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Apr 10. 2016

UX로 풀어보는 피키캐스트(Pikicast)

피키캐스트(Pikicast)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피키캐스트라는 서비스는 왠만해서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큐레이션 SNS 서비스로는 국내 최초로 쉽게 넘보지 못하는 티비 광고에까지 등장하며 '우주의 얕은 00'같은 캐치 문구까지 만들어내며 특히 젊은 층의 인기를 순식간에 얻은 서비스입니다. 피키캐스트의 서비스 규모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비스죠.

[출처: 피키캐스트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들어 피키캐스트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방문자들의 발이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출처: The PR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97)]

그렇다면 피키캐스트는 어떤 경험 제공을 통해 성장을 했으며 지금 고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한 번 보겠습니다. 


피키캐스트는 Facebook 페이지에서 시작한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피키캐스트는 지금까지 제가 한국에서 본 Lean Startup의 사례 중 가장 우수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피키캐스트의 시작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면... 피키캐스트는 그날 그날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바이럴(viral) 콘텐츠를 수집해서 모아 보여주는(큐레이션) 페이지로 시작했습니다. 막말로 표현을 하자면 운영자가 그냥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스크랩해오는 '덕질'로 시작한 서비스인 거죠. 피키캐스트의 대표님은 과연 처음부터 이런 성장을 기대/예상하고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공수와 비용으로 수익까지 발생시킨 비지니스적으로 매우 우수한 사례를 만들어낸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수가 점점 많아지고 광고에 따른 매출이 점점 커지면서 페이스북의 압박을 받게 된 피키캐스트는 자체적인 앱을 런칭하게 됩니다. 피키캐스트의 짧은 비지니스 히스토리에 있어서는 가장 큰 도전이었을 이 결정은, 단기간 폭발적인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게 되면서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되며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성장을 해온 피키캐스트의 핵심 경험적 가치제안은 무엇이었을까요?


피키캐스트의 핵심 경험적 가치제안은 '떠먹여 주는 경험'입니다.

위에 이미 말했듯, 피키캐스트는 기존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재미있고 인기가 많은 콘텐츠들을 발굴하고 수집해서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떠먹여 주는 경험'(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피키캐스트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은 이 재미있는 컨텐츠들을 빨리 그리고 많이 수집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바이럴 컨텐츠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즉 유저들이 계속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게 하려면, 그리고 다른 비슷한 페이스북 페이지들에 뺏기지 않으려면, 하루에 한두 번 컨텐츠를 수집하는 수준으로는 절대 부족했었던 것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스크랩을 해 왔어야 했죠. 정확히 어느 정도 속도로 컨텐츠를 스크랩해와야지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피키캐스트가 제공했던 컨텐츠 수집의 능력은 높았으며 그 수집해온 컨텐츠의 양과 질에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결과가 자연스레 증명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번듯한 회사의 규모로까지 성장을 한 피키캐스트는 전문적으로 이런 컨텐츠를 발굴하는 직원들까지 채용하게 되면서 그 경쟁력을 절대적으로 높였을 것이고, 그에 따라 피키캐스트의 '떠먹여 주는 경험'은 더더욱 수준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피키캐스트의 발목을 잡은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피키캐스트는 서비스 초 제공하던 '떠먹여 주는 경험'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됩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번듯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면서 근본적으로 피키캐스트가 제공을 하던 컨텐츠에 대한 책임이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바로 저작권 문제이죠. 피키캐스트는 위에서 말했듯이 인터넷에서 여러 채널들을 통해 떠다니는 바이럴 컨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법인을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소개하는 컨텐츠에 대한 책임이 점점 더 커지게 되자 두 가지 문제점이 생기게 됩니다.

1) 정보 최초 제공자를 찾아 사례를 하려고 해도 바이럴 컨텐츠의 특성상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 고생(시간, 비용, 인력)을 하게 되었다는 점과

2) 컨텐츠 제공자와의 협의를 하는 단계를 통해 이제는 제공하지 못하는 컨텐츠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최초 피키캐스트의 경쟁력은 양과 질에서 만족스러운 컨텐츠의 제공이었는데 이제는 양도 예전과 같은 속도로 제공을 하지 못할뿐더러 컨텐츠의 질도 고객들이 만족하는 재미있는 컨텐츠의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키캐스트는 서비스초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피키캐스트 자체 제작 컨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죠.

