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상처로만은 짙어지지 않기를

by 이지희

나는 혼자인 게 편한 사람입니다. 애초에 혼자인 게 좋았기에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고 가끔 외롭다 느껴짐에도 그것은 혼자인 걸 포기할 만큼은 아니었답니다. 친구들로 늘 북적이는 나의 생활은 함께함 그 자체가 좋았던 것이지, '혼자'와 '함께'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조심스레 '혼자'있겠다고 손을 들곤 했습니다.


그런 내게 '가족'은 참 어려운 관계입니다. '사랑'과 '희생'이 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그런 어려운 관계. 요즘 몸이 아프며 풀리지 않는 답답함으로 인한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나의 발버둥이 이때에 이런 식으로 표출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무엇을 위한 발버둥인지 몰라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 가운데 나는 내가 살기 위한 발버둥인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희생'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으니 '사랑'이 '상처'로 깊이 들어앉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난 돌이 되어 아픈 마음을 쑤시니 내가 남아있지 않는 듯 견뎌낼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나를 보는 가족들이 참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불편해졌습니다.


사람 관계는 다 같은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면 '상처'가 생깁니다. 사랑을 하는 데 왜 우린 상처를 받아야 할까요? 사랑을 하는 데 왜 우린 상처를 줄까요?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았음 하는데 왜 우리의 마음은 사랑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까요?


사랑을 하려면 나 자신을 먼저 온전히 받아들이고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그 마음을 볼 수가 있고 나 또한 그렇게 바라봐줄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감정에 앞서고 안목에 앞서고 갖가지 화려한 이유들을 앞세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있는 눈을 감아버린다면 그 끝은 결국 혼돈과 어두운 파멸, 그리고 상처의 늪에 빠져 우리의 영혼을 무참히 해하는 굴레에 깊이 빠져버리게 됨을.

알기에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가장 조심스럽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원래 사랑에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색을 덧칠하여 완성해 가듯 순차적인 과정들이 필요한 것일까요?

소중한 것을 내어주고, 소중한 것을 지켜주고, 견디며 나아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끝이 보일 때까지 기도해 주는 그러한 관계라면,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프게 하는 모든 상처들에 대해 아파도 힘차게 맞서서 진짜 사랑을 지킬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랑은 어렵고 어려워서

나를 다 내어주면서도 그 가치를 물어야 하기에

나를 지키면서 나를 내어줘야 하는 그 단련함 속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기도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여 넘어짐에 굴복하고 눈물짓는 그 눈물의 진실함을 판별하여 모든 것을 아뢰며 깊디깊은 밤 위에 훨훨 날 뿐입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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