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을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이번 글은 쓸까 말까 고민이 좀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유명하고 가장 생활 밀착형인 서비스로 벌써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카카오톡만의 경험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글을 시작해 볼게요-
카카오톡은 미국에서 왓츠앱 등 메신저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할 때 즈음에 한국에 소개된 서비스입니다. 처음 카카오톡이 한국에서 시작했을 때는 마땅한 경쟁 서비스도 없었을뿐더러, 당시 가장 시장에서 잘 알려져 있던 왓츠앱도 유료였기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는 다들 잘 아시듯이 채팅(메신저) 서비스입니다. 3G 통신을 이용해 핸드폰에서는 문자로만 가능했던 메시징 기능을 기술적 혁신을 통해 모바일에서 구현을 한 서비스로, 한국 통신 시장을 흔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서비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문자요금으로 매출이 쏠쏠했던 통신사들이 문자 중심의 요금제에서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본격적으로 진화를 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마 아닐 겁니다. 이처럼 카카오톡은 통신 서비스 업계에도 지각변동을 가지고 올 만큼 엄청난 기술적 혁신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그 매력을 어필했습니다. 저번 우버에서도 소개를 했지만 가치제안을 경험적 기준과 경제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카카오톡은 망설임 없이 경제적 가치제안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문자요금을 안내도 되는 경험). 기술적 혁신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을 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기술적 혁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자주 생기는 일이 아닐뿐더러, 아무나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진입장벽이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가치제안보다는 훨씬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은 태생부터가 다른 서비스들과는 많이 다른것 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기술적 혁신은 발상이 새로웠던 것이지 기술적으로 그렇게까지 독보적이거나 전문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즉, 순식간에 많은 경쟁사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서비스였던 것이죠. 사실, 애초에 카카오톡부터가 전 세계 최초의 서비스가 아닌 미국과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던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모방해서 만들어낸 서비스였기 때문에, 기술적인 차별화가 불가능한 서비스라는 점은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이 되어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이 선택한 접근방식은 바로 기술적인 혁신으로 기본을 다져놓은 위에 경험적인 가치제안을 더하는 것이었습니다. 카카오톡의 핵심적 가치제안은 처음부터 끝가지 메시징 서비스입니다. 시작이 그랬고, 지금 또한 여러 가지 부가기능들과 부가 콘텐츠들이 있다고 해도 아직도 사람들에게는 '메신저'라는 정체성이 절대적으로 강합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은 사람들이 자신의 메신저를 통해 소통을 조금이나마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스티커'라는 경험을 통해 사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데 보다 더 원활하고 감정표현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카카오톡의 스티커들을 처음 보면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워서 당장 인형이라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스티커들은 정겹습니다. 친구, 동료, 가족들과 소통을 할 때 이 스티커들을 활용을 하면서 나의 감정표현의 대부분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렇게 활용을 잘 하다 보니 이제는 어떤 면에서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이 스티커들이 기특하고(?), 정겨워서 사랑스럽고, 그래서 캐릭터 인형이나 액세서리라도 구매까지 하게 됩니다. 카카오안의 의미있는 규모로 자리를 잡고 있는 캐릭터 판매 사업의 성과가 그 경험제안의 성공을 반증해주기도 하고있지요.
사실 스티커의 경험만으로는 카카오톡의 확실한 경험을 제공하기 부족하긴 합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험제공의 차별성이 크게없다는 부분인데요, 현재 카카오톡의 경쟁 서비스들 중에서 이모티콘(스티커)을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라인, 페북 메시지 등등, 벌써 경험적으로 차별화를 두기에는 너무 비슷한 경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캐릭터들을 사람들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은 말 그대로 캐릭터일 뿐이고,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지 그 안에서 사용자와 고객에게 공감이 되거나 교류를 할 수 있는 '경험'의 제안이 거의 없습니다. 카카오톡은 사실 경험이 너무 비어 있는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개인적으로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가장 큰 성공사례를 만든 '혁신 DNA'가 근본적인 경험의 고민에서부터 나오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저는 조심스럽게 추측 해 봅니다. 흔히 '성공했다'라고 평가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경험적인 측면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가치제안을 했는지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제안이 명확하기 때문에 추후에 회사가 성장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할 때 그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서 카카오톡은 확실한 경험의 가치제안 없이도 한국에서 스마트 폰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비스로 한번에 성장해 버렸죠. 그런데 이제와서 서비스에서 강력하게 어필이 될 수 있는 핵심 경험을 찾아내라고 하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은 접근 방식을 다르게하여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네이버 같은 플랫폼화를 시도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Brunch도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중에 하나인데요, 이 Brunch에서 작성되는 글들은 카카오톡내에 있는 '채널'이라는 메뉴에도 호스팅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카카오는 각각 가치제안을 명확히 하는 브런치, 카카오 스토리등의 satelite app(service)들을 런칭 또는 인수하고 그 다양한 경험들을 '소개'하는 게이트웨이를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카카오톡을 활용하려는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의 접근방식을 정리해보자면:
1. 카카오톡안에서 명확하고 개성있는 경험적 가치제안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것 같다
2. 하지만 카카오톡은 모든 사람들이 벌써 다 쓰고 있는 서비스가 되었으니
3. 다양한 개성있는 서비스들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4. 카카오톡은 그 다양한 경험들을 체험할 수 있는 각각의 서비스로 이동 시켜주는 게이트웨이로 진화시키자
라는 맥락인것 같습니다. 매우 현실적으로 냉정한 판단과 분석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하위 서비스들에게 경험적 가치제안을 어느정도 떠 맡긴다고 해서 카카오톡은 경험적 가치제안을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카카오톡은 이제 '게이트웨이'로서의 경험적 가치제안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고민에 대해서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들이 매우 많아질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점점 카카오톡은 네이버와 닮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