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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10. 2016

UX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

UX의 개념을 한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브런치에서 블로깅을 시작한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포스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언젠가는 한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가 되어서,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이런 얘기를 한들 큰 변화도 없을 것 같아서, 계속 미루기만 했던 포스팅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설프겠지만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UX라고 하는 용어/분야에 대한 오해와 그에 대한 진실들을 한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제 포스팅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 저는 'UX로 풀어보는 [서비스명]'라고 하는 포스팅 시리즈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제 글들을 읽어보시고 저에게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UX로 풀어보는...'이라고 하는 타이틀이 맞아? 이건 디자인이 아닌 기획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 이런 맥락의 질문들이죠.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 기획에 대한 얘기가 맞습니다. 그리고 네, UX로 풀어본 내용도 맞습니다"라고 말이죠. 요즘은 UX라고 하는 용어와 동의어/유사어로 통용되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UX 기획자, UX 디자이너, UX Researcher, UX Consultant, UX Manager, UX Strategist, UI 디자이너, IxDesigner(인터렉션 디자이너), BX Designer, CX Designer, CX Manager, CX Consultant, Visual Designer, Graphic Designer, Web Designer 등등... 지금까지 제가 실제 접하거나 들어본 타이틀만 해도 이렇게 됩니다. 저 용어들의 명확한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 중 다수의 용어들은 업계에서 '우리 조직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표면적이고 형식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개발해낸 용어이기도 하고, 어떤 용어들은 대기업 같은 시스템에서도 수용될 수 있는 전문영역으로 인정받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세분화된 용어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든 용어에 대해서 제가 정의를 할 수는 없지만, 저 용어들의 어찌 보면 오해의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UX에 대한 개인적으로 고민한 정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UX'는 문제(현상)를 접근하는 방식(way of thinking)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분야를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학문, 산업, 직종 분야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틀에 맞추어 정리해 보기에는 UX라 정의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한다면 제품에 대한 사용자 경험(UX)이 존재하며, 서비스를 사용하면 그 서비스에 대한 UX가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하고자 하는 Task에 대한 UX도 존재할 수 있지만, 그 Task를 감싸고 있는 환경과 그 Task의 앞뒤에 존재하는 상황까지도 UX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그 모든 '경험'이 UX가 될 수 있고, 심지어는 똑같은 Task조차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UX가 될 수 있는데 어떻게 'UX는 ooo이다'라는 깔끔한 정의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UX를 어떤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보기보다는, 현상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을 하는 수많은 접근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략 컨설팅에서 SWOT 분석을 하고, Root Cause Analysis를 하고 ROI 분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UX 디자이너는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도출하며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그 모든 시작점을 User에게서 찾겠다고 하는 유저(고객) 지향적 사고방식인 것입니다. UX디자인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업계의 용어들은 Human Centered Design혹은 Design Thinking 등이 있습니다. 이 방법론(?)의 구체적인 레벨에서 이론적 차이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저는 정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핵심은 유저를 'Empathize(공감)'하는 것입니다. UX 리서치 방법론도 그렇게 다양한 이유는 결국 각각 다른 상황에서의 유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더 효과적이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UX는 문제와 현상을 접근하는 방식(way of thinking) 혹은 태도(Attitude)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 전문 영역으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 저는 UX를 웹, 기계 혹은 화면의 경험으로만 산업군 혹은 직군에 국한시켜 취급하는 등의 실수를 하는 바람에 UX의 개념의 혼재가 생긴 것이라 봅니다. Human Centered Design이라고 하는 동일한 접근방식을 통해 제품 디자인, Interaction Design, 서비스 디자인, 디자인 전략과제를 모두 수행해본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UX가 단순히 화면의 경험에만 종속되는 개념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많이 속상합니다.  


'UX'는 한 가지 전문분야로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UX는 문제와 현상을 접근하는 방식 혹은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UX'라고 하는 독립적인 분야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또한 UX를 한 가지 전문분야에 종속시킬 수도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조금 어렵나요..? 그러면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업에서 서비스의 방향성과 전략에 맞추어서 기능이나 가치제안 및 사업구조를 구상하는 사람을 흔히 '기획자'라고 말합니다. 그 기획자가 만약 서비스의 대상 고객의 고민을 전제로 서비스를 구상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기획자'가 아닌 게 되는 걸까요? 웹 서비스나 앱 등을 만들 때 시각적인 요소를 창조하고 동작 등을 정의하는 사람들을 흔히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 디자이너들이 화면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에서 이 화면을 쓸 고객들을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더 이상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타이틀을 줘야만 할까요? 쇼핑몰, 백화점 등에서 브랜드와 제휴하고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담당자를 흔히 MD라고 부릅니다. 그 MD들이 판매를 할 상품을 선별하는 과정 중 구매를 할 고객을 생각하며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MD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요? 대답은 너무 뻔하게 '아니오'일 것입니다. 이렇게 UX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디자인 영역에서만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UX는 공유하고 공감을 하면 할수록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UX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고객 지향적'인 공통된 관점으로 다른 영역 직무담당자들과의 시너지를 끌어내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기획자와 같은 고객에 대해서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만나서 일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의견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논의를 하는 주제 자체도 훨씬 더 깊이 있고 가치 있게 됩니다. 마케팅 담당자들과도, 영업 담당자들과도, 고객지원(운영) 담당자들과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사용자의 입장'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대화를 나눌 때 그 안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결과물의 퀄리티는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UX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UX 디자이너가 없는 조직입니다.

결국 어떤 담당자가 먼저 UX를 적용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게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해도 되고, 기획자나 마케터가 해도 되고 그 회사의 수장이나 임원이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UX를 특정 구성원만 도입을 해서 일을 하는 구조는 바람직한 구조가 아닙니다. UX를 전담하거나 책임을 지는 조직 및 담당자가 있다는 것은 그 조직의 문화가 UX를 아직 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반대로 UX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조직은 'UX 디자이너'라고 하는 전문 담당자나 UX조직 같은 특수 조직 등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조직이 생기기는 매우 쉽지 않죠. 하지만 불가능하지만도 않습니다. 서비스 초기의 멤버의 수가 적은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직군이 어떻든 간에 '과연 우리 (잠재)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같이 하며 일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그렇게 보면... 뭔가 절박함이 있어야 UX라고 하는 관점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걸까요...?;;;) 저 또한 그렇게 직군에 상관없이 모든 담당자들이 오직 고객만을 바라보면서 성장하는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UX에 대한 소개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UX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들이 단순히 화면 안에서만 고객을 생각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담당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어떻게 그 '고객 관점'이라고 하는 마인드셋을 전파하고 공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주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사실 UX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은 고객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고객들에게서 나온 귀한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들을 서비스를 함께 만들고 운영해야 할 동료들에게 공감시키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나 혼자서만 확신에 가득 차서 우겨대는 그런 아이디어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아이디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나와 같은 관점으로(고객 지향적 관점) 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인도를 해야 합니다. UX 디자이너는 어쩌면 지금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책임감 있어야 하는 타이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만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에도 발상과 태도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그런 곳곳의 UX 디자이너들의 활약들을 기대해보고, 또 응원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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