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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May 12. 2024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오늘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하루는 비가 오고, 하루는 해가 쨍쨍하다. 더운 날씨에는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고, 비가 세차게 내리고 바람이 불 때는 지금의 계절보다는 가을과 겨울이, 예전의 계절이 생각난다. 요즘의 나의 일상도 그러하다. 분명 오늘을 살고 있는데도 가끔은 과거의 엄마이기 전 나의 모습이 짙게 드리우고, 또 어떤 때에는 아기엄마가 된 내 모습 그대로 아기와 웃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느낀다. 모두 다 좋다. 그냥 오늘이 참 감사한 요즘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항상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즘 대학원을 준비하느라 글 쓸 여유가 없었다. 다시 입시를 시작하려니 해야 할 것이 참 많았다. 육아를 하며 무언가 시작한다는 것이 참 어렵지만, 때론 이게 맞나 싶지만 말이면서도, 도와주는 양가의 손길에 감사함으로 하루하루 앞에 놓인 것을 진행하다 보니 글 쓸 여력도 없이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이번 입시만 마무리하고 글 써야지 하고 여름을 기다리다 잠시 책상에 앉게 된 틈을 타 노트북을 켰다.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싶어서 타자기를 두드린다. 이러고 보니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나는 그저 그냥 또 불쑥 감사함을 느낀다.


영어공부를 해야 해서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있을 때 스터디 카페에 출근한다. 출근이라기보다 등교라는 말이 어쩐지 더 어울리는 듯하다. 영어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험 준비하는 것은 썩 재밌진 않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재밌는 것을 하면서 사회 속에 나아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현재 그렇지 못하니 더욱 그것을 바라게 되는 듯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라도 좋아하는 것(=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기)을 할 수 있다니 감사할 뿐이었다. 아기와 떨어져 내 공부를 하고 있자니 사랑하는 아기가 종종 너무 보고 싶어 진다. 그러면서도 그간 바라왔던 내 시간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기도 해서 이러나저러나 그냥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나와는 약간 다르게, 아기는 아기의 세상에서 쑥쑥 크고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며, 계속 감기가 걸린다든지 때때론 투정도 부리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자고 여전히 나의 손을 잡고 웃어주는 아이를 보니 행복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유아교육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지식도 없어 많은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하는 엄마이지만, 그래도 가장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아기가 행복한 자신의 길을 찾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내가 사랑을 알고 그 사랑으로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 그것을 내 일상에서 배재하지 않고 그 끈을 놓치지 않는 법을 배워가며 살아가는 것처럼, 내 아기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기가 꿈을 꾸는 사람으로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늘 꺼지지 않는 꿈을 지켜주기 위해 마음 한편일지라도 내어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은 늘 사람을 살린다. 돈도 시간도 모두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늘 수단보다 크고 그 어떤 방법보다 앞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깊은 밤을 지나 또 한 번의 밝은 해가 비칠 때 나는 맘껏 웃고 싶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말이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힘들어도 길이 열렸으니 갈 것이다. 이전에 갔던 길들보다 더 가파르고 다듬어지지 않아 험하지만 그래도 이 좁은 길을 찾았으니 앞으로 걸어간다. 가다 보면 나를 이끄신 곳이 어디였는지 알 테니 내 마음을 환하게 하는 그 길을 꽉 잡고 나아가 본다. 쉽지 않은 시간을 잘 견디기를 나를 응원해 본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지만 만족할만한 기대조차 나에겐 없지만 그리 부하지도 않지만 그냥 지금은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싶다. 이전보다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오늘 큰일이 없음에 감사하고, 내일을 그래도 기다리며 일어날 수 있음에 그냥 감사하고 싶다. 이러한 오늘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썼다. 혼자만 아는 감사가 아닌 함께 아는 감사한 날이 되어 오늘의 자취를 남기고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아기도 오늘과 같은 날, 오늘과 같은 감사함을 함께 누리는 날이 있기를 바라본다. 매일 하는 감사가 깊어진다. 이렇게 깊어지고 또 깊어져 아픈 상처에 아프지 않은 사랑으로 보답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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