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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May 22. 2024

사랑스러운 꽃이 아파서(1)

나는 아픈 줄도 모른다

사랑스러운 나의 꽃이 나를 찾는다. 아파서 나를 찾는다. 네 눈앞에 있었음에도 나는 없었나 보다. 네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는 엄마가 아닌 '나'로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기가 정말 많이 아팠다. 유행하는 감기에 걸린 줄 알고 으레 보살피듯 하였다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열이 잡히지 않고 기침은 멈추지 않아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잘 먹던 아기가 물만 먹어도 토하며 하얗게 질렸다. 두 번의 응급실행과 입원을 위한 열 번의 사투와 결국 타 지역으로의 병원 순례까지 마치고서야 우리 아기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마음에 빨간불이 켜진 채로 잠을 못 이룬 지 12일 째인 오늘, 12일 만에 가벼워진 아기를 안으며 나는 아기를 지켜줘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아기가 아프니 다들 아프면서 큰다고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많이 아픈 아기를 바라보니 내 마음속엔 위안이 자리 잡을 공간이 조금도 없었다. 조급해서가 아니라 그저 한 시간 전보다 지금 상태가 한 뼘이라도 호전되기만을 바라는 간절함만이 내 마음을 뜨겁게 적셨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프기 시작하기 전의 한 달은 내게 정말 중요한 달이었고 실제 중요한 일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나는 저녁시간까지도 내 할 일을 하고 들어왔다.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그리 늦은 귀가는 아니었지만, 해가 지고 돌아오는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기에게 처음이었다. 기특한 아기는 엄마를 울고불고 찾지 않고 기다려줬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렇듯 같이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고맙다고 아이를 토닥이며 그렇게 매일을 재웠고, 내 손을 꼭 붙잡는 아기가 내 얼굴을 감싸며 잠드는 아기가 그렇게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다고 믿었다. 신나게만 잘 지내고 있던 아기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잠깐의 자유함도 느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잠시잠깐이라 하더라도 '나'로 돌아간 것 같은 해방감은 감사함으로 온전히 만끽했다. 주어진 기회를 붙잡아 나의 미래를 준비하였다. 그렇게 내가 잘 지내는 것이 아기를 위한 일이라고도 믿었기에 나는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완전히 기억도 나지 않는 잃어버린 나를 찾았다고 확신하던 그날, 비바람이 몰아쳐 일찍 귀가했는데 우리 아기가 웬일인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전과 같았다면 바로 심각하게 아이를 보살폈을 텐데 나는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대했던 것 같다.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내리겠지'하고 말이다. 아기의 열은 심한 기침과 함께 잡히지 않았고 상태가 심해질수록 점점 아기는 그간 못 봤던 '엄마'인 '나'만 계속 찾았다. 나는 어느새 기침으로 잠을 못 이루는 아기를 안고 꼭두새벽을 지새우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삼일, 사일, 오일....... 아기가 조금씩 더 아프기 시작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시간은 더욱 많아졌기에 나는 아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품에 안기어 우는 아이의 눈물이 내 옷을 적시고, 펄펄 끓는 열로 땀이 나 또 한 번 옷을 적시고, 지쳐 잠든 모습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이제야 아기의 마음이 내 마음에 비치기 시작했다. 말 못 하는 아기가 울 때, 나를 찾을 때, 나는 대답만 했다. 네 생각만 읽었다. 네 마음을 읽어줬어야 하는데. 너는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만이 그 작은 가슴에 가득했을 텐데 '엄마'인 나는 아기가 안전한 것만으로 다 괜찮다 여겼다. 너무나 미안했다. 눈 뜬 장님처럼 매일 밤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 마음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 사랑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져 눈물이 났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는 네 마음을 보다 더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건 내게 맡겨진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이 엄마에게만 주신 그 자식을 향한 헤아림으로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사랑하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모성애일까? 그렇다면 이 마음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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