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gle이라는 서비스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링크부터 공유할게요 ㅎ
빙글은 생각보다 오래된 서비스입니다. 2011년에 시작이 되었지요. 그런데 아직 빙글은 'Beta서비스' 딱지를 달고 있는 만년 초심의 서비스랍니다. 아무래도 SNS는 의미 있는 수준의 유저가 모일 때까지는 그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 아직 안된 것과 다름없으니, 그런 면에서는 아직 베타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빙글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얘기가 길어지면 제가 우려하는 삼천포로 빠질 것 같으니, 우선 그게 저에게 개인적으로 제일 매력적인 부분으로 다가왔었다는 말로만 서둘러 매듭을 지을게요 ㅎ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처럼, 빙글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교류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제가 빙글을 처음 사용해 보면서 사람들이 게시물에 남긴 댓글들과 반응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참 사람들이 착하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라이크도, 댓글도, 조회수도 전반적으로 많이 높았고, 흥미로웠던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만 제외하면 서비스 사용자 입장에서의 빙글의 경험은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가 빙글의 경험이 인상적이었던 때는 빙글에 게시물을 직접 몇 편 올리면서 였습니다. 게시물을 올리려고 할 때의 빙글은 그 전에 콘텐츠를 구경하면서 느꼈던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느낌보다는 블로깅 서비스의 경험과 훨씬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글을 저작할 때 brunch의 에디터처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흥미롭고 유연한 기능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런 기능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이렇게 현란한 저작툴이 많은데 적어도 보는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하나 찾아서 올려야 하나...', '이미지나 영상자료가 없으면 개념도라도 하나 직접 그려봐야 하나...'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게시물을 올릴 때의 빙글의 경험은 '빙글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올려줘야만 해'라고 오는 무언의 압박과 비슷했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서비스 안에서 두 가지 상이한 경험이 존재하게 될 때 생기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힘들어지는 점입니다. '커뮤니티'경험은 당연히 유저들끼리의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두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얘기할 거리가 많아야 하고, 다양해야 하고, 자주 있어야 합니다. 즉, 소모성이나 휘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가벼운 주제의 간단한 글)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해서 가벼운 글들이라도 자주, 그리고 계속 올라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빙글처럼 막상 글을 올리는 사람이 왠지 더 길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올리도록 경험의 유도를 받는다면 콘텐츠가 생산되는 속도가 느려지게 되어 결론적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힘든 경험의 구조가 되어 버립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생산되어 커뮤니티 안에 존재하는 콘텐츠의 레벨의 괴리감입니다. 글을 올리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저와 비슷하게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글을 PC에서 열심히 작성해서 올릴 때, 어떤 사람들은 더 짧고 간단한 포스팅을 모바일을 통해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런 정성의 기여도가 다르고 '깊이'가 다른 다양한 콘텐츠들이 똑같은 포맷으로(썸네일+간단한 소개) 커뮤니티에는 소개가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콘텐츠를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우려고 보려는 사람과, 집에서 PC로 학습 등의 구체화된 목적을 가지고 글을 보는 사람이 기대하는 경험은 매우 다릅니다. 전자가 원하는 경험은 Facebook Newsfeed, Pikicast, 혹은 빙글 안에서는 가볍고 그냥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콘텐츠들의 경험이고, 후자가 원하는 경험은 전문 온라인 매거진이나 혹은 Medium(한국에서는 브런치!?)을 통한 저장을 해두고 보고 또 보는 깊고 전문적인 콘텐츠들의 경험입니다.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빙글에는 다양한 경험의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부정적(그리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본다면 빙글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경험의 핵심이 모호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심사기반 국내 서비스중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서비스는 피키캐스트입니다. 