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눈을 감고 곰곰이 내 마음을 살펴보았다. 요즘 나에게 중요한 일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앞으로를 위해 해야 할 일들. 큰 일들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하는 작은 일들이 정말 많았다. 아기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남편 챙기기, 글쓰기, 장보기, 아기 놀아주기, 아기 씻기기 등등. 그중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꽤 오랫동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바로 '아기를 사랑하기'였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웃음과 울음으로, 요즘엔 제법 끄덕끄덕과 도리도리로 한정되어 표현하고 있지만, 아기의 눈빛은 늘 진실하게 나를 향해 무언가를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드는 미안한 마음과 좀 더 노력할 걸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기에 대한 나의 사랑도 아기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순간이 많았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마음'과 같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가 않아서 종종 그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각하고 집중해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이 매일매일 흘러가는 시간과 어김없이 돌고 도는 계절들 사이에서 우리가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다 같은 인생들이 아닌 각기 다른 모습대로 '나'의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자 아름다운 인생을 살 때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어두워 보이는 세상 속에서 아름답고 따뜻한 것들을 지키고 전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기의 태명은 '선물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선물처럼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기가 찾아온 지도 모른 채 검진을 위하여 산부인과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 방에 진료를 보려 앉았는데 뜻밖에 임신이라는 사실을 함께 확인하게 되었다. 그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나는 '내 뱃속에 지금 생명이 있다고?'라는 인지와 함께 가슴속에 뭉클함이 올라와 눈물이 흘렀다. 아기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은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는 아기에 대한 지식은 더욱 무지했기에 그저 '생명'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의 생명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 나에겐 내가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채로 10개월이라는 시간을 앞으로 받게 될 그 선물을 위해 예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힘든 시간들을 겪어야 했지만 그 선물이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손으로 아이를 받게 되었을 때엔 모든 것 위에 감사와 기쁨만이 존재했다. 그것만으로 나는 지금까지 살아 이 순간을 경험한 것에 완전함으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렇다. 지금까지 나는 이미 받은 선물, 눈앞에 보이는 선물만 생각했다. 이미 태어난 나의 아기도 이미 받은 선물이지만, 사실 이 아기는 앞으로 받을 선물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새로운 아기의 모습 자체는 나의 하루하루를 똑같지 않은 다른 하루하루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아기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너'의 존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잘 기억하고 기록했다가 말해주고 싶다. 네 앞엔 이미 받은 선물들도 있지만, 앞으로 받을 선물들도 있다는 사실을. 내일의 '너'의 모습으로 인해 내가 짓게 될 웃음도 행복도 다 내가 앞으로 받게 될 선물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절망 가운데에서도 앞을 바라볼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가지는 건강한 청년이 될 때까지 나는 '너'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일으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싶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타인이 아닌 '나'다. 내 마음이 편안하게 하루하루 유지되기 위해선 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환경 속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올 때 느낀 건, 늘 누군가 나를 지켜줬다는 사실인데 그 누군가도 결국엔 나를 끝까지 지켜줄 수 없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환경을 우리 뜻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단단하고 성숙해져야 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내 손에 소유되어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을 수 있는 환한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선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선 안된다. 이 세상 곳곳을 비추고 있는 빛을 볼 수 있는 눈과 깨끗한 마음과 그 길로 걸어가는 끈기와 용기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다 보면 나와 같이 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때때론 외롭다. 진실한 눈물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여느 때와 같이 그러기 위해선 역시나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으로 다른 이들에게 함께 걸어가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어떤 오해와 악의를 넘어 진정으로 서로가 사랑하고 도울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이, 그 만족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나에게 선물로 주어질 그날까지 오늘의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