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 월렛(Syrup Wallet)을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많은 분들에게 시럽 월렛이라는 이름보다는 '스마트 월렛'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명이 스마트 월렛 > 시럽 > 시럽 월렛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이 되었던 브랜딩은 아마 스마트 월렛이었을 테니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시럽 월렛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의 멤버쉽 카드들을 한 번에 모아서 관리를 할 수 있는 멤버십 모바일 지갑 서비스였습니다. 사실 스마트 월렛은 경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닌, 매우 구체적인 painpoint(그 많은 멤버십 카드들을 모두 가지고 다녀야 하는 관리의 귀찮은/어려움)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틸리티 성격의 앱이었습니다. 저는 시럽 월렛의 초기가 카카오톡과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글 에서는 카카오톡이 서비스 초기에 기술의 혁신으로 가치제안을 했었다고 글을 썻는데요, 시럽 월렛도 그런 맥락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럽 월렛 또한 경험보다는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멤버십 카드를 핸드폰 앱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럽 월렛은 카카오톡과는 다르게 서비스 초기부터 기술적인 혁신 외에도 또 한가지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콘텐츠였습니다. 시럽 월렛은 대기업스러운(SK Telecom, 지금은 SK Planet) 스케일의 영업과 제휴로 그 콘텐츠(제휴 멤버쉽 카드)를 초기부터 채워놨습니다. 시럽 월렛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경쟁력은 다른 기업들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다양한 대형 및 중소형 제휴사들의 멤버쉽을 보유한 '내실'이 탄탄한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YAP 같은 경쟁 서비스들이 매우 비슷한 서비스적 접근방식을 가지고도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내실'의 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에 기술에 많이 의존한 시럽 월렛은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한계를 실감 하게 됩니다. 쓸모가 있는 앱이었기 때문에 쓰는 사람들은 많으나, 딱히 그 경험을 비니지스 관점에서 보았을때는 아직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럽 월렛은 추가적인 가치제안을 통해 비즈니스적으로도 매력적인 서비스로 진화를 시도합니다.
시럽월렛의 초기 경험인 '멤버십 포인트 적립/사용'은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 마케팅 영역에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Retention 즉, 고객 관리 마케팅 영역에 있었습니다. 고객관리 영역에서 어느정도 자리 매김을 한 시럽월렛은 이번에는 조금 더 앞단의 신규고객 모집의 마케팅 영역까지의 장악을 위해 '전단지/쿠폰 광고'의 경험으로 확장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경험의 관점에서 보았을때 그 결정은 매우 어려운 영역으로의 확장이었죠.
전단지/쿠폰 광고의 경험을 한마디로 정리하라고 한다면 저는 그냥 아래 이미지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와 기 싸움을 합니다. 아주머니가 그날 손에 들고 계신 전단지가 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날에는 어떻게 해서든 제 손에 그 전단지를 쥐어들게 하시려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주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저의 무관심이 승리를 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전단지를 끝까지 거절하면서 피하는 저의 기분도 그닥 좋지는 않지만요.
위에 저 경험은 과연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까요? 길에서 정말 뜬금없이 받게 되는 전단지가 마침 내가 딱 필요한 정보나 혜택인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단지의 경험은 소통과 교류가 없는 일방적인 경험입니다. 그래서 압박을 받게되는 고객(광고 수신자)은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죠. 압박을 주는 광고 제공자의 입장에서 수신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경제적인 혜택을 가미해 쿠폰이라는 형태로 광고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고의 경험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되는일은 거의 없습니다. 소통이 없는데 즐거움마저도 없는 광고의 경험은 확산되거나 혹은 확장을 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런 어려운 경험을 시럽 월렛은 확장 방향성이라고 선택을 한 것이죠.
