 달아나려 하고 잡아달라 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힘좋고 느낌좋은 때였을지 모른다고. 그렇게 훨훨 날아다니면서 내려다 보던 수많은 길들 구석구석에 자신의 발자욱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발자욱처럼 달아나려 해도도 잡아주려 해도, 아무도, 여전히 신경쓰지 않는 시간이 곧 올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사색이 되게 만든 나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