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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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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6. 2016

스타트업에서 지향해야 하는 UX

스타트업에 가장 어울리는 UX를 고민해 봤습니다

Intro. 

얼마 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친구 회사를 방문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친구가 자기 서비스에 대한 UX적 조언이 필요하다는 말에 냉큼 휴가를 내고 친구 회사를 가 봤습니다. 친구를 만나 서비스의 방향성에 대한 분석을 해보고, 또 서비스 UX Flow에 대한 고민을 짧게나마 나눠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날 저녁 친구와 저녁을 가볍게 먹고 스타트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본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스타트업에서 지향해야 하는 UX'라는 주제입니다. 


UX 디자인은 기업/서비스의 성숙도에 따라 그 목적과 포커스 또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기업에서의 UX 포커스는 디자인과 디테일에 맞추어져 있습니다(왜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는 제 전 포스팅인 '한국 대기업에서 UX가 망하는 이유'를 참고 바랍니다). 전문가 집단으로 운영되는 대기업에서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업무를 진행하기에, UX 디자이너는 경우 자신의 R&R인 디자인 영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집착을 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대기업이었던 전 직장에서는 인터렉션 하나와 transition이펙트 하나를 가지고 개발부서와 며칠 동안 협의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UX의 포커스는 디테일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에서 직군을 불문하고 목적은 '생존'이며, 포커스는 '스피드'입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비지니스를 막 시작하는 단계의 기업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만큼이나 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제일 치명적인 리스크는 금전적인 리스크입니다. 사업을 막 시작하는 경우에는 초기 투자비용과 더불어, 없거나 적은 매출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든 버티고 성장을 꾸준히 해내는 회사들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직군을 불문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회사의 생존이어야 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업무의 스피드(효율)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UX 디자이너는 생존을 위한 스피드 있는 '실전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UX 디자이너는 학교에서 배우는 UX 디자인이나 혹은 대기업에서 프로세스 있게 진행하는 디자인이 아닌 '실전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실전 디자인'의 굵직한 특징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석으로 고객 리서치 등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없습니다. 그 대신 회사가 가려고 하는 그 방향성에 대해 그 회사의 대표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많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핵심적 경험 가치제안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UX 디자이너가 기획/설계/디자인하는 모든 화면과 그 핵심적 가치제안의 방향성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영혼 없이 화면만 그리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아니라 무모한 도박입니다. 

2) AB Test 등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습니다. 그것보다 고객의 피드백을 들어가면서 처음 구상했던 경험적 가치제안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합니다. 고객들을 만나보고, 아니면 이메일을 보내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면서 내가 기획/설계/디자인한 화면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도 유저들의 반응이 없다면 경험적 가치제안이 매력적이지 못하거나, 경험적 가치제안이 디자인적으로 충분히 어필되지 못했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은, 아무리 빨리 그리고 많이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우리 서비스를 쓰지 않거나 혹은 우리 서비스의 타겟 고객군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피드백을 듣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Done Is Better Than Perfect"(일을 마치는 것이 완벽한 결과물에 집착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면 빨리 수정할 수 있고, 가능성이 보인다면 빨리 쌓아 올릴 수 있는 그런 절제되었지만 체계적인 디자인 접근 방식이 중요합니다. 카카오톡의 새로운 서비스나 우수한 스타트업이 1~2주마다 서비스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디자인을 쌓아 올리기 때문입니다. Agile방법론 등을 통해 개발자와 호흡을 같이하며 단계별로 quick-win과제들을 완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Agile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도 없고, Lean이라고 해서 모르는 내용이라고 당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개발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개발자들의 작업 사이클에 맞춘 디자인 결과물을 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스타트업의 UX 디자이너는 도박사가 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의 UX 디자이너는 기획자여야 하며 UI설계자여야 하고, UI 디자이너기도 해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의 UX 디자이너는 그 서비스가 가려고 하는 방향성과 그 안에서의 핵심 가치제안을 눈에 보이는 화면들로 표현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기획적인 역량과 설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이너 혼자서 그렇게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대신 그 공백을 메꿔줄 수 있는 기획자, 혹은 대표가 있으면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정말 제가 '실전 디자인'이라고 하는 말까지 만들어 내며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스타트업에서의 UX 디자이너는 '도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대표를 포함한 그 누구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한 믿음과 열정만 있을 뿐이죠. 그렇기에 UX 디자이너 역시 그 서비스가 가려고 하는 방향성과 가치에 믿음을 가지고 열정으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확신과 믿음이 있는 디자인은 그렇지 않은 디자인과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그 깊이가 다를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정말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에서 그렇게 믿음이 있는 디자인이 나오는 경우, 그 서비스는 당연히 훨씬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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