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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4. 2016

UX로 풀어보는 스냅챗(Snapchat)

Snapchat이라는 서비스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어요-

사실 Snapchat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리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사실 제가 그닥 공감하지는 못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제가 그런 상황에서 함부러 리뷰를 했다가 서비스의 경험에 대해 오해하시는 분이 생기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고민은 제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고 나서 해야하는 주제넘은 걱정인것 같아서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를 해 보려합니다ㅎ


잘 공감을 하지도 못하면서 스냅챗에 대한 리뷰를 굳이 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버와 스냅챗은 UX디자이너로서는 매우 재미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에 작성한 UX로 풀어보는 우버(UBER)편에서도 얘기 하기는 했지만 우버는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기본 환경(Context)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의 경험적 가치제안이 약해질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성공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스냅챗 역시 우버의 케이스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냅챗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우버와 마찬가지로 유저의 환경(Context)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우버에서 말했던 경제적인, 서비스 제공 수준의 환경이 아닌 문화적인데서 오는 '심리적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왜 Snapchat은 미국인들은 열광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쉽게 사랑받지 못한 서비스였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많이 그랬던것 같지만, 이번 리뷰는 조금 더 한국과 미국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화의 차이점에 집중을 해서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적인 반면 한국인들은 관계지향적입니다.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문화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바로 이 점을 짚을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하는 잣대를 기준으로 많은 결정들을 내립니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피해가 없다면, 쿨하게 상황들을 수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죠. 미국인들이 '자립'이라는 키워드와 '자유'라는 키워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이유도 미국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사람들이 어릴적부터 항상 듣고 자라온 말이 'Follow your heart'이라고 하는 부분도 사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게 심겨져있는 메세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관계지향적입니다. UX로 풀어보는 싸이월드에서도 언급하기는 했지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너무 비슷한 한국 사람들은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화합을 중시합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가 생각 나시나요? 한일월드컵때 그 단결력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도 기억 하시나요? 높게 자평하고 있는 한국인의 문화중에는 이렇게 단결력과 화합의 요소가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민중 남자들은 군대까지 다녀오면서 인생의 과정에 있어서 꼭 하나즈음은 공통점을 공유하게 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이렇게 근본적으로 다른 한국과 미국과의 문화적 차이점은 Snapchat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점으로 승화됩니다.


Snapchat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경험적 가치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Snapchat의 창업자 Evan Spiegel은 스냅챗을 개발하게 된 경험적 동기 및 가치제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I don’t know about you but my friends are really weird... People are living with this massive burden of managing a digital version of themselves... It’s taken all of the fun out of communicating.”

"당신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들은 다 특이한 녀석들이에요... 그런 친구들 조차도 온라인에서는 완벽한 모습으로 포장을 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노력을 하지요... (그러다보니) 소통의 즐거움 까지도 결국 사라지고 말았어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스냅챗의 창업자인 Evan Spiegel은 SNS를 통해 자신의 본래모습이 아닌 가면을 쓴듯 온라인용 정체성을 창조해서 행동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가 없다'고 느끼고, 사람들이 원래 재미있고 흥미로운 자신의 솔직한 모습들로 소통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스냅챗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담을 덜어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시간 후 메세지가 삭제되는 스냅챗의 핵심기능을 구상하고 제공한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쓸 즈음 신유민 작가님의 고정관념을 틀어버린 서비스, 스냅챗이라는 게시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스냅챗의 경험적 매력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잘 소개해 주신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소개는 비겁하게 작가님의 멋진글에 맡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이 가지는 희소가치", "진솔한 표현", 그리고 "비밀같은 UX"등으로 스냅챗의 매력에 대해서 소개를 해 주셨는데요, 스냅챗의 좀 더 구체적인 UX에 대해서 궁금하신분들께 강추합니다 ㅎ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재미있을 수 있는 Snapchat은 한국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 부분이었습니다. 똑같은 경험의 가치제안을 했을때, 미국인들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똑같은 경험이 문화적 환경(Context)의 차이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는 부분이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following my heart'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취급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중요한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경험으로 다가오는 스냅챗은, 이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심리적 성취감을 가져다 줍니다. 바보같고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을 찍어서 공유를 하면서도, 내 가장 진솔한 모습을 타인에게 공유한다고 하는 그 행위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둘 수 있는것이죠.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어떨까요? 우선 한국사람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나의 개성있고 독특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것 부터가 상대적으로 많이 어렵습니다. Evan Spiegel은 미국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이 마치 가면을 쓴것 같이 행동을 한다고 말을 할때, 사실 한국 사람들은 벌써 화합과 동질감 및 유대감의 확보를 이유로 자신의 가장 솔직하고 개성있는 모습들을 '양보'하고 자라왔기 때문이죠. '내가 살고싶은 방식대로 사는 인생'보다는 '남들이 부러워 하는 인생'을 살아가는것이 나도 모르게 인생의 무의식적인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게 많은 한국인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게 내 자신은 물론 내 주변인들의 관점까지 포함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관계지향적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스냅챗에서 지향하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개념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바보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한국인들은 좀 더 많은 '용기'를 내야만 그게 가능한 것이죠.


한국형 Snapchat을 생각한다면 '심리적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사실 Snapchat의 모방 서비스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카카오에서 만든 Zap(쨉)이라는 서비스가 있고, 셀카앱으로 조금 더 브랜딩이 되고 있는 스노우(SNOW)라는 앱이 있습니다. Zap이라고 하는 서비스는 현재는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안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카카오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도 서비스 리스트에 등장하지 않네요). 그리고 스노우 앱은 브랜딩을 '셀카', '얼굴인식 카메라등'으로 Snapchat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잡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것일까요? Snapchat과 똑같은 방향으로 접근을 하기에는 그 경험적 가치제안이 한국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저는 UX적으로 봤을때 한국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심리적 안전장치'가 추가적으로 제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조금 더 자기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부담없고 어려움없이 나눌수 있도록,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추가적인 경험적 장치등을 통해 상쇄 시켜야 하는 부분을 말 하는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Snapchat에서는 화면을 스크린샷 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하면 삭제된 메세지도 다시 볼 수 있지만, 한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는 절대로 사진/비디오를 저장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삭제된 메세지는 복구도 안된다는 고도화되고 추가적인 기능을 통해 컨텐츠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유저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을수 있습니다. 또한 공유를 할 수 있는 대상들을 단순히 내 연락처와 동기화가 된 사람들의 리스트가 아닌 '밴드'앱 처럼 조금 더 closed SNS, 즉 폐쇄형 SNS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면 조금 더 내가 여기서 하는 나의 행동들이 밖으로 새어나갈 확률이 적어질거라는 심리적인 안전장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추가적인 장치가 되어있는 새로운 환경(Context)에서라면 한국사람들도 Snapchat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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