다양한 테마를 기준으로 피키캐스트가 자체제작한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요. 저는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를 '떠먹여주는 경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빙글이 지금 피키캐스트에 많이 밀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빙글도 분명히 '떠먹여주는 경험에 대한'필요는 인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떠먹여주는 경험'들이 슬슬 빙글에서도 나타나고 있죠. 'vingle추천 top 10 콘텐츠'라든가, 이번 주 핫 토픽이라든가, 그런 내용들이 빙글이 고객들에게 콘텐츠를 '떠먹여주면서' 교류를 유도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빙글이 '떠먹여주는'경험을 제공해야한다고 해서 피키캐스트의 경험을 그대로 표방할 수 있냐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빙글은 앞에서 소개했듯이 '커뮤니티'서비스입니다. 피키캐스트는 매거진 경험을 표방하는 서비스이죠. 빙글은 커뮤니티 어딘가에서 유저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커뮤니티 차원에서 인정해주는 큐레이션을 할 때, 피키캐스트는 아예 처음부터 자체적인 콘텐츠를 기획 생산해서 제공합니다. 큐레이션의 레벨이 다른 거죠. 그렇다고 큐레이션의 레벨이 높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큐레이션이 너무 높게 되어 '매거진'같은 경험을 제공하면, 유저들은 그냥 매거진을 보는 것처럼 콘텐츠를 한번 주욱 읽어보고 끝나기 때문이죠. 큐레이션의 수준이 높을수록 교류를 핵심으로 하는 '커뮤니티'의 성격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저들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서 서로 교류하고 어울리는 커뮤니티인 빙글은 피키캐스트와 경험적인 차원에서는 교집합이 있을지라도(그래서 경쟁상대가 될지라도) 피키캐스트와 동일한 서비스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빙글이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현재 사람들은 경험적인 측면에서 피키캐스트를 훨씬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빙글은 '떠먹여주는 경험'으로 피키캐스트와 비교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을 하면서도 빙글 만의 차별점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쉬운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빙글은 같은 플랫폼, 즉 같은 기능과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떠먹여 주는 경험'으로 승부를 봐야 할 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커뮤니티'의 경험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빙글의 서비스 초기 디자인과 기능적인 측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빙글을 핀터레스트와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빙글의 경쟁상대는 처음부터 핀터레스트(https://www.pinterest.com)가 아닌 레딧(https://www.reddit.com/)입니다. 핀터레스트는 '스크랩북 경험'을 제공합니다. 온라인에서 보는 여러 가지 이쁘고 멋진 시각적인 콘텐츠들을(패션, 상품, 디자인) 말 그대로 핀터레스트로 가지고 와서 담아놓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만든 스크랩북들을 비교하면서 선택적으로 교류를 하지요. 핀터레스트는 커뮤니티가 아닙니다. 자유롭게 나에게 영감이 되는 스크랩북을 만들 수 있고 그 좋은 재료들이 많이 있는 우선 나를 위한 놀이터죠. 반면에 레딧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 중심적인 경험이 아닌 교류의 경험입니다. 지금까지 레딧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모르셨던 분들은 방금 링크를 눌러보시고 조금은 놀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ㅎ 우리나라로 따지면... 오유? 클리앙? 같은 그냥 분야별 게시판 기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커뮤니티 서비스와는 다르게 레딧은 사용자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도 할 수 있습니다. 자유도와 유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 어떤 목적으로 교류를 하고 싶은 사람들도 모두 수용하는 그런 플랫폼이 된 것이죠. '레딧에 가면 아무리 이상하고 특이하더라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은 찾아오고, 실제로 웬만하면 찾게 되는 게 레딧의 놀라운 경험의 가치제안입니다. 아, 그리고 당연히 레딧에서는 모든 콘텐츠가 자체 생산이 되기도 하죠. 그렇게 자체 생산을 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티적인 경험을 제공을 하는 부분에서 빙글의 글로벌 경쟁사는 레딧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빙글이 레딧과 비교를 했을 때 교류를 유도하는 커뮤니티의 경험적인 측면에서(심미적인 경험을 제외한)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레딧은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없으면 직접 만들어 낼 수까지 있을 때, 빙글에서는 유저가 처음부터 빙글이 기획하고 분류한 커뮤니티들을 제공받습니다. 그중에서 골라야 하죠. 그리고 그 커뮤니티의 리스트에 만약 내가 원하는 경험이 없다면? 그러면 아쉽지만 나는 빙글의 사용자가 아닌 것입니다. 