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참 예쁘다

12월의 마지막 밤, 가장 달콤한 밤

by 이지희

나는 요즘 포테이토 칩의 갑작스러운 고백들에 웃고 울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끽 중이다. 12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밤에 있을 송구영신 예배에 가족 모두가 함께 가기 위해 포테이토 칩의 낮잠을 늦게 재웠다. 오후 4시가 넘어서 일어난 포테이토 칩은 밤 9시가 되니 눈은 여전히 말똥말똥했지만 그의 몸은 노곤했는지 자꾸 바닥에 드러누웠다.

"포테이토 칩, 우리 침대에 좀 누워 있자."

"안자 안자. 나도 기도하러 갈 거야."

"알아. 그러니까 오리 켜고(오리는 아기가 잘 때 켜고 자는 작은 등이다) 누워서 대화하자."

"쪼아."


둘이 아기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대화를 했다. 그러다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누가 내 얼굴 곳곳을 조물딱 거리는 것이 아닌가. 자는 척 가만히 있어보았다.

"엄마, 참 예쁘다. 엄마 코도 예쁘고(쪽쪽), 엄마 이마도 예쁘고(쪽쪽), 엄마 볼도 예쁘고(쪽쪽)..."

계속되는 아기의 뽀뽀와 예쁘다는 말에 마음이 깨어 눈물이 흘렀다. 여러 번 듣는 예쁘다는 말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랬는지 네 눈에 내가 예쁘고 너의 마음에 엄마를 향한 사랑이 가득 차 있다는 걸 가까이서 온몸으로 느끼니 나는 정말로 감동을 받았다. 2024년의 모든 날들에 "안녕"을 고하며, 나는 그 마지막 밤을 가장 큰 기쁨으로 아름답게 누리게 되었다.

"어? 엄마 일어나 봐! 엄마 눈에서 눈물이 나. 어디가 아픈가 봐!!! 언능 일어나 봐!!!!"

"긴급출동! 긴급출동!"

요즘 구조대에 빠져있는 아들은 소방차와 구급차를 가지러 거실로 나갔다.

나는 이 행복이 주어져서 참 감사했다.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니 나는 일상에서 보화를 찾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정말 특별해 보이지 않음에도 진짜 귀하고 특별한 것들이 내 곁에 있고 내 눈에 의해 발견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속엔 늘 '여유'가 앉을 수 있는 한 자리를 남겨둘 것이다. 그래야 그 의자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아 내게 주신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시간은 참 빠르다. 2025년도 벌써 적응이 된 듯하다. 그간 아기는 또 한 번 심한 감기에 고생했고 나는 체력이 바닥났다. 너무 피곤해서 지쳐있는 오늘이지만 여전히 포테이토 칩이 내 품으로 오면 나는 아기를 꼭 껴안아 줄 힘이 생긴다. 네 살이 된 포테이토 칩. 제법 어린이다운 모습을 보여 깜짝깜짝 놀란다. 네가 나이를 한 살 먹었다는 건 나도 나이를 한 살 또 먹은 것이다.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아니 누리는 것들이 많다. 사람이 편하고 세상이 좀 편하게 느껴진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고 나는 이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2024년 12월 31일 자정.

새로운 하루를 앞두고,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나는 기도했다.

여느 때처럼 '건강하게 해 주세요. 모든 것이 넉넉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평안하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내일도,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미소를 머금고 기도했다. 그렇게 하루를, 한 해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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