많은 광고 제공자들은 광고의 제공과정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트릭'을 활용합니다. 광고처럼 안 보이도록 흥미롭거나 교육적인 콘텐츠에 접목시켜서 제공을 하기도 하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우스꽝스럽거나 귀엽게 생긴 캐릭터 탈을 쓰고 전단지를 나눠줘서 거부감을 상쇄시키기도 합니다. 아니면 성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모델들을 통해(광고 대상 고객의 성별이 남자 혹은 여자로 확실히 구분이 될 때) 광고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광고 제공방식이 존재하는 이유는, 광고에서 그만큼 Delivery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시럽 월렛은 광고의 제공 방식을 기술적인 혁신으로만 시도합니다. BLE, NFC, 혹은 Geofencing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매장 근처에 지나가거나 지역에 있는 고객에게 근방의 혜택 정보를 시럽 월렛 앱으로 푸시하여주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죠. 시럽월렛이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제공하고자 했던 가치제안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굳이 사람을 고용해서 전단지를 어렵게 돌리지 않아도 고객의 핸드폰 안에 전단지가 확실하게 전달이 됩니다
저 가치제안은 누구를 위한 가치제안이었을까요? 바로 시럽월렛의 기존 혹은 잠재 (대형)제휴사들입니다. 제휴사들은 저 위의 메세지를 보며 기존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수준의 마케팅(광고) 효과를 볼 수 있을것이라 기대를 했겠지요. 하지만 그런 기술적 혁신을 통해 접근 했던 시럽 월렛은 단 하나의 그렇다 할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맙니다. 물론, 기술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가장 큰 실패요인은 '경험의 부재'라 생각합니다. 시럽 월렛은 광고의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광고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고 없고의 결정권이 없는 시럽 월렛이 집착했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Delivery)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사람들이 시럽월렛의 광고를 거부감을 덜 느끼며 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시럽월렛은 광고를 '재미있게' 제공한다고 사람들이 인지를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시럽월렛에서 주는 광고를 사람들이 기다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그 경험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의 단계를 모두 무시한 차갑고 강압적/강제적이기 까지한 기술적 접근은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엔 터무니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1. 시럽 월렛의 근본적인 경험적 가치제안을 자체적으로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시럽 월렛의 근본적 가치제안은 '니 지갑의 두께를 줄여줄게'였습니다. 고객의 포인트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부분까지 시럽 월렛의 가치제안이라고 보더라도, 대부분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본다면 그 가치제안은 고객들의 일상에서 극히 일부, 그리고 사소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시럽 월렛은 좀 더 사람들의 일상에서 의미가 있는 수준의 경험을 고민하기 보다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서비스니까 그 사람들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고민 했습니다. 지금까지 유치한 고객의 충성도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것이죠. 정량적인 지표를 보면 분명 그런 확신이 들었을 것입니다. 매일 쓰거나 아니면 자주 시럽 월렛을 쓰는 고객이 많았을테고, 그 데이터를 보면서 시럽 월렛이라는 서비스의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다고 판단을 내렸었겠죠. 물론 사람들이 시럽 월렛을 자주 썻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꼭 꺼내야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필요해서' 시럽월렛을 켰던것이지 시럽 월렛 자체의 경험이 딱히 즐거워서 앱을 켠것이 아니었습니다. 고객 충성도를 '오해'한 시럽월렛은 섣부르게 광고의 경험으로 고객들에게서 돈을 벌어보려고 했고, 그 경험이 반갑지 않았던 고객들은 그냥 그 경험을 무시하게 됩니다.
2. 시럽 월렛은 경험을 통한 혁신이 아닌 기술을 통한 혁신에만 집착했습니다.
광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광고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전달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시럽 월렛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광고의 내용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없는 시럽 월렛은 그 광고의 전달방식에 대해서, 그 전달의 경험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민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경험이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의 확장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럽월렛의 광고는 결국 지하철역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는 아주머니보다 훨신 더 강제적이면서도 차가우며, 심지어 언제 광고가 올지 예상할수도 없는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기만 한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가 점점 적극적으로 나올수록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당연히 점점 부담스러운 그 아주머니를 피하게 되겠지요. '기술적 혁신'이라는 고객들에게는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 변명으로 애초에 원하지도 않는 전단지와 쿠폰들을 쑤셔 넣을수록 점점 시럽 월렛을 피하는(마케팅 수신거부)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럽 월렛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 글이기는 했지만 결국 2년전만 해도 IT 시장에서 가장 큰 트렌드였던 비콘 기술을 맹신하고 적용하려고만 했던 기업/서비스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리뷰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애플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베이가 투자한 기술이라고 해서 부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이 되었을 때 그 기술이 내가 설계를 하고 싶은 경험을 어떻게 서포트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방법으로 가야지, 그저 새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도 접근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