피키캐스트와 직접 계약을 한 웹툰이 나오기 시작하고요,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들은 이제 점점 자체적으로 생성하는 컨텐츠의 수도 늘리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피키캐스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위에서 말한 기업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공정하게 이용해야 하는데, 공정이용을 위한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동안 경쟁 서비스는(페이스북 페이지들) 똑같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훨씬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컨텐츠들을 부담 없이 퍼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이 피키캐스트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피키캐스트만의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했고, 바로 그것이 자체 제작 컨텐츠였습니다. 하지만 매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서 피키캐스트가 유저들을 잃기 시작한 계기를 찾을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자체 제작 컨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피키캐스트가 제공하던 '떠먹여 주는 경험'의 의미가 바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떠먹여 주는 경험'이라고 하는 맥락에서는 어찌 보면 동일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떠먹여 주는 경험'을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 초기 피키캐스트가 제공하던 '떠먹여 주는 경험'이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시작되고 인터넷에서 컨텐츠 자체 경쟁을 살아남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떠먹여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체 제작 컨텐츠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컨텐츠와 더불어 우리 피키 캐스트 에디터들이 자체적으로 열심히 제작한 컨텐츠를) 떠먹여 주는 경험'이 된 것입니다. 물론 새로 제공을 하는 경험이 서비스 초기에 제공하던 경험보다 더 매력적이고 우수한 경험이라면 문제가 될게 없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바이럴 컨텐츠들보다 더욱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컨텐츠들을 제공하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유저들은 점점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물론, 자체 컨텐츠의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럴 컨텐츠보다 높은건 현실적으로 매우 도달하기 힘든 목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 목표가 도달하기 힘들다고 해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가치제안에서 승리하지 못한 피키캐스트는 유저들에게서 '예전보다 재미가 없어지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며 그 인기가 점점 식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키캐스트는 킬러 컨텐츠가 나올때까지 계속 노력해야만 합니다.

아직 자체컨텐츠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피키캐스트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방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한 컨텐츠는 무엇일지, 어떤 컨텐츠에 반응을 하고 어떤 내용들을 꾸준히 좋아할지... 계속 고민을 하고 발굴을 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잡플래닛 같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취준생들이나 현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스토리를 계속 발굴하고 제공하고 있고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므흣(?)한 컨텐츠들을 모아서 제공을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뷰티나 패션 쪽에서도 컨텐츠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요. 하지만 그것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피키캐스트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이 있을까요? 벌써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우주인 캐릭터가 게시물에서 단순히 로고나 타이틀만 들고 병풍처럼 있는 게 아니라 좀 더 활발하고 황당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기획물은 없을까요? 이런저런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뭔가 우주인의 '무한도전'이나 '마리텔'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될 수 있도록? 유저들과 함께 참여형 컨텐츠를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요? 피키캐스트의 제휴광고들은 다른 브랜드에서 소개되는 광고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창의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쪽으로 아예 더 나아가서 광고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준의 재미있는 광고를 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어차피 컨텐츠 공정이용을 제약사항이라고 느끼지 말고 오히려 적극 활용을 해서 한국에는 제휴가 되지 않은 컨텐츠들을 '수입'해 보는것은 어떨까요? 얼마전 미국 토크쇼의 호스트인 Conan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컨텐츠의 제휴가 되지도 않은 한국에서 이렇게 코난쇼에 관심을 가져주는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할정도로 아직 메인 매체들은 한국인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발빠른 피키캐스트라면 그런 정보들을(EX: Ellen Show나 Conan쇼등 유투브에 벌써 제공되고 있는 여러 미국 토크쇼의 컨텐츠들) 큐레이션 해 보는것은 어떨까요? 물론 아마 이정도는 대부분 피키캐스트 내부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겠지만요. 


피키캐스트는 분명 경쟁사들과는 다른 강점이 있습니다.

피키캐스트의 경쟁사들은 어디일까요? 제가 간단하게 생각해보기로는 '빙글' '카카오톡 채널' 그리고 '네이버'가 될 것 같습니다. 모두 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굵직한 경쟁사들이지만, 저는 피키캐스트가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자체 컨텐츠 생산력이라는 부분이죠. 빙글은 커뮤니티입니다. 카카오톡 채널은 피키캐스트의 예전 모습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그 컨텐츠들의 출처는 전 세계에 있는 재미있는 컨텐츠라기보다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존재하는 컨텐츠들입니다(다음카페, 카카오 스토리, 브런치...).  피키캐스트의 게시물 하나하나의 퀄리티 및 분량을 보아도 확실히 다른 경쟁 서비스보다 많은 공(?)이 들어간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피키캐스트는 컨텐츠의 양에서는 조금 양보를 하는 대신 질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그 경쟁력을 높여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 생각이 드는 서비스이기에 우려가 되면서도 동시에 기대를 하게 되는 서비스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UX로 풀어보는 시럽 월렛(Syrup Walle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