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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02. 2020

너무 바빠 팀의 어떤 부분부터 개선해야 할지 막막할 때

Letter to Manager

요약: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팀빌딩 해결책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팀과 매니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시도를 '목적/기대효과 - 실행 - 검증' 과정을 팀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며 도전해 보시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이 최선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바빠요. 지금 상황에서 어디부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막막한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정말... 우리 모두 바빠도 너무 바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비만 어떻게 넘겨보자고 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계속 바빠왔고, 아마 앞으로도 업무 하는데 딱히 여유로워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팀빌딩이라는 주제로 고민을 하고 개선 작업을 하는 것은 매우 벅차고 어려운 추가 과제처럼 느껴지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팀빌딩을 조금이라도 더 해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팀빌딩이 안되어 있다고 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직접적이게 보이는 결과는 고역량(고성과) 팀원의 이탈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해당 팀원이 이탈하기 전까지의 팀 분위기나 에너지는 많이 침체되어 있을 수밖에 없겠고요. 문제는 해당 팀원이 이탈하는 순간 팀빌딩 활동이 매니저가 집중하고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 최우선 순위의 업무로(인력 충원 포함) 치고 올라올 수밖에 없게 됩니다. 원래 너무 바빠서 팀 관리를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팀원이 이탈하게 되니 안 그래도 바쁜 상황에서 더 시급하게 해야 하는 채용 등의 업무가 추가되게 되고, 그동안 팀은 리소스 부족으로 점점 더 지쳐가게 되고요. 그렇게 악순환이 되기 시작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빌딩은 손을 쓰지도 못하고 최소한의 운영도 겨우 유지하는, 팀 빌딩 관점에서는 계속 방치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최악인 상황인 거죠. 



변화가 없는 현재보다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미래의 막막함에 팀원들은 절망합니다.

팀빌딩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경험 및 팀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느낀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시사점은 팀원들은 어떤 변화도 없는 현재의 막막한 상황보다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막막한 미래를 보며 더 큰 절망을 한다는 점입니다. 힘들더라도 지금 상황이 유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해되고 지금 상황이 종료/개선될 계획이 있다면 지치기는 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팀원들도 있고, 더 나아가 지금 상황을 함께 잘 감내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팀원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 희망을 가지고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의지의 실체를 매니저가 가시화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이 제보하는 현재 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팀 빌딩 기회 영역의 힌트라고 생각하고 이런 문제점들의 근간에는 이러한 root cause가 있으며, 그 근간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팀빌딩 방향성 및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팀빌딩을 하기 위한 root cause를 한가지로 도출하실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문제점들의 근간이 되는 핵심 이슈를 도출하려고 하는것 뿐이지 절대로 한 가지 이슈가 모든 문제들을 설명하지는 못하니까요. 따라서, 현실적으로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팀빌딩 과제들은 여러 가지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게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물론 그중에서 우선순위는 있겠지만요. 


모두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도전을 시도해야 합니다. 

팀원분들이 지쳐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이 상황을 정서적으로 극복하려는 취지로 매니저 본인도 책임질 수도 없는 수준의 약속을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건 오히려 지금 현 상황에 대한 부정이나 회피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것 같네요.) 의도는 좋았다고는 하지만 실체가 없고 말뿐인 공약은 결국 팀원들이 매니저의 리더십에 실망하고 신뢰를 버리게 되는 결과고 돌아오게 됩니다. 신뢰를 잃은 매니저는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오거나 시도를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고, 그렇게 팀 전체가 붕괴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심지어 매니저는 굉장히 무리를 해서 팀에 최선이라 생각하는 변화를 도입해보려 도전을 해보고 어느 정도 성과까지 있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과정에 팀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지 않았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많이 이랬던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도 대부분 실무에 매몰이 되어있는 팀원들을 생각하여 매니저가 혼자 고민하고 먼저 시도해서 변화를 가지고 오려 하는 의도로 진행되는데요, 매우 애석하게도 이렇게 변화를 매니저가 가지고 오는 경우 대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되어있지 않은 팀원들 입장에서는 어색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변화를 수용하는 데는 에너지(리소스)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특히 업무에 매몰이 되어있고 지친 팀원들에게는 그런 추가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 와중에 왜 우리가 이런 변화를 도입하려고 했고, 이 변화가 우리 조직의 어떤 부분을 개선시켜줄 것인지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지 않다면 불필요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원들은 거부반응을 많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런 에너지를 받는 매니저는 본인의 노력과 희생이 비난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보며 팀빌딩을 하려고 하는 의지조차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모두가 이해하고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들을 시도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라는 것은 팀의 개개인별로 생각과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투명하게 소통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합의를 하는 방향은 가급적이면 팀원들 각각의 수준에서의 최소공배수를 도출하여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무도 불만이 없을 확률이 제일 높기 때문이죠. 물론 도입할 수 있는 변화의 크기가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매우 작아질 수 있겠지만 아무리 작은 단위로 합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변화를 도입해보는 것이 합의를 하느라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변화를 가지고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합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팀빌딩은 실무적인 프로젝트처럼 한두 가지의 프로젝트성 도전으로 완성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팀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생각보다 유기적인 개념이고, 조직과 비즈니스의 전략/방향성이 바뀌는 만큼 자연스럽게 계속 진화해 나가야 합니다. 옛날에는 문제가 없었던 부분들이 지금은 문제가 되고 예전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지점들이 지금은 중요해지는 것처럼 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항상 진화하고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매니저 및 팀원들 모두가 인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팀빌딩을 시도하면서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팀원들과 일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부분들이 잘 동작하고 동작하지 않는지 의견/피드백을 수렴합니다.

2) 수렴된 의견/피드백을 기반으로 매니저는 문제점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root cause들을 도출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합니다. 

3) 문제에 대한 공유 및 합의가 되었다면, 각 문제점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다같이 brainstorming을 하고,

4) 마지막으로 그중에서 우리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를 팀원들과 합의하고 도입해보는 시도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각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를 도입한다면 어떠한 기대효과가 있을지까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합니다. 

5) 팀원들과 변화를 도입하는 시도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점검하며(2주 혹은 한 달에 한번, 그 이상은 너무 비정기적인 체크인이 될 리스크가 높습니다) 팀원들과 가설을 세웠던 지점들이 잘 동작하고 있는지, 아니라면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논의합니다.


팀빌딩은 저도 매니저가 된 이후 가장 어려워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팀의 정체성과 방향성, 목적과 목표 등이 모두 밀접하게 닿아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명확한 정답이 없어도 항상 변화를 수용하는 조직의 관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소통과 리더십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라면 반드시 조직이 진화할 수 있도록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DNA를 육성해야 합니다.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해보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팀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며,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팀의 정서적 safe space를 조성해야 합니다. 


매니저는 변화를 가지고 오는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변화를 가지고 오는 것은 팀원들이고, 매니저는 팀원들이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코칭과 멘토링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응원과 격려로 주입시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것처럼 매니저는 조직이 진화할 수 있는 DNA를 '육성'하는 사람이지 그 DNA의 자체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멋진 조직을 키워내실 수 있는 매니저님들이 되실 수 있도록 저도 응원하고 돕겠습니다. 매니저님들이 팀원들을 육성하시는 동안, 그런 멋진 매니저님들이 되실 수 있도록 또 응원하고 격려하고 도움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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