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열리는 때(The time). 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 삼일째이다. 보통은 어린이집 등원 첫 일주일 기간은 엄마랑 같이 등하원을 하며 적응한다고 하였는데, 아기가 너무 적응을 잘해서 하루만 함께 하고 어제오늘은 어린이집 근처에서 대기를 하다 데리고 간다. 지금도 근처 카페에서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기분이 이상하다. 아기가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서 아기를 기다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것은 나에게 인내심을 요하는 시간인 것도 같다. 애착관계가 형성이 잘된 것 같다고 하는데, 아이만이 아니라 나도 아기에게 애착이 깊게 형성된 듯싶다.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묵묵히 내 자리로 돌아와 나의 시간을 다시 만들고 시작해야 하는데 '어인 일인지' 나는 울컥하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묵묵하게 다시 걸어가야 하는데 아득하게 멀어진 곳에서 다시 돌아갈 길이 너무 멀게만 보인다.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것인지 마음이 혼잡하면서도 갈피를 잃고 이렇게 조용한 침묵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아기가 씩씩해서 분명히 감사함에도 삼일째 마음속 창문 사이로 틈새가 열린 듯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환기를 시키고 창문을 아예 활짝 열었다가 닫고 손을 걷어붙이고 주변 정리를 하고 책상에 앉아야 하는데 그 시작을 알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또 한 번 바보가 된 듯하다.
얼마 전 썼던 글처럼,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하얀 도화지가 주어졌다. 싫어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것으로 도화지를 채워보아야겠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잿빛가운데 살아있기에 조심스럽게 그 작은 불빛을 살려야 한다. 포기하지 말자고 되뇌어본다. 내가 걸어가야 할 곳은 저기 아득해 보이는 먼 길이 아니라, 지금 떼야할 한 걸음뿐이다. 나의 작은 발걸음, 한 발자국은 오늘 하루를 채우기에 충분한 거리가 될 것이다. 꿋꿋하게 내디뎌봐야겠다.
나의 아기는 나보다 힘차게 잘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기특하고 멋있는 아기다. 나이가 어리고 미숙하다고 그 영혼까지 약하진 않다. 빛을 비추며 강건하게 나아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바라듯, 나는 네가 가진 빛 역시 꺼지지 않도록, 오늘도 환한 웃음꽃을 함께 피우도록, 힘써 다시금 미소를 머금고 너에게 사랑을 줄 준비를 하며 우리가 좀 있다 만날 그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