빙글의 현재 커뮤니티의 구조를 경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한국 사람들에게는 모호하고 너무 크게 크게 커뮤니티들의 정의되어 있는 것 같지만, 미국 등의 서양 사람들에게는 갑갑할 정도로 제한적이고 다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서비스와는 다르게 빙글은 국내 사용자와 해외 사용자를 많이 분석, 고민, 이해하고 그게 맞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한국과 해외의 유저를 동시에 잡겠다고 경험을 제안하는 서비스는 없습니다(있다면 제가 모르고 있는 거겠지만요). 빙글은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다른 서비스와는 차별성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그 말은 즉 국내에서는 '떠먹여주는 서비스'로서 피키캐스트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해외에서는 다양한 교류를 수용하는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제가 빙글의 경험을 고민해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우선 빙글은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관심사)의 분류체계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 커뮤니티 리스트 만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더라도, 최대한 같은 레벨의 정보의 수준으로 그 분류체계가 제공되고 또한 최대한 많은 영역을 커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분류체계에 모두 담기지 않는(당연히 다 안 담기겠죠) 주제들이나 관심사들을 모을 수 있는 '랜덤 커뮤니티'같은 장을 만들거나 혹은 유저들의 참여를 통해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본인의 관심사가 큰 개념에서라도 포함될 수 있는 커뮤니티 리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B. 커뮤니티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이고 상세적인 관심사는 해쉬태그를 기반으로 그룹핑(혹은 필터링)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 아이돌'혹은 '아이돌 가수'라고 하는 커뮤니티를 들어온 다음에 구체적인 가수명은 #AOA, #Bigbang, #2NE1, #Psy 등으로 해쉬태그 검색 혹은 해당 커뮤니티에 내가 저장해 놓은 해쉬태그의 필터링을 통해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구체적인 수준의 콘텐츠를 모아 보고, 그 안에서 교류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접근 방식을 통해 제가 기대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및 관심사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빙글이라는 서비스가 커뮤니티를 control 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구조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오픈되어 있고 다양한 교류의 가능성을 빙글의 자체 상상력의 범위 안으로 막아버리기 때문이죠. 처음 커뮤니티는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관심사를 빨리 도달할 수 있는 Gateway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처음 '커뮤니티'의 분류체계의 울타리는 그렇게 넓고 포괄적이어야만 합니다. 처음 커뮤니티를 광범위하지만 모든 관심사를 포함할 수 있을 정도의 틀로 제공을 한다면 처음부터 관심사를 찾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해쉬태그를 통한 서브 커뮤니티를 유기적으로 생성하게 되면서, 빙글은 그 어떤 관심사를 가진 어떤 사람들이든 모두 수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2. '떠먹여주는 서비스'보다 훨씬 공감이 되는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떠먹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단점은 콘텐츠의 출처가 소수라는 점입니다. 소수의 에디터들이 글을 기획하고 제작하게 되면서, 제작물 하나하나의 수준은 높을지 몰라도 다양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화의 주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빙글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아직 눈치채지도 못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제공하고,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엄청난 콘텐츠의 양으로 승부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도 점점 서구화가 되어가고 글로벌화되어가면서 다양한 관심사들이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화될수록 피키캐스트 같은 떠먹여주는 서비스보다는 유기적으로 관심사의 영역이 확장이 되는 빙글이 더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겠죠.
우려했던 대로 이번 포스팅은 너무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원래 포스팅은 지금 이 마지막 버전을 기준으로 두배정도가 길었습니다. 자제하고 자제한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네요;; 하지만 그만큼 관심이 있는 서비스인만큼 꼭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서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잡아먹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