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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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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2. 2016

공학도는 UX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공돌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낀 점

저는 대학교에서 공대를 나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업공학을 공부했습니다(거기에 경제학 복수전공도 하기는 했지만요...) 어쩌다 어쩌다 같은 대학교 안에 있는 Human Centered Design커리큘럼의 석사과정을 전공하고, 또 어쩌다 어쩌다보니 한국에 돌아와 지금은 UX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나온 석사과정은 이름은 EDI(Engineering Design and Innovation)라고 하는데요, 앞에 Engineering을 붙인 이유가 특이합니다.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한 공대생만 지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 당시 저희 석사과정을 거치는 학생들이 공대전공자였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저희 석사 프로그램들은 산업연계 프로젝트들을 많이했었는데요(제 기수는 P&G, Samsung, 그리고 Benevolent라고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서비스와 프로젝트를 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시에는 어느정도 실제 구동이 되는 prototype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의 공대생이라는 background가 단순히 prototype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면만이 아닌 UX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더 많은 관점과 가치를 더해줬는지 서서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공학도출신의 UX디자이너의 장점들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1.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는 고객경험의 가치를 더 깊이 공감합니다.  

공대에서는 논리적이고, 기계적이고, 정량적인 사고방식을 깊게 학습합니다. 모든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고 해결해야하며, 막상 그렇게 몰입해서 공부를 하다보면 세상 모든일이 그렇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되고 풀릴 수 있을것이라는 착각마저 들기도 합니다(물론 제가 그랬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세상이,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량적인 분석방식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많은 현상들이 있다는것을 깨닳는 순간, 그리고 그 '사람 냄새'가 필요한 영역을 UX(Human Centered Design, Design Thinking)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채울 수 있다고 깨닳는 순간, 공학도들은 UX의 진면목은 물론 그 가치에 대해서 깊게 공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가치를 깊게 이해하는 UX디자이너에게서는 당연히 더 고객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아이디어와 경험들이 나올 확률이 높겠지요. 이렇게만 얘기를 하면 너무 교과서같이 들릴 수 있으니, 한번 어설프지만 예를들어 설명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놀이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천룡열차를 타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지나가지만 줄이 짧아지기는 커녕 대기시간만 늘어날뿐이고, 고객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기만 합니다. 해당 문제를 산업공학도에게 전달을 한다면, 아마도 Queueing Theory등을 활용해서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의 분포도를 파악하고, 각 시간대의 대기시간등을 예측하여 각 시간대에 맞는 놀이기구의 운행시간 간격을 조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제가 산업공학도로서 그렇게까지 모범생은 아니었는지 이정도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고작 요정도입니다 ㅎ;;) 하지만 UX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놀이공원에 온 사람들이 기대하는 경험부터 시작하기에, 대기시간의 줄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만히 서서 체험할 수 있는 놀이공원의 경험들'을 고민할지도 모릅니다. 예를들자면, 일부러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동선을 대기줄이 가장 길어지는 놀이기구 근처로 두어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 조차도 즐길수있도록 말이죠. 같은 문제와 현상을 두고서도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확연한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입니다. 


2.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도출할 줄 압니다.  

개인적으로 고객가치를 깊게 공감하는 능력은 굳이 공대생이 아니라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얘기하려고 하는 이 능력은 공대생이 아니면 쉽게 갖추기 어렵습니다. 바로 '현실적인'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죠. 위의 예를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UX를 중심으로 문제를 접근했을때 단순히 대기 줄을 줄이려는 방식보다는 그 대기의 경험마저도 고객들의 '놀이공원의 즐거운 경험'의 일부로 만들려고 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요? 그 다음이 바로 공대생으로서의 현실적이고 정량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영역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대기를 하고 있는 요일별 시간대는 언제일까요? 퍼레이드가 지나갈 수 있는 놀이기구의 수는 총 15개라고 했을때, 과연 어떤 순서로, 어떤 속도로 지나가야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퍼레이드가 노출이되고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까 위에서 말한 분석 방식들을 통해서 분석 및 예측이 가능합니다. '대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자'라고 하는 아이디어는 반쪽자리 솔루션입니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테스트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고 성과를 측정할 것이며, 그 기회비용등에 대해서 정량적으로 분석해서 증명할 수 있는 UX디자이너야 말로 진정한 솔루션을 내는 사람입니다. 


3.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는 개발자들과 협업을 쉽게 할 줄 압니다.

공학도 출신인 UX디자이너가 각각 전문영역의 지식은 상대적으로 낮을지 몰라도 광범위한 영역을 고민하면서 문제를 접근한다고 하면, 개발자들은 반대로 한 분야를 깊게 판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는 개발자의 사고방식을(정량적, 논리적, 이성적) 공감하고 실제로 그런 시스템적 사고방식으로 사고를 할 수도 있기에 대화를 해 나가는데, 그리고 협업을 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저 또한 현재 회사에서 이벤트 페이지등을 제작을 할 경우 Front-end 코딩을 하면서 Back-end개발자와 협업을 자주 하는데요, 그 결과 저희 서비스의 시스템의 구조 및 개발 방식등을 많이 이해할수 있게 되었고, 또한 서비스에 기술관련 이슈들이 발생했을때 현실적인 프로젝트의 작업강도와 작업 필요시간등을 예상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업무 역시 모든 담당자들의 리소스와 스케쥴에 맞춰 한단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저 같은 경우는 개발자들과 협업을 할때 일부러 불필요하게 어려운 개발 요건들은 아에 빼고 고민을 하거나, 필요한 기능일 경우에도 대체안들을 준비하거나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본적인 업무 앞단의 과정에서 낭비가 최소화 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되지요. 이런 저의 노력 덕분인지는 사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직까지 협업을 진행했던 개발자들 중 저와 일하는게 어렵다거나 힘들다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신임을 얻게 되는 순간부터 내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능들과 경험들은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을 넘은 한단계 더 높은 개발적 관점과 더해지면서 애초에 기대한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게 되지요. 개발자와 이상적인 협업을 했을때의 가장 멋진 그림은 이런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ㅎ (물론 아직 저도 멀었다는건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


왠지 있어보이고 싶어서 세가지의 이유로 풀어서 설명을 드리기는 했지만, 이 세가지 이유를 근본적인 한가지 이유로 추려본다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는 정성적인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정량적이고 논리적인 개념으로 해석하고 풀어낼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가 그렇다는것은 아니고, 모든 비 공학도 출신 UX디자이너가 해당 역량을 갖추지 않는다는것은 아닙니다. 저만 보더라도 제 주변에 어설픈 공학지식과 논리력으로 업무를 '입으로만 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치를 떨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의 UX디자이너 커리어에서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멘토님이 미대 출신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공대생출신 UX디자이너들에게 쓸데없는 자존감이나 높여주려고 하려는것보다는 UX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하는 역량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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