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오늘

by 이지희

나는 평범하지만 내가 사는 '오늘'은 특별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지각한 이후, 나는 내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던 나. 요즘엔 항상 우리 아기와 함께하기에 혼자 있을 수 없지만, 정말 가끔가다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에라도 잠시, 샤워하는 그 짧은 시간이라도 나는 나로 꽉 채우고 싶어 훨훨 날 준비를 한다. 애석하게도 얼마 날아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 하지만 단 1분이라도 좋으니 이 자유를 느끼고 싶어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날 준비를 한다. 계속 놀고 싶은데 늦었으니 집에 가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들어야 하는 아이와 같이 나도 이 시간이 너무 좋음에도 매일 주어져있는 각각의 '때'와 '일상'의 주기에 그 마음을 꾸준히 내려놔야 하는 현실에 늘 아쉽긴 해도 5분이라도 좋으니 난 이 시간을 즐기겠다고 마냥 슬퍼하지 않는다. 그 순간의 기쁨이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니 말이다.


마음속에 통통 튀는 멜로디들과 갖가지 아름다운 문장의 선율들이 내 마음을 요동치게 연주를 해대려 두드림에도, '잠시만!'이라고 말하며 그 무도회를 열 축제가 오지 않았다고 깜깜한 밤거리 가운데로 나는 빈 손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도 따뜻한 집에 내가 누울 공간이 있으니 감사하자고 허탈한 마음을 토닥여 본다. 지금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정확히 이런 내 모습을 요즘 아기와 놀아주면서 아들의 모습에서 본다.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았는데 남자아이라 그런지 정말 에너지가 넘쳐난다. 약한 체력이 아들에게 부족함이 되지 않도록 아기 뒤꽁무니를 열심히 쫓아다니며 아들과 함께 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기가 요즘에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놀이터이다.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게 아기의 가장 자유로운 시간인 것 같다. 위험할까 계속 쫓아다녀야 하기에 나는 사실 놀이터에서의 시간이 힘들다. '이제 바람이 많이 부니 그만 들어가자 아기야, ' '아기야 오늘은 너무 많이 놀았으니 들어가자, ' '아기야 이제 저녁밥 먹을 시간이 오네? 우리 내일 또 올까?' 갖가지 '들어가자'는 말을 하기 위한 이유를 대며 아기를 회유하지만 아들은 늘 들어가기 싫은지 더더욱 뛰어다닌다. 그러다 순간 아들의 모습 속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를 누리고 싶은 내 모습이 보였다. '너도 지금이 가장 기쁜 시간이구나, 바람을 느끼며 뛰는 게 너만의 자유를 맘껏 만끽하고 있는 순간이구나.' 그리고 나는 아들이 날아다니는 그 시간을 헤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지켜주려 한 번 더 힘을 내어 아들을 쫓아다니기 바쁘다.


추석 연휴 내내 남편과 나는 아기가 그 시간을 맘껏 느낄 수 있도록 처음으로 조금 무리하다시피 아기와 이곳저곳에 함께하며 많은 것들을 구경시켜 줬다. 그러고 나니 다음 날 몸은 피곤해 보였지만, 아기가 부쩍 큰 게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아기가 이런 시간을 가진 후 성장하는 것이 단단한 자양분으로 탄탄하게 다져지는 일임을 깨달은 후엔 나를 돌아보았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 자신의 기쁨을 찾아 짧은 순간이라도 온전한 나로 살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나'의 삶에 중요한지를 말이다. 그리고 가족은 부모의 자리에서 혹은 배우자의 자리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아들도 남편도 그것을 누릴 수 있도록 존중해 주고 헌신해 주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귀하고 특별한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지친 육아의 연속으로 발 디딜 틈도 없는 '보통의 하루'를 단숨에 특별하게 바라보게 하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 밤, 지금 이 순간이 매우 행복하고 지난날의 아픔들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 인생에 아무리 힘들고 슬프고 때론 위협을 느끼는 위중한 사건이 있었다 해도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그 사실 아래엔 회복성과 탄력성, 끈기와 인내, 모든 것들을 아울러 다시 설 수 있는 지혜와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아쉽고 절망되는 마음에 포기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해도 그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고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태양은 새로운 빛으로 다시 떠오른다. 나는 모든 눈물도 마르게 하는 그 빛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미소를 잃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 만약 옅게라도 미소를 지으며 잠들 수 있다면, 오늘 나는 특별한 하루를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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