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차를 끌고 나왔다. 본가에 오면 종종 오는 카페로 무작정 와봤다. 부모님 집 앞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이 카페에 오니 집 앞 공원의 경치가 한눈에 보여 마음이 절로 뚫리고 행복하다. 가까이서 보면 잘 모르는 것들을 때때로 멀리서 바라볼 때 아름다운 장면으로 연출되는 것들을 보며 우리의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작은 행동하나하나가 모여 나의 모습이 되고 그 속에서 어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거짓되지 않은 진실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감추일 것이 없고,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다는 말이 추임새로 적당한 것 같다.
요즘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다시 하던 공부를 시작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뭐 시작했다 할 만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하나씩이라도 30분이라도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보니 조금씩 자리를 자리 잡아가는 듯해 보인다. 한 2주 정도는 손에 잡히지 않더니 다시 연필이 손에 잡히고 근육들이 기억을 되살려 자기 자리를 찾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공부하는 것이 낯설다. 일상 속에서 아기가 너무 깊게 그리고 넓게 내 마음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원래 다 이런 건지 참 어렵다. 이래서 3월에 아기 어린이집은 보낼 수 있을까 싶다.
아기를 위한 시간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기를 양육하는 2년여의 시간 동안 말이다. 나를 위한 시간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요즘 크고 작은 갈등들이 내 마음속에 오가며, 나에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인 아기가 진정으로 나란 사람에게 큰 기쁨과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도 입력된 듯하다. 진정으로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약간의 혼란이 찾아와 마음이 두둥실 떠다니며 사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울타리가 쳐져있어 무작정 불안하지만은 않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내 몸이 진정 나의 헌신의 시간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행복한 시간으로 적응할 때까지 근육운동하듯 이 일상을 꾸준함으로 나아가려 한다.
아기의 작은 손이 나를 잡는다. 나도 작은 아기손을 꼭 감싸 잡아준다. 우리가 정말로 함께 걸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너를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 된 듯한 이 느낌에 부모가 되어가는 듯하다. 내가 독립하여 부모님의 손을 놓고 열심히 달리는 날이 왔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올 '그 때'가 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소중하